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야기

2007년 12월

현장 이야기 | 광주 만남의교회 물은 99°C에서 끓지 않는다

현장이야기 박주성 목사

무일푼, 맨 땅, 맨 주먹으로 상가 건물 2층 34평을 임대해 개척을 시작한지 8년 만에 450석 규모의 본당을 갖춘 교회, 성도들의 90%가 소그룹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교회, 8년의 개척역사 가운데 두 번 교회를 건축하면서도 출석 성도수가 줄어들지 않고 성장해온 교회, 첫날부터 1년 8개월 동안 등록이 끊어지지 않은 교회, 회심 성장률이 80%에 이르는 교회, 목회자 혼자 뛰지 않고 제자훈련을 수료한 32명의 든든한 가장·총무들과 함께 동역하는 교회….


 


강정원 목사는 광주대학교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신대원, 호남신학대학교 대학원을 마치고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선교학박사)에 재학중이다. 현재, 전남노회 지도위원, 소그룹사역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만남의교회 담임목사로 시무 중이다.

 

특별한 후원 없이 개척한 교회는 살아남기조차 힘든 현실 속에서 지난 8년간 만남의교회가 기록한 내·외면적 성장과 성숙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광주 만남의교회는 어떻게 이런 놀라운 열매를 거두어들이게 된 것일까? 이제 강정원 목사와 만남의교회 목회현장을 둘러보며 함께 그 이유들을 찾아보도록 하자.

 

  만남의교회는 1999년 11월 27일, 상가 건물 2층 34평을 임대해서 2003년 2월까지 상가 건물에서 예배드렸다. 그 후 개척 3년 9개월 만인 2003년 8월 30일에 286평 대지에 160평 건평의 1층짜리 독립건물 성전으로 입당했다. 그리고 2006년 11월 25일에 2차 성전 건축을 완료하고, 2007년 7월 24일까지 증축을 완료해 450석 규모의 본당을 갖춘 현재의 예배당을 완공했다. 

 

 

변화를 위해 끓는 점까지 최선을 다하다
물은 100°C에 이르지 않으면 결코 끓지 않는다. 증기기관차는 수증기 게이지가 212°C를 가리켜야 움직인다. 99°C, 211°C에서는 절대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고작 1°C 차이일 뿐인데도 말이다. 제자훈련 목회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제자훈련 사역은 집요함을 요구한다. 마지막 1%의 정성과 헌신이 제자훈련 목회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강정원 목사는 CAL세미나를 수료하고 나서 세미나 테이프를 수십 번 암기할 정도까지 반복해서 들었다. 뿐만 아니라, 제자훈련 지도자 컨벤션, 제자훈련 체험학교, 소그룹사역컨설팅, 고양 화평교회·광주 첨단교회·평택대광교회 탐방세미나, 대각성전도집회세미나, 사역훈련지도자컨설팅 등 국제제자훈련원이 제공하는 제자훈련 목회관련 세미나에 개근하다시피 참여하며 제자훈련 목회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그것은 강 목사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했지만 제자훈련을 실패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고, 본대로 실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강 목사에게 제자훈련은 “한 번 해볼까?”가 아닌, “바로 이것이다.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비장한 각오였다. 그랬기 때문에 9명으로 시작된 1기 제자훈련에서부터 아무런 탈락자 없이 은혜롭게 수료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훈련생들이 결석하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부득불 결석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보충학습을 실시하여 수료하게 했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 훈련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훈련으로 기억됩니다. 하나님은 준비된 만큼 역사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절절이 체험했거든요.” 마지막 끓는 점까지 최선을 다한 강 목사의 고백이다.

