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2021년 07월

영적 노매드랜드를 찾아서

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올해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는 경제 위기로 황폐해진 도시의 우편번호가 중단됐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된다. 인적이 드물고 회색빛의 마을에는 멈춰 버린 공장과 공장 안의 먼지 낀 사무기기들의 모습이 보인다.


번영을 누리던 미국 공장들이 위기로 인해 문을 닫자 마을 주민들도 하나둘 떠나고, 주인공 펀 역시 의지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동료들에게 나눠 준 후 흰색 승합차를 구입해 노매드의 삶을 살아간다.


‘노매드’(Nomad)는 유목민이라는 뜻이다. 주인공 펀은 미국 내 여러 지역을 승합차를 타고 돌며 택배 포장이나 관광지의 관리인 등 단기 일자리를 구한다. 또한 그는 간단한 양식을 사서 먹으며, 자신과 비슷한 백인 노매드들을 만나 위로받는다.


이들은 모두 집이 없다는 점에서 홈리스(Homeless)다. 그러나 주인공 펀은 “당신은 홈리스냐?”고 묻는 소녀의 질문에 “나는 단지 하우스리스(Houseless)일 뿐이다”라고 답한다. 펀에게 홈(집)은 하우스처럼 고정된 장소에 매여 있지 않고, 옮겨 다니는 모든 공간인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노매드들은 모두 상실의 아픔을 지닌 자들이다. 펀은 남편을 잃었고, 오랫동안 살았던 고향 같은 마을을 잃었다. 또 다른 이는 암에 걸렸다는 이유로 몇십 년간 충성한 직장에서 퇴직 통보를 받은 동료의 모습을 보고 허무함을 느낀 나머지 자발적으로 노매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집만 잃은 게 아니라, 의지할 영적 고향도 잃어 버렸다. 그래서 그곳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오늘도 차를 몰고 달린다.


그리스도인 역시 이 땅에 매여 사는 자들이 아닌 하늘나라를 소망하며 사는 영적 유목민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는 노매드들과 달리 의지할 본향이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모두 영적 노매드가 돼 버렸다. 어디에 안주해야 할지, 어떤 삶이 옳은 것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인지, 옳고 그름의 혼동이 몰려왔고, 여기저기서 영적 방황이 일어났다. 교회 또한 큰 혼란을 겪었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어떻게 신앙과 가정을 지켜야 할지 갈팡질팡한다.


제자훈련 사역 역시 이런 방황을 겪었다. 덩달아 제자훈련 여름방학도 무기한 휴지기에 들어갔다. 올해 다시 재가동한 제자훈련의 열차를 타고 열심히 6개월을 달린 후, 처음 맞이한 여름방학은 특별할 것 같다. 이에 <디사이플> 7/8월호에서는 ‘온택트 시대 제자훈련 여름방학, 위로와 회복으로 채우라’라는 기획 주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겪었던 감정의 위로와 침체된 영성, 멈췄던 교제를 회복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족과의 더 친밀하고 사랑을 소통하는 시간을 갖거나, 온라인으로만 교제하던 훈련생들과의 진한 우정과 사귐이 있는 친교 시간으로, 부진했던 훈련 내용을 복습하거나 다양한 섬김과 영성훈련을 통해 위로와 회복이 충만한 여름방학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만군의 하나님이여 우리를 회복하여 주시고 주의 얼굴의 광채를 비추사 우리가 구원을 얻게 하소서”(시 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