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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헝겊’은 베, 무명 따위의 ‘천 조각’을 말한다. 처음 문헌에는 ‘헌것’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헌것’은 오늘날 ‘새것’과 대비되는 말로, 성하지 못하고 낡은 물건, 오래돼 허술한 물건을 뜻한다. 그래서 ‘헌것’이라고 하면 왠지 부정적이고 낡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 ‘헌것’라는 의미가 교회 성도들에게도 빗대어 사용될 때가 있다. 바로 교회 안에 새신자(新身者)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성도들, 오랫동안 한 교회를 다닌 성도들이 낡은 신자, 즉 ‘헌신자’ 취급을 받을 때다. 물론 오래된 성도라는 의미는 생각이 낡고 보수적이며, 담임목사의 사역에 걸림돌이 될 때 부정적으로 불리기도 한다.
목회자들은 젊은 사람, 새신자에게 자연스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돌봄과 섬김이 필요한 어린양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래된 성도들은 가끔 담임목사가 새신자만 좋아하고, 그들과만 일하고 싶어 한다고 불평한다. 새신자들을 중직에 세우면 오래된 성도들은 시기와 질투, 소외감과 박탈감마저 느낀다. 그래서 교회 안의 갈등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영적 침체를 겪어 과거 화려한 훈련 경력이 무색해지기도 한다.
마태복음 20장에는 ‘포도원 비유’가 등장한다. 포도원 주인은 아침 일찍 와서 오래 일한 사람이나 마지막 1시간만 일한 사람이나 한 데나리온씩 공평하게 품삯을 준다. 그러자 먼저 온 자들이 포도원 주인에게 불평한다. 그런데 포도원 주인은 “잘못한 게 없다”라고 답한다. 한 데나리온씩 주기로 한 처음 약속을 잘 지켰기 때문이다.
교회와 목회자가 20년 헌신한 사람이나 3년 헌신한 사람이나 똑같이 대접한다면 인간적으로 불평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오래된 성도들은 하나님 나라에 먼저 왔다는 축복과 은혜를 이미 넘치도록 받은 이들이며, 교회의 역사를 위해 몸과 마음으로 섬겨 하나님 나라에 상급이 쌓여진 헌신자(獻身者)들이다. 하나님으로부터 이미 받은 은혜를 잊은 채, 불평이 나오고 영적으로 침체돼 있다면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와 목회자들은 오래된 성도들의 영적 성장에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을 펼쳐야 한다. 새신자가 아무리 증가해도 교회는 오래된 성도들의 정서와 헌신으로 세워져 가기 때문이다. 오래된 성도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날마다 거듭나게 하기 위해 중단 없는 사랑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에 <디사이플> 9월호에서는 ‘오래된 성도들의 영적 침체, 우리도 관심이 필요해요!’라는 기획 주제를 통해 교회와 목회자가 어떻게 오래된 성도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영적 진보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인도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되리라”(마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