 

양육과 훈련이 교회의 문화가 되게 하다
2007년 11월 현재, 만남의교회는 제자훈련 6기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제자훈련원에서 제공하는 CAL프로파일 교회진단 결과, 97%의 성도들이 제자훈련에 대해 자연스러움을 표했고, 제자훈련만이 목회다운 목회라고 평가하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양육과 훈련이 교회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렇게 제자훈련 목회가 교회의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는 원칙을 고수하는 담임목회자의 끊임없는 몸부림과 헌신이 필요하다. 제자훈련을 교회 내에 정착시켜가는 과정에서 담임목회자가 한두 번 정에 이끌려 원칙을 유보하기 시작하면, 제자훈련이 변화의 원리로 자리 잡기도 전에 변질되기 시작하며, 지금까지 여느 교회에서나 진행해오던 성경공부 과정의 하나로 전락해버리는 것을 보게 된다.
  만남의교회에도 원칙을 유보시켜야하는 위기가 찾아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한 번은 수료를 앞둔 3권 마무리단계에서 한 훈련생을 탈락시켜야하는 경우가 있었다. 남편이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아내가 남편 곁에서 간호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고, 결국 남편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급기야 남편을 떠나보낸 상실감을 가슴에 안고 제자훈련 수료식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얼마나 괴롭고 힘이 들었겠는가? 한 영혼이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제자훈련의 원칙을 유보시켜야만 하고, 제자훈련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한 영혼에게 상처를 입혀야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강 목사는 기도하는 가운데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한 영혼이 상처입지 않도록 ‘솔로몬의 선택’을 내렸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제자훈련의 원칙을 유보시킬 수 없어 일단은 다음 기수 때 재도전하도록 권면하고, 그 훈련생을 있는 힘을 다하여 섬겼다. 그 결과 그 성도는 마음을 추슬렀고, 교회 안의 다른 봉사를 감당하게 되었으며, 제자훈련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자칫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교회를 떠나버리거나, 제자훈련의 원칙을 무너뜨려야할 위기 상황에서 강 목사는 은혜롭게 원칙을 지켜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원리원칙만을 강조하고 적용한다고 해서 제자훈련이 교회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정착과 양육 과정을 통해 ‘왜 제자훈련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성경적 기초를 쌓고 비전을 공유하기 때문에 성도들 스스로 제자훈련에 발을 들여놓게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매월 넷째 주 낮예배 시간에 각종 양육·훈련과정의 입학식, 수료식을 갖는데, 매번 두세 사람을 선별해서 받은 은혜를 간증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자훈련이 회를 거듭해갈 수록 성도들의 삶에 변화가 나타나고, 그 변화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 쪽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먼저 수료한 선배들이 다음에 훈련을 받을 만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양육과 제자훈련을 추천해주고 있다.
  27년째 신앙생활하고 있는 김성임 집사는 만남의교회의 양육·훈련을 통해 말로 할 수 없는 유익을 누렸다고 고백한다. “기초양육과정부터 교회의 비전, 목사님의 목회철학에 대해서 알려주기 때문에 교회를 알아 가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강정원 목사님은 늘 ‘내가 할 수 없는 것이지, 주님이 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씀해주세요. 굉장히 긍정적이신 분이세요. 안된다는 것이 없는 분이세요. 칭찬해주시고, 긍정적으로 대해주시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저도 똑같이 그런 모습이 되어있더라구요. 제가 신앙생활을 상당히 오래했지만 밖에 나가서 예수 자랑, 교회 자랑, 성도 자랑, 목사님 자랑을 못했었는데, 만남의교회에 와서 양육과 훈련을 받으면서 그런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어디를 가나 예수 자랑, 교회 자랑, 목사님 자랑, 성도 자랑을 합니다.”
