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를깨운다 최상태 목사_ 화평교회
목회자에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신뢰
이곳저곳에서 세미나와 강의로 동역자들을 섬길 때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전통 교회나 미자립 교회에서 제자훈련 사역이나 가정교회 소그룹 사역을 하려면 준비 기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그때 나는 확신 있게 “담임목회자가 지금까지 해 온 총체적 목회 사역이 얼마나 성도에게 신뢰를 얻었느냐에 따라서 준비 기간이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다”고 답한다. 교회 현재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목회의 성패는 목회자의 신뢰도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존 맥스웰은 “신뢰는 리더십의 기초다. 사람들은 리더를 받아들이고, 그 이후에 리더의 비전을 수용한다”라고 말했고, 스티븐 코비는 “훌륭한 지도자는 신뢰를 바탕으로 역량과 인품을 갖춘 사람이다”라고 소개했다. 공자에게 한 제자가 나라의 부강을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공자는 “경제, 국방력, 신뢰”라고 답했다. 세 가지 중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니 “신뢰”라고 답했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주간지나 기독교 기관에서 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목회자를 향한 대중의 신뢰도가 타 종교의 지도자, 즉 신부나 승려보다 훨씬 낮게 나타난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우리도 온전해져야 하는데(마 5:48), 그리스도 예수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성숙해져야 하는데(엡 4:13),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마음 아프고 통회해야 할 일이다.
목회자가 신뢰를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아무리 역량 있고 경륜이 있다 할지라도 성도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면, 가르침에 구속력이 없어져 결국 목회의 생명력을 잃게 된다.
목회자가 신뢰를 얻어야 할 세 가지 영역
첫째, 물질에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존 웨슬리는 “어떤 사람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금석은 물질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목회자들은 성도들이 교회 건축을 위해 헌금할 때 그들 속에 있는 것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말한다. 그런데 목회자도 사명을 잃으면 맘모니즘(Mammonism)에 빠지게 된다.
목회자에게는 세상이 사랑하는 물질을 초연하게 내려놓는 훈련이 필요하다. 돈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목회는 사양길로 접어들게 된다. 얼마나 많은 목회자들이 목회하면서 혹은 목회를 마무리하면서 물질의 시험과 올무에 걸리는가?(딤전 6:8~10) 목회자가 물질에 초연할 때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둘째, 언어생활에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
목회자가 언행일치의 삶을 살지 않으면 그가 하는 말과 가르침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목회자는 “하나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능력에 있다”라는 말씀을 마음 깊이 담고 목회해야 한다. 강단에서 말한 것을 삶의 현장에서 지키는 자가 목회자다.
성경은 “서원한 것(약속한 것)은 해로울지라도 변하지 아니하며”(시 15:4)라고 말씀한다. 인격과 삶이 뒷받침되지 않는 메시지는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고, 생명력도 없다. 삶으로 신뢰 관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말씀을 가르칠 때 생명의 역사가 일어난다.
셋째, 도덕성에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
도덕과 윤리는 삶의 기본 영역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구원받은 자로서 복음에 기초한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살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해야 한다.
오늘날 목회자들이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면만 강조하고 사람과의 수평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며, 제대로 보여 주지도 않고 가르쳐 주지도 않기 때문에 신뢰가 무너져 가고 있다. 많은 목회자들이 하나님과의 관계라 볼 수 있는 영성은 강조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인 인성(사회성, 관계성, 관용성 등)에 대해서는 방관한다. 종교 개혁자들은 영성 못지않게 인성을 강조했다. 오늘날에도 목회자들의 균형 있는 삶과 사역을 통한 도덕성의 회복이 시급하다.
“너희는 예루살렘 거리로 빨리 다니며 그 넓은 거리에서 찾아보고 알라 너희가 만일 정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내가 이 성읍을 용서하리라”(렘 5:1).
신뢰 회복을 위한 제언
첫째, 거룩함을 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거룩함이란 무엇인가? 영국의 J. C. 라일 주교는 “거룩함이란 습관적으로 하나님과 한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주님은 나의 최고봉』의 저자 오스왈드 챔버스는 신자들이 거룩함을 너무나 가볍게 여기고 있다며 참된 거룩함을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한다. 그 대가는 땅에서의 관심을 지극히 줄이고, 하나님을 향한 관심을 무한히 넓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회자는 신뢰 회복을 위해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는 말씀을 붙들고, 거룩함을 생명처럼 생각하며 성령의 도우심을 힘입어 거룩한 삶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목회자들이 지엽적이고 비본질적인 사역들에 에너지를 낭비해서 신뢰를 잃었다면, 앞으로는 성경의 원리와 방법대로 본질적인 사역에 집중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본질적인 사역에 생명을 걸 만큼 충실하면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신뢰 구축을 위한 좋은 지름길이다.
“끝으로 형제들아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무엇에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무엇에든지 사랑받을 만하며 무엇에든지 칭찬받을 만하며 무슨 덕이 있든지 무슨 기림이 있든지 이것들을 생각하라”(빌 4:8).
셋째, 잘못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목회자들은 자신의 나약함, 무지함, 혹은 범죄, 실수 등 연약함에 대해 변명이나 핑계보다 있는 그대로 하나님과 공동체 앞에 나아가 사과해야 한다. 신중하지 못했던 말이나 행동들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다.
이는 다윗처럼 “내가 주의 목전에서 악을 행하였나이다”(시 51:4)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움과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만큼 인내해야 한다.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가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계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