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5년 10월

편집장칼럼 * ‘일상’이 갖는 강인한 힘!

발행인칼럼 우은진 편집장

어떤 사람은 멋지게 해외여행을 갔다 왔다. 또 어떤 사람은 승진해서 연봉이 몇 퍼센트 올랐다. 어떤 사람은 목돈을 모아 집을 새로 장만했다. 또 누구는 자녀들이 공부도 잘하고 결혼도 잘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건가? 나는 뭐하는 거지?’ 하는 비교의식이 생겨 우울함과 기운 빠짐으로 이어진다. 하루가 가고 또 다른 하루를 알리는 아침이 오지만 내 일상은 큰 변화가 없고, 날마다 똑같은 나날들이 반복되는 듯하다.
그런데 변화가 없는 듯한 하루,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는 하루, 매일 밥을 짓고 설거지하는 하루, 매일 학교에 가는 등의 하루하루가 모여 특별한 나만의 날을 만든다. 우리는 변화가 없는 하루를 보낸 것이 아니라, 험난하고 죄짓기 쉬운 하루를 버텨 내는 것이다.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은 큰 변화를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반복되는 그 일상이 내 가족을 지키고, 소중한 일터를 유지하는 힘이다. 더 큰 변화를 위한 점프는 못해도 도망가지도, 후퇴하지도 않는 모습 속에 강인함이 숨어 있다.  
어느 주일 저녁, 가끔씩 보는 ‘다큐 3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요즘 사라져 가는 공간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서민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3일간 관찰하며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날은 ‘꿈꾸는 재봉틀’ 편이었는데, 서울 마포구와 중구, 용산구의 갈림길에 있는 만리동 고개에서 가내 수공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만리동에는 1천 5백여 개의 봉제공장이 있다. 대부분 가내 수공업으로, 그날 아침 시장에서 들어오는 주문에 맞춰 제작하는 모습이 비춰졌다. 주문이 들어오면 비좁은 작업장에서 쉴 새 없이 재단하고 재봉틀을 돌린다. 근로자들의 일정도, 일감도 일정치 않다. 그중 한 토박이 재봉사가 눈물을 훔치며 한 말이 귓가를 맴돈다. “이 골목이 참 좋아요. 전에는 다른 일을 했으면 했는데, 이젠 매일 출근해서 일할 일감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의 말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우리는 날마다 똑같아 보이는 오늘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출근할 직장, 직장 안에서 내게 주어진 일, 내 가족과 직장 동료, 교회와 주어진 섬김 등. 만리동 꿈꾸는 재봉사들처럼 뭔가 하나 부족해져야, 그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일상이란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의미한다. 우리의 일상은 별다른 새로운 볼거리나 이슈가 없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다. 그러나 우리는 똑같은 하루지만 또 내일을 기다린다. 월초에 시작해 월말에 마치는 잡지를 만드는 일도 그렇고, 연초에 시작해 연말에 마치는 제자훈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변화와 성장을 위한 수많은 일상이 있다. 익숙해져서 모를 뿐이다. 일상을 살아 내는 것에는 인내와 지구력이 필요하다. 우리 인생의 아침과 저녁, 페이드인과 페이드아웃의 절묘한 조화가 일상 속에 담겨 있다. 일상을 잘 살아 내자. 그 속에 강인한 인생의 힘이 있다.
“그가 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 씨가 나서 자라되 어떻게 그리되는지를 알지 못하느니라”(막 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