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2015년 11월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은행잎과 단풍나무의 노랗고 붉은 잎들도 점점 그 색감이 깊어지고 있다. 교회마다 특별 새벽기도회와 다니엘 21일 새벽기도회 등 새벽을 깨우는 기도회가 드려지고 있다. 새생명축제를 앞두고 영혼 구원의 기도 소리가 간절하게 들리기도 하고, 입시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기도도 뜨겁다. 그만큼 가을은 기도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인 것 같다. 김현승 시인은 ‘가을의 기도’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기도의 계절,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이번 가을에는 새벽기도를 작정해 드리고 있다. 아침 일찍 눈을 뜨는 것이 무척 힘든 게 사실이지만 제시간에 못 맞춰도 몸을 일으켜 교회로 나와 개인기도라도 몇 분 드리려고 애쓴다. 새벽의 찬 공기를 뚫고 교회에 다다를 즈음엔 ‘어서 가서 기도해야지’ 하고, 기도 보따리를 한 아름 안고 본당으로 들어간다.

 

주로 예배당 안을 가득 메운 이들은 우리의 50~60대 어머니들이다. 맨 뒤에서 어머니들의 뽀글한 단발머리, 막 일어나 오신 듯한 파란색과 분홍색 잠바, 가족과 교회를 위해 드려지는 어머니들의 기도 소리를 듣노라면 새삼 “어머니는 위대하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 기도 소리는 어떨 때는 흐느낌으로, 어떨 때는 힘찬 장군의 목소리로, 또 어떨 때는 작은 소녀의 목소리로 들린다.

 

온종일 가정에서 또 교회에서 때론 직장에서 일하다 파김치가 된 몸으로 어떻게 새벽마다 나와 기도드릴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게 가정을 지키고 교회를 지키는 힘임을 깨닫는다. 꾸미지 않은 민낯으로, 자신의 살아온 언어로, 오직 주님 한 분께만 매달려 기도하는 모습은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만큼 아름답다.

 

새벽마다 부르짖는 어머니들의 기도 소리를 들으면, 나도 저런 어머니가 돼야 할 텐데 하는 회개가 몰려온다. 그 어머니들의 기도 소리에는 힘이 있고, 굳은 결의도 엿보인다. 그 기도제목이 자녀의 대학입시 합격이든, 남편의 사업이 잘되게 해달라는 간절함이든, 그녀들의 기도에는 무언가 힘이 있다.

 

마치 다윗이 자신을 죽이려는 사울 왕을 피해 비록 굴속에 몸을 숨기는 도망자 신세가 됐음에도 “하나님이여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노래하고 내가 찬송하리이다”(시 57:7)라고 노래했듯이, 어머니들의 기도에는 삶의 고단한 문제들을 주님께서 해결해 주실 것을 굳게 믿고 의지하는 확정된 믿음이 보인다.

 

한 해가 얼마 안 남았다. 지금 이 시간, 아직 응답받지 못한 기도제목이나 삶의 어려운 문제들을 새벽기도 시간에 주님 앞으로 나아가 반드시 주님께서 응답해 주실 것을 믿는 확정된 믿음으로 부르짖는 기도의 계절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