  2005년 대각성전도집회 몇 주 전부터 만남의교회에 출석하여 지금은 제자훈련을 받고 있는 임미영 성도는 이렇게 고백한다. “2년 동안 제가 제일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예수님 믿기 전에는 정말로 세상만 바라보고 살았더랬습니다. 남편은 현모양처를 원했는데, 저는 이틀만 집에 있으면 병이 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의 매일 쇼핑가고, 사우나하고 세상 돌아가는 구경만 하고 살았지요. 그런데 지금은 세상보다 교회가 더 재미있습니다. 엊그제 동생들과 만남이 있어서 다녀왔는데, 옛날에 재미있던 것들이 하나도 재미가 없고 빨리 집에 오고 싶은 거예요.”
  이처럼 만남의교회 안에는 양육과 훈련에 대해 이른바 ‘입소문’이 나 있다. 그 결과 모든 과정에 다음 기수에 등록하기를 원하는 대기자들이 생겨나게 되었으며, 양육과 훈련은 만남의교회에 잘 박힌 못과 같이 문화가 되기에 이르렀다. 한순간의 ‘소낙비’ 보다 무서운 것이 줄기차게 내리는 ‘가랑비’다. 만남의교회는 제자훈련과 소그룹 목회에 대한 강 목사의 줄기찬 ‘가랑비’ 전략에 젖어들어 제자훈련이 교회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돈 가뭄’보다 더한 ‘사람 가뭄’을 극복해내다
그러나 오늘날의 만남의교회가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수많은 눈물과 애통함으로 지샌 불면의 밤이 있었다. 강 목사는 부교역자로 섬기던 교회에서 후원받아 개척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정적으로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개척 후 3년 동안은 교회에서 생활비조차 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개척하면서 가장 서럽고 힘들었던 것은 돈이 없는 ‘돈 가뭄’이 아니었다. 제자훈련 시킬 만한 사람, 일을 맡길 만한 사람이 없는 ‘사람 가뭄’이었다. 보편적인 성도들은 개척 교회보다 안정된 교회, 부담 없는 교회를 선호한다. 만남의교회도 돈 가뭄, 사람 가뭄이 차별 없이 찾아드는 개척 교회였지만 강 목사는 여느 목회자처럼 가만히 앉아 기도만 하고 있지 않았다. 개척 초기, 강 목사는 먼저 전도에 몰두했다. 창립예배를 드리기 한 달 전부터 지역을 돌며 교회를 알렸고, 전단지를 돌리면서 지역 곳곳에 교회 이정표를 세웠다. 강 목사의 마음에 ‘우리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이 불쌍히 여기셔서 교회에 사람을 보내 주실 것이다’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한 때 ‘혹시 이동 교인이라도 올까’ 하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믿지 않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는 이 시대에 목회자부터 전도에 나서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을 지울 수가 없었다. 새로운 아파트가 입주할 때가 되면 어김없이 한 달 전부터 현장에서 전도지를 뿌리면서 전도했다. 그 결과 교회 창립예배부터 1년 8개월간 매주 등록교인이 등록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교인이라고는 가족밖에 없이 교회를 개척하여 창립예배를 드린 첫 주일부터 하나님께서는 생전 알지 못한 성도 두 명을 보내 주셨다.
  개척한지 8년이 지난 현재도 만남의교회에 등록하는 성도들은 80%정도가 새신자이다. 이렇게 회심성장률이 높은 이유도 강 목사의 목회방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목회를 하다보니까 기존 성도들 곁에는 전도해올 사람이 새신자들 보다 훨씬 적습니다. 하지만 새신자 옆에는 계원들, 친구들 해서 불신자들이 주렁주렁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주변에 전도대상자들을 달고 다니는 새가족들에게 기존 교인들 못지않게 관심을 두게 되었지요. 주일 설교도 새가족들에게 맞는 포인트로 쉽게 설교하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이미 신앙을 가진 분들이 등록하면 ‘우리 교회는 새가족들을 많이 염두하고 설교하니까 이해해달라’고 합니다.”

