발행인칼럼

2011년 06월

본질을 살리는 토착화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올해 5월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미국 남가주사랑의교회와 브라질의 아과비바교회에서 열린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민 교회 목회자 120여 명이, 브라질에서는 브라질 목회자 230여 명이 세미나에 참석해서 제자훈련의 비전을 함께 나누었다.
특별히 세 번째 개최된 브라질 세미나는 제자훈련 사역이 새로운 지경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브라질 사역은 모든 자료를 포르투갈어로 번역해야 하고, 강의마다 통역이 따라붙어야 하며, 24시간을 비행해야 하는 물리적인 거리감이 있어 늘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이번에 브라질에서 만난 몇 분으로 인해 우리의 이런 부담을 기꺼이 치를 가치가 있다는 패러다임으로 바뀌게 했다.
6년 전 브라질 장로교회의 총회장 호베르토 목사는 한국에서 열리는 CAL세미나에 참석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한국과는 달리, 총회장으로 한 번 선출되면 4년의 임기가 주어지고, 교단 산하의 신학교 총장들을 임명하는 권한이 주어지는 막강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브라질 교회의 부흥을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CAL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는 모든 강의에 진지하게 임했고, 브라질 교회에 제자훈련 사역이 반드시 접목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호베르토 목사가 이번에 총회장으로 다시 연임되었다. 제자훈련을 통해 교단을 변화시키겠다는 그의 헌신도 이제 가시적인 열매를 맺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제자훈련의 열기가 브라질의 국경을 넘어섰다. 이번 세미나에는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의 몇 나라 교계 지도자들이 함께 참석했다. 앙골라와 모잠비크에서는 장로교 총회의 총회장과 총무가 함께 참여했다.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에서 아프리카의 호베르토 목사를 엿보게 된다.
이번 미주 세미나와 브라질 세미나를 치르면서 이제 제자훈련 사역의 토착화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는 제자훈련 사역의 방법론을 전수하려는 것이 아니다. 체계와 프로그램을 베끼는 전문가를 만들려고 세미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교재를 가지고 몇 시간짜리 과정을 이수하면 교회가 성장하는 기계를 전수하려는 것도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CAL세미나에서 강의시간을 알릴 때 징을 사용해왔다. 안성수양관에서 울려퍼지는 징이 갖는 독특한 음색은 참석자로 하여금 부담없이 웃으며 시간을 따르도록 만들었다. 미주 세미나에서도 시간을 알리는 데 징을 사용한다. 그런데 방법이 다르다. 여기서는 징이 마치 꽹과리처럼 사용되고 있다. 당장 강의실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긴박감으로 사람들을 협박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똑같은 도구를 가지고 사용하는데 그 용도가 달라졌다. 어쩌면 제자훈련 교재나 시스템도 이와 같이 사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민 1세대와 전혀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을 가진 1.5세와 2세를 향한 제자훈련 사역의 옷은 한국의 그것과 결코 똑같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너무 성급하게 자신들의 문화에 맞는 토착화를 주장하다 본질은 사라지고 흉내만 내는 꼴이 되어서도 안 된다. 본질을 붙잡고 그 세대의 문화에 맞게 옷을 갈아입어야 제대로 토착화를 할 수 있다. 이런 원리는 브라질 교회와 앙골라, 모잠비크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제자훈련 사역은 똑같은 로고와 실내 데커레이션을 하며 똑같은 상품을 파는 프랜차이즈와는 다르다. 거룩을 향해 불타는 영혼은 대량생산할 수 없다. 서로의 삶에 책임감을 가지고 맺어지는 영적 아버지나 어머니, 친구의 관계를 살려내는 공동체로 거듭날 때 진정한 제자도를 이룰 수 있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고 문화와 문화를 어어가는 제자훈련의 아름다운 토착화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