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최근 몇 년간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심사위원들의 위트 있는 멘트 때문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팝스타3’ 역시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이라는 세 명의 개성 강한 심사위원들이 출연한다. 그들은 각 라운드마다 경쟁자들이 경합을 마치고 나면, 자신이 보고들은 바를 전문 식견에 따라 심사평을 내린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K팝스타3’가 유독 잘 만들어진 단편영화나 단편소설을 읽은 후 느껴지는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데는 이들의 공로가 크다.
세 명이 돌아가며 심사하는 말은 몇 마디 안 되는데도 함축적이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읽어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노래 한 곡 듣는 것 못지않은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중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심사평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진정성이 없다”와 “자기 색깔이 없다”라는 말이다. 오디션 참가자들 한 명 한 명이 준비해서 선보인 노래들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멋지고, 기성 가수 못지않게 꽤 잘 불려진 듯했다. 그래서 “저 사람은 분명 칭찬받고 합격하겠네” 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심사위원들이 하는 말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진정성이 없네요”, “자기 색깔이 없어요”라는 악평뿐이다.
제자훈련도 마찬가지다. <디사이플>을 만들며 취재하다 만난 취재원 중 안타까운 사례 두 가 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의 사역 현장의 상황을 도외시하고,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제자훈련 방법들을 적용해서 실패한 경우다. 즉 교회 상황을 고려한 또는 사역자 자신만의 제자훈련 방법과 스타일을 찾지 못한 경우다. 자기 색깔을 찾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그나마 낫다. 시행착오 끝에 자기 색깔을 찾을 수 있는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귀납적 인도법이나 성경 지식, 교리 등 제자훈련을 인도하기 위한 자격이나 실력, 즉 인도자 스스로의 기술은 탁월한데 막상 제자훈련을 하면 실패하는 경우다. 이들은 자기 실력을 믿기 때문에 1~2년 제자훈련을 해본 뒤, 안되면 제자훈련은 한계가 있다며 곧바로 다른 교회 프로그램으로 갈아타 버린다.
이렇게 실력이 탁월한데도 제자훈련에 실패하는 사역자들에게 부족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한 영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 ‘진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평신도를 그저 교회 성장의 숫자로만 여기고, 일 잘하는 교회 일꾼만 만들어내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만약 한 영혼을 소중히 여기고 훈련했다면, 그 사람은 절대 그 진정성을 무시하지 않고, 끝까지 남아 그 사역자를 도울 것이다. 실제로 훈련을 통해 말씀으로 무장된 5명의 평신도만 있어도 한 교회가 든든히 서는 경우를 목격한 바 있다.
진정성(眞正性)이란 진실하고 참된 성질, 거짓이 없는 참을 의미한다. 사람은 영적인 존재라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고 섬겨주는 것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먼저 느낀다. 말은 안 해도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자신이 한 영혼의 귀한 생명으로 아껴졌는지, 교회 성장이나 일꾼의 숫자로 여겨졌는지는 저절로 느껴지는 것이다. 3월을 시작하며, 한 영혼을 사랑하는 진정성과 자기 색깔이 내 안에 있는 지 한 번쯤 고민해 보자.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막 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