 

새가족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다
오늘날 전도의 열정이 살아있는 교회라 할지라도 등록한 성도를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해 교회성장의 열매를 맺는데 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교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만남의교회는 새가족이 등록하고나면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깊이 뿌리내리도록 돕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내었다.
  만남의교회에 새가족이 등록을 하면 곧바로 바나바가 5주간의 섬김을 시작한다. 강 목사를 통해 성장반까지 양육을 받은 성도들 중에서 인격을 우선적인 조건으로 선발한 22명의 훈련받은 바나바들이 교회에서 한번, 새가족의 집에서 한번, 바나바의 집에서 한번, 야외에서 한번, 전도해온 사람과 한번, 이렇게 5번을 만나 정착을 돕는다.
  만남의교회가 2003년 8월 30일 첫 번째 교회 건축을 마무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교회 건축을 결정한 이유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가족들이 정착할 수 있는 교회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무렵, 교회 앞 야산과 교회 뒤편에 아파트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만남의교회가 증축을 하지 않는 이상 교회만 1층 건물이어서 초라하게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성도들과 함께 교회를 새롭게 건축하기로 결정하고, 아파트 입주날짜에 교회 완공날짜를 맞추어 종탑부분부터 높인 현재의 건물을 완공하게 되었다.
  새롭게 들어설 아파트에 어느 연령층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는지 동사무소에 가서 확인해본 후 교회건축의 컨셉을 ‘3~40대가 머물 수 있는 곳’으로 정하고 접근해갔다. 그 결과 3~40대의 문화, 그들이 좋아하는 곡, 그들이 가는 쇼핑 공간, 그들이 사는 아파트 실내 인테리어를 고려해 교회 구석구석을 디자인했다. 그 한 예가 1층 로비에 있는 스튜디오급 새가족 환영사진 촬영장소이다.
  “3~40대 신세대 가정들을 위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동 스크린 배경과 조명시설이 갖추어진 곳에서 전문사진사 성도의 봉사로 스튜디오급 새가족 환영사진을 촬영해 선물로 제공해주기 시작했지요. 사실 큰 비용들이지 않은 장비들인데, 성도들이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한 없이 기쁘답니다.” 강 목사의 말이다.
  양육단계에서 매 과정을 수료할 때마다 엠티를 떠나는 것도 3~40대의 필요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대학생 자녀를 두었거나 자녀를 시집장가 보내야할 연배로 넘어가는 40대 중후반의 연령대와는 달리, 3~40대는 아이들 키우느라 집에만 매여 있는 연령대이지요. 그런 분들이 마음 맞는 성도들과 함께 한번씩 여행을 떠나면 가슴이 시원해져요. 그것이 3~40대입니다.”
  교회정착을 돕고자 애쓴 강 목사의 수고가 있어서일까? 지금도 만남의교회에는 3~40대의 젊은 성도들이 많이 전도되어 온다. 최고의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가 “나는 퍽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습니다. 나는 퍽이 다음에 튈 곳으로 갑니다”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강 목사는 자신과 만남의교회가 섬기는 지역사회가 변화해가는 것을 미리 앞서가며 영혼들이 정착하고 자라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고자 애썼던 것이다.

 

