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야기

2020년 09월

대동교회 - 복음의 플랫폼으로 지역 사회를 품는 교회

현장이야기 조충현 목사

김양흡 목사는 총신대학교와 동 대학교 신학대학원과 일반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안암제일교회와 충현교회, 동광교회에서 부목사로, 통영 충은교회에서 담임목사로 각각 섬겼다. 2005년 대동교회에 부임해 담임목사로 16 년간 건강한 교회로 세워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있어 ‘중도’라고도 불리는 대전은 1905년 경부선, 1914년 호남선 개통 이래 수도권과 영·호남 지방 간의 인구, 산업, 사회, 문화 전반의 유동 인구가 모이고 분산되는 교통의 요충지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대전역 뒤편에 자리한 곳에 ‘대동’이라는 동네가 있다. 대동은 사통팔달의 명실상부한 대전 동부지역의 교통 중심지이면서, 문화 관광지로 유명하다.

6.25 한국 전쟁 이후 많은 피난민이 대전역을 중심으로 배골산에 모여 살면서 오늘의 대동 주민을 이루게 된다. 배골산은 계족산의 남쪽인 대동 방향으로 내려온 산줄기다. 이곳은 일제 시대부터 배나무가 많은 계곡이라 배나무 골 또는 배골산이라고 불렸다. 배꽃을 뜻하는 ‘이화’(梨花)는 ‘대동의 길’ 이름이기도 하다. 야트막한 산 중턱에는 연애 바위라 불리는 큰 바위가 있다. 연애 바위를 지나 산을 내려오면 대전 작가들의 그림이 담벼락에 걸려 있는 벽화 마을이 보인다. 피난처가 됐던 동네는 이제 벽화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여행객들의 휴식처가 됐다.

이번 달 <디사이플>에서는 영·호남이 만나는 대전의 동부 지역에서 평신도를 깨우는 제자훈련으로 건강한 교회를 세우고 있는 대동교회를 소개한다. 대동교회를 담임하는 김양흡 목사는 올해로 15년째 제자훈련을 인도하며 ‘한 사람을 예수님의 온전한 제자’로 세우는 제자훈련 목회를 이어 오고 있다. 그는 제자훈련을 통해서 평신도 동역자를 세우는 것이 자신의 비전이요, 사명이라고 말한다.

“제자훈련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부임할 때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제자훈련 목회를 이어 왔습니다. 대전에 내려오기 전부터 시작했으니 제자훈련 목회를 한 지가 20년이 훌쩍 넘었네요. 대동교회가 대전지역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김양흡 목사는 2005년 3월 6일 대동교회에 3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대동교회는 1953년 4월 5일 천막에서 5명의 성도가 모여 창립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됐다. 67년의 역사가 있는 전통 교회에 부임해 제자훈련 목회철학을 목회 현장에 접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척박한 상황에서 제자훈련 목회철학에 대해 확신을 갖고 꿋꿋이 평신도 훈련을 지속해 온 김 목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삭의 마음으로 순종하겠습니다”

김양흡 목사는 초등학교 시절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단 한 번도 흔들림 없이 사명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달려왔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졌지만 어린 시절에는 목사님을 하나님처럼 좋아했어요. 그래서 ‘목사님, 목사님’ 하면서 그분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했어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교회와 학교 친구들은 저를 목사라고 불렀죠.”

김 목사는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서나 학교에서 모범이 되는 아이였다. 그렇다고 믿음의 가정에서 자란 것도 아니다. 김 목사가 먼저 교회를 다닌 후 가족에게 복음을 전해 구원의 길로 인도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소개한다.

“처음 교회에 나가게 된 것은 교회에 가면 간식도 주고, 지우개와 연필도 선물로 줬기 때문이에요. 그때는 먹을 것이 귀했으니까요. 여름성경학교도 먹으러 다녔어요. 그러다가 목회자의 소명을 받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예요. 당시 교회는 밤에 모여서 다음 날 새벽까지 철야집회를 했는데, 어른들을 따라다니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죠. 지금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알지만 그때는 은혜가 무엇인지도 몰랐어요.”

그는 이렇게 초등학교 5학년 때 목회의 소명을 받고, 1977년 총신대학교에 입학한다. 후에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거쳐서 여러 목회지를 다니며 준비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던 중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37세 젊은 나이에 경남 통영에 위치한 충은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한다.

“통영에는 세 개의 큰 교회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충은교회였어요. 충현교회에서 부목사로 4년 동안 섬기다 1994년 11월 17일에 담임목사가 됐죠. 제가 통영에 7년 반 동안 있었는데, 아무래도 지방이고 전통 교회이다 보니 교회의 역동성과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강력한 도구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고민하다 제자훈련이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이하 CAL세미나)에 참석했죠.”

