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1년 09월

1주기를 준비하며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미래학자 짐 데이토(Jim Dator)는 정보화 사회의 다음은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라고 말했다. 정보 대신에 이미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의 아들이 나이키가 아니면 신발을 신지 않을 정도로 그 브랜드에 열광하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이와 같이 답했다고 한다. “그 신발을 신으면 내가 마이클 조던이 되는 기분이다.” 드림 소사이어티는 사람들이 신발 자체에 대한 지식보다 그 신발에 얽힌 이야기가 주는 이미지에 열광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故 옥한흠 목사는 제자훈련 하는 사랑의교회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꿈을 불러일으키기를 꿈꾸며 사역했다. 잠자고 있는 평신도들을 깨워 동역자로 세우고, 함께 세상을 변혁시키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교회였고, 교회 공동체의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사역을 펼쳤다. 그리고 이제 그의 꿈은 한 교회의 이야기가 아닌 동역하는 수많은 형제 교회의 이야기가 되어 사람들에게 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요즘 시간이 살같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故 옥한흠 목사의 소천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되었다. 태풍 곤파스가 서울을 강타하며 지나갔던 작년 여름의 끝자락에 이별의 슬픔과 아픔 속에서 그분의 꿈을 이어받아 사역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한 해가 훌쩍 지나갔다. 돌이켜보니 죄송스런 마음만이 가득하다.
우리는 쉽게 열광하기도 하지만, 쉽게 잊기도 한다. 그래서 잊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예수님께서 자신의 십자가의 죽음이 의미하는 것을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성만찬을 제정해 주신 것도 쉽게 잊는 우리의 성향 때문일 것이다. 요단 강을 건너는 이스라엘 백성이 지파마다 요단 강에서 돌 하나씩 취해서 길갈에 열두 돌을 세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후대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요단을 마른 땅과 같이 건너게 하신 역사적 사건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람의 이름 석 자가 잊혀진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그의 꿈과 뜻이 잊혀져서는 안 된다. 특별히 교회 성장의 신기루를 붙잡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다가 본질을 잃어버린 교회를 향해 한 사람 철학을 외쳤던 그의 목소리가 잊혀져서는 안 된다. 경직된 관료주의에 빠져 도전과 희생을 잃어버린 교회를 향해 교회 갱신을 외쳤던 그의 번뜩이는 눈빛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매너리즘에 빠져 제자훈련의 생명력을 잃어버린 동역자를 향해 은혜를 아는 사역자가 되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던 그의 충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
사사기 19장 30절에는 모세의 손자 게르손의 아들 요나단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사사기 저자는 사사 시대의 영적 어두움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두 편의 이야기를 부록으로 덧붙였다. 여기에 등장하는 요나단은 모세의 증손자다. 모세의 가문이 몇 대 지나지 않아 일개 한 가정과 한 지파의 제사장이 되어 하나님이 아닌 우상숭배의 앞잡이가 되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한 교육학자는 영적인 대가 끊어지는 이런 현상을 가리켜 요나단 신드롬이라고 불렀다.
이 시대를 향한 바른 목소리를 잊게 되면 요나단 신드롬은 언제든지 우리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이런 신드롬이 우리의 사회에 깊이 파고들고 있다. 우리 교회도 요나단 신드롬에서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이러한 급박한 현실 속에서 모든 족속을 제자 삼는 수평적 제자훈련과, 다음 세대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가는 수직적 제자훈련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도록 각성해야 한다. 옥한흠 목사의 매서운 눈빛이 그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