일을 만들기 전에 일꾼을 먼저 만들다
많은 개척 교회의 경우 소수의 일꾼들이 너무나 많은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여러 해 반복되면서 성도들도 탈진하고, 탈진한 성도들을 바라보는 목회자도 낙심하는 경우를 쉽게 발견한다. 개척 교회일수록 목회자의 에너지를 고도로 집중시켜 일꾼을 길러내는데 투자해야하는데, 너무 많은 일을 벌여놓아 정작 성장을 소화해낼 수 있는 미래지향적 구조를 갖추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이런 일반적인 개척 목회자들과는 달리 강 목사는 개척한 이후 3년 동안 구역편성을 하지 않았다. 구역을 맡아 이끌어줄 리더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험하기는 했다. 성도들 사이에서 구역을 조직해야한다는 요구도 많았다. 그래도 강 목사는 3년간 구역조직을 편성하지 않았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엉거주춤 구역조직을 편성해두고 나면 훈련된 지도자가 배출되었을 때 기존의 구역장을 그만두게 할 수도 없고, 그만두게 할 경우에는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3년 동안은 구역을 조직하지 않고, 교회조직을 단순화시키는 동시에 정착과 양육 과정 소그룹에 모든 성도들을 편성하여 일꾼이 될 만한 제자들을 길러내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제자훈련생들이 배출되어 나오기 시작하자 준비기간을 두고 소그룹(가정교회)을 이끌어갈 가장으로 세웠다. 그 결과 현재는 전 성도들의 90%가 소그룹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소그룹 중심의 교회가 되었다.
  강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조금 더디더라도 제자훈련이라는 목회 방향이 세워졌으면 교회를 이끌어갈 평신도 지도자를 길러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누구를 지도자로 세워야 건강한 교회를 세울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만 3년 동안은 새가족을 정착시키고 양육하여 평신도 지도자를 세우는 데에만 전념했습니다. 제자훈련에 바탕을 둔 소그룹 중심의 교회는 결코 하나의 구호로 이루어는 것이 아니며, 큰 현수막을 붙여놓고 외친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제자훈련을 통해 소그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평신도 지도자들을 배출해야 가능한 사역입니다.”
  개척한지 8년이 지난 지금도 강정원 목사의 주간 스케줄은 양육과 훈련으로 꽉 들어차있다. 주일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까지는 가장·총무 모임을 인도하고, 화요일 오전에는 여제자반, 화요일 저녁과 수요일 오전에는 여성장반, 목요일 저녁에는 직장인 성장반, 금요일 오전에는 바나바사역자모임을 각각 인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곧 주일 저녁 남제자반을 시작할 예정이다. 매주 7개의 소그룹 모임을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가히 제자훈련 목회에 미쳐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강 목사가 이렇게 양육·훈련 사역에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도 탈진하지 않는 이유는 강 목사가 훈련시켜놓은 평신도 지도자들이 심방 사역을 담당해주는 작은 목사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섬겨주고 챙겨주는 것은 전도자, 바나바 사역자, 소그룹(가정교회)에서 많이 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목사가 심방도 하지만 심방 사역에 주력하지 않고, 양육과 훈련 사역에 몰두할 수 있지요. 성도들이 정착하도록 돕는 사역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져버리니까 정말 목회자가 아니면 안 되는 사역인 양육과 훈련 사역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마르지 않는 창조성의 샘물을 길어 올리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소그룹 사역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소그룹 중심의 교회는 구호나 생각만으로 구현되지 않는다. 만남의교회가 전성도의 90%가 소그룹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소그룹 중심의 교회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강 목사는 7년 동안 부목사로 섬겼던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구역 활성화 방향에 따라 부교역자로서 지역별 성경공부를 만들어 삶을 나누고 느낀 점을 나누는 시도를 하면서 상당한 변화를 경험했다. 그래서 강 목사는 ‘내가 만약 개척을 하면 소그룹 중심의 교회로 가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소그룹 사역과 관련된 책을 읽고, 국제제자훈련원의 소그룹 컨설팅과 한국소그룹목회연구원의 원데이, 투데이 세미나를 다녀오면서 소그룹과 대그룹이라는 두 날개 개념을 정리했다.
  구역조직에 익숙해져있는 성도들을 대상으로 변화가 경험되는 소그룹 중심의 교회를 구현하기 위해 강 목사는 먼저 자신이 직접 인도하는 초급 양육 단계인 소그룹 사역(양육반 6주, 영성반 6주, 교회론반 6주)과정을 소그룹으로 편성해 이끌었다. 또한 정착단계인 바나바사역(5주), 양육단계인 소그룹 사역과 성장반(13주)에서 가정교회 참석을 숙제로 내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양육단계인 소그룹 사역 과정들은 교회에서 모이지 않고, 양육과정에 지원한 성도들의 집을 돌아가면서 모이게 했다. 그래서 만남의교회 성도들은 가정을 자연스럽게 오픈한다. 교회는 밑에서 올려주고, 가장·총무는 위에서 끌어주니 가정교회 참석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 강 목사는 소그룹 중심의 교회라는 이미지가 성도들의 마음에 새겨지도록 여러모로 노력했다. 그 한 가지가 교회 내에 있는 모든 테이블을 ‘라운드 테이블’로 제작한 것이다. 성도들이 서로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교제할 수 있는 라운드 테이블은 만남의교회가 소그룹사역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한 가지 장치다. 또한 주일예배를 드린 후에 의도적으로 전 교인이 점심을 나눠 먹으며 교제하게 한다. 라운드 테이블에 오순도순 둘러앉아 소그룹으로 교제하며 식사하는 시간은 소그룹 사역에 대한 만남의교회 스피릿을 부지불식간에 성도들의 뇌리 속에 각인시키는 시간인 것이다.
  가정에서 모이는 소그룹 모임에서도 다과보다 음식을 함께 나누도록 지도한다. “목회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보면 먹는 문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큽니다. 음식은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고, 마음까지 가까이 갈 수 있는 사이가 되도록 만들어줍니다. 초대 교회를 보면 분명히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음식을 나눠 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적인 접근으로 볼 때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처럼 좋은 문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교회 소그룹 모임은 100% 음식을 집에서 가지고 와서 나눠 먹으며 모임을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어느 소그룹 모임이나 은혜로우려면 찬양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 교회 안에는 음악을 이해하고, 기타나 피아노로 반주를 해가면서 찬양을 인도하기에는 인프라나 음악적 수준이 뒷받침되지 않는 소그룹지도자들이 많이 있다. 그래도 강 목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창조적인 돌파구를 찾던 강 목사는 찬양반주기를 발견하게 된다.
  현재 만남의교회는 모든 소그룹 모임에서 찬양반주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각 방별로 앰프시설이 되어있다. 가정에서 모일 때는 휴대용 앰프를 가지고 다니면서 찬양반주기를 활용하고 있다. 악기를 다룰 수 없는 평신도 지도자들은 자비로 찬양반주기를 구입해 소그룹 모임이 더 풍성한 은혜의 자리가 되도록 찬양을 활용하는 것이다. ‘음악적 은사가 부족한 성도들은 어쩔 수 없다’고 그저 주저앉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주신 우리 속에 심어두신 마르지 않는 창조성의 샘물을 길어낸 결과다.

