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사람과 대화하기가 더 쉽지 않은 시대가 돼 버렸다. SNS로 소통하다 보니 글이나 말도 모두 짧게 쓰고, 축약어를 사용한다. 한 사람의 진정한 면모를 알아 가기가 더 쉽지 않은 시대가 돼 버렸다.
미국 인기 드라마 <슈츠>(suits)는 미국 최고의 로펌 피어슨 하드먼의 일류 변호사 하비 스펙터가 한번 읽으면 무엇이든지 기억하는 천재 마이크 로스를 후배 변호사로 받아들이며 펼쳐지는 매력적인 법정 드라마다. 이 로펌 안에 두 주인공에 비해 외모도, 성격도 다소 모자란 동료 변호사 루이스 리트도 등장한다.
로펌 안에서 루이스는 신입 변호사를 지도하고 훈련하는 업무도 맡았는데, 툭하면 화를 낸다. 사회 문턱을 갓 넘은 신입들에게 자상한 모습은 조금도 없이 오직 화를 낼 뿐이다. 동기 변호사 하비를 질투하고, 동료들에게도 불친절하다. 항상 주변인들과 마찰과 갈등을 빚는 루이스에게 대표 변호사 피어슨은 마지막 경고라며 상담사를 만나 볼 것을 조언한다.
루이스는 대표가 일러 준 상담소에 가지만 상담사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른다. 왜냐하면 루이스는 감정 기복이 심한 유대인이었는데, 상담사는 지극히 차분한 독일인이었기 때문이다. 상담사는 자신의 부모도 나치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며 그를 진정시킨 후, 루이스의 이야기를 끌어낸다.
루이스는 하루 종일 일어났던 사건과 자신이 화를 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상담사에게 납득시키고자 애쓴다. “그때 왜 화가 났느냐”라는 상담사의 질문에 루이스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상담이 거듭될수록 상담사는 루이스가 자신의 내면을 보게 하고, 나중에는 그가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게 해 결국 화낸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하게 한다.
그때마다 독일인 상담사는 “나는 당신이 자랑스럽다”(I am proud of you)라고 칭찬해 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담사가 “나는 당신이 자랑스럽다”라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된다. 그만큼 루이스는 무조건 화만 내던 성질 더러운 싸움꾼이 아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칠 줄 아는 어른으로, 두 주인공보다 더 매력적인 인물로 변화해 간다. 신입들도 그를 존경하게 되고, 막강한 승률을 보이던 하비 역시 그가 이 로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변호사라며 인정해 준다. 루이스가 변화돼 가는 모습은, 허물투성이인 인간이 예수님을 만나 변화돼 가는 모습과 오버랩된다.
사람은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훈련으로 변화되며, 그 변화는 바로 진정성 있는 자기 오픈에 달려 있다. 가정의 상처, 왕따의 아픔, 질병의 가시, 관계의 실패 등을 하나님 앞에서, 인도자 앞에서, 동기들 앞에서 오픈하는 것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자유와 치유를 가져온다. 이런 진정성 있는 오픈은 회개와 치유, 그리고 삶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제자훈련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바로 자기 오픈이다.
이에 <디사이플> 3월호에서는 ‘제자훈련의 자기 오픈, 치유와 변화의 출발점이다’라는 기획 주제를 통해 진정한 자기 오픈이 회개와 변화로 이어지는 부분을 짚어 봤다. 그리고 자기 오픈의 지혜로운 수위 조절의 노하우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제자훈련 첫 시간에 나누는 간증의 진정성이 풍성하고 끈끈한 제자훈련을 만들어 주며, 훈련생의 나눔과 과제물에 인도자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훈련생의 자기 오픈이 달라짐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리하면 네 빛이 새벽같이 비칠 것이며 네 치유가 급속할 것이며 네 공의가 네 앞에 행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사 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