 

소그룹 지도자들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다
많은 경우 소그룹 지도자들을 파송한 것으로 만족하고, 소그룹 지도자 모임을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소그룹지도자 모임을 소홀히 하는 것은 소그룹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 소그룹의 활성화는 지도자 임명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훈련에 의해서 가능하다.
  강 목사는 소그룹을 이끌어가는 가장·총무들의 모임에서 주중 소그룹 모임에서 나눌 성경공부만 다루지 않고, 시범을 보이기도하고, 아이스브레이크, 찬양인도 등을 맡겨서 시켜보기도 한다. ‘리더들이 지켜야할 자세’나 ‘소그룹 운영방법’에 대해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한다.
  가장과 총무를 분리시켜서 8개 팀으로 편성한 다음, 가정교회 내에서 새롭게 이슈가 될만한 주제들, 이를테면 ‘결석자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워크숍하고 돌아가면서 발표하게 한다. 이 워크숍에서는 ‘소그룹 모임이 더 효과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 ‘가장 효율적인 모임 순서’, ‘소그룹에 참석이 불가능한 지체들에 대한 대책’, ‘소그룹에서의 전도 방법’ 등에 대해 다룬다. 이런 워크숍은 다양하고 실제적인 문제를 놓고 토론하므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조별로 나눌 때보다도, 발표하는 시간에 더 많은 은혜와 도전을 받는다.

 

제자훈련 목회의 보람과 환희
“저는 제자훈련은 결코 쉬운 목회가 아님을 느낍니다. 세상에서 돈버는 일, 몸을 고치는 일도 어려운 일인데,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 쉽겠습니까? 목회자의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노력, 성령의 도우심과 연구 없이는 이 사역을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맨주먹으로 건축하는 동안 성도들이 담보대출 보증을 해주기도 하고, 훈련받은 분들이 몇천만원씩 건축헌금을 작정해 주었습니다. 근데 놀라운 것은 제자훈련 받지 않은 분들이 헌신적으로 헌금한 것입니다. 한참 건축 중일 때 새벽기도회에 감사헌금이 올라왔어요. ‘하나님 은혜 받아서 감사헌금 했구나’ 하고 열어봤더니 이천만 원이 들어있는 거예요. 그는 믿은 지 1년도 안된 사람이었어요. 성장반을 막 마친 분이었는데, 그 뒤로 그분이 또 일천만 원을 헌금했습니다.”
  건축을 결정하고 예배만 드릴 수 있는 공간을 찾았는데, 문화센터, 유치원, 학원의 강단, 학교 강당 등을 다 찾아봤는데 교회는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1년 반 동안 옮겨 다니면서 예배를 드렸는데, 건축 후 제일 눈물 나왔던 기억이 먼지투성이 바닥에 비닐을 깔고 예배를 드렸다는 점이다. 성장반 사역도 공사가 진행 중일 때였는데, 추운 새벽 시간 보일러도 없이 진행했다. 추운 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공간이었으니 성도들이 얼마나 추웠겠는가? 강정원 목사는 결석하지 않고 열심히 말씀에 집중해준 성도들이 고마웠다고 한다. 이렇게 교회 역사가 짧으면서도 교회건축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그룹 중심의 양육과 제자훈련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상가 교회시절, 만남의교회에 등록한 김 집사라는 분이 있습니다. 영접할 당시 가정적으로 힘든 일이 겹쳐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었어요. 30년 넘게 여호와의 증인인 큰언니, 무당인 둘째언니, 남묘호랑개교를 믿는 새언니, 주식으로 가정경제에 어려움을 가져다준 남편…,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예수를 영접했습니다. 지금도 김 집사의 환경은 별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렇게 간증합니다. ‘환경은 거의 달라진 게 없어요. 그러나 환경을 대하는 제가 변하니까 모든 게 다 감사고 행복입니다. 특히 제자훈련 입학할 때, 2권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의 구원’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나를 짓눌렀던 환경들을 기도하면서 다스릴 수 있는 상황까지는 온 것 같습니다’. ”  

 

개척하는 목회자들에게
“개척을 생각하는 목회자들은 먼저 목회철학을 분명히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개척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지요. 저는 소그룹 중심, 제자훈련 중심으로 가야하겠다는 목회 방향을 세우고, 그때그때마다 시대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오늘의 만남의교회를 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면, 개척 교회 목사는 목사 스스로가 전도에 몰두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어느 시점이 되면 점프하라는 것입니다. 많은 성도들이 훈련받고도 큰 교회로 가버리려 합니다. 그러니까 전도해서 제대로 훈련을 시키는 것과 더불어 교회 시설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쪽도 관심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와 함께 하드웨어도 갖추라는 것입니다. 그냥 되는대로 개척하지 말고 전도에 몰두하고 양육하고 그 다음에 훈련시키고, 그런 다음 점프하도록 준비해야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저에게 맛보게 하신 아름다운 열매를 여러분들도 맛보게 해주시리라고 확신합니다.”

 

  ‘가장 위대한 업적도 처음 한동안은 꿈이었다. 참나무는 도토리 속에서 잠자고, 새는 알 속에서 잠자며, 영혼의 가장 원대한 꿈속에서 깨어있는 천사가 돌아다닌다. 꿈은 현실의 씨앗이다.’ 제임스 앨런의 글이다. 2008년 건강한 교회, 건강한 목회를 꿈꾸는 꿈쟁이 목회자들에게 이번 글이 촉매제가 되기를 기도해본다.

 

 <박주성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