김 목사는 CAL세미나에서 고(故) 옥한흠 목사의 강의가 좋았지만, 제자훈련 목회를 꼭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확실히 느끼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제자훈련 교재는 성경공부 교재로 사용하기에 탁월하다고 생각해 CAL세미나를 마치고 제자훈련을 ‘성경공부’라고 생각하며 성도들을 모아 가르쳤다.

목회자가 전통 교회에 부임해 목회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세월을 거쳐 고착화된 문화와 체계에 목회자의 목회 방향이 통제당하기도 하고 내부적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양흡 목사는 고착화된 전통에 부딪혀 부임한 지 7년 반 만에 교회를 떠나야 했다.

“부임 이후 좋았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면서 힘들어지자 더는 버틸 수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목회자가 성도들과 싸울 수는 없잖아요. 그때 하나님께서 이삭의 마음을 주셨어요. ‘우물을 팠다가 싸움이 나면 놔두고 다른 곳으로 가라. 진흙탕 싸움하지 말고 깨끗하게 떠나라’는 마음을 주셔서 하나님께 ‘순종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교회에 사표를 내고 나왔습니다.”

김 목사는 그야말로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하나님만 믿고 사표를 낸 채 통영을 떠났다. 이후 그는 서울 동광교회 부목사로 가게 된다. 담임으로 목회를 하다 부목사로 사역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떠나라’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며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하나님께서 일하시기 시작하셨다.


제자훈련에 눈을 뜨다

서울 동광교회에 부임한 김 목사는 교회의 전체적인 사역을 살핀 후 지역 사회를 섬기는 복지, 사회봉사와 같은 사역은 활성화돼 있는데, 정작 사람을 세우는 양육과 훈련 사역이 미흡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담임목사에게 사람을 세우는 양육과 훈련 사역도 활성화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당시 담임목사님이 CAL세미나를 다녀오시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목사님이 CAL세미나에 다녀오셔야 제가 제자훈련을 할 수 있어요. 일주일 동안 쉬다가 오세요’ 하고 설득을 했죠. 그렇게 해서 제자훈련을 시작했어요. 처음에 성도들은 제자훈련이 무엇인 줄도 모르고 교회에서 새로운 성경공부를 한다고 하니까 뭔가 하고 궁금해서 들어왔어요. 그런데 그때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교회 안에 임한 거예요. 저는 그제야 제자훈련의 능력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진정한 제자훈련 목회를 시작한 것 같아요.”

제자훈련에 들어온 성도들이 훈련을 받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되자, 교회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음 기수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신청해 혼자 모든 반을 인도할 수 없어 다른 부목사를 CAL세미나에 다녀오게 해 제자훈련을 맡겼다. 변화의 시작을 일으켰던 박명희 집사라는 분은 신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전도사가 됐다.

“처음 박명희 집사를 만났을 때는 인상이 좋지 않았어요. 그분의 직업이 만화가였는데, 직업 특성상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다 보니 낮에 교회에 나오는 게 쉽지 않으셨죠. 그리고 집사님은 섬기는 일도 마지못해 하셨어요. 그런데 제자훈련을 받고 나서 이 집사님이 주일예배는 물론이고 새벽예배도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또 교회가 필요로 하는 사역 부서에 들어가서 섬기기 시작하셨는데, 얼굴 인상이 바뀌더라고요. 완전 딴사람이 되셨죠.”

사람은 세 살 때의 습관을 여든 살까지 붙잡고 간다. 왜 그럴까? 변화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현재 익숙해져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시작된다. 제자훈련은 ‘불편함’이라는 큰 산을 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김 목사는 제자훈련이 생명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 붙어 있게 만들고, 훈련생 각자에게 영적 변화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도전하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는 제자훈련 목회자입니다”

김양흡 목사는 동광교회에서 부목사로 2년 반 정도 사역하다 다시 담임목회를 결심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이곳 대동교회에 부임했다. 김 목사는 대동교회에 부임하게 된 것이 온전히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와 섭리’라고 말한다.

“대동교회에 이력서를 낸 건 제가 아니라 아내였어요. 아내가 신문을 보고 이력서를 넣었어요. 2차 서류부터는 제가 준비했고요. 그런데 통영에 있을 때, 막연하게 “마지막 목회지는 대전이면 좋겠다”라고 아내와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대전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는 독특하게 대동교회에 이력서를 제출할 때 동광교회에서 제자훈련을 했던 박명희 집사의 간증문을 동봉해서 보냈다. 간증문을 함께 낸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담임목사를 뽑는데 이력서에 다른 사람의 간증문을 제출한 경우는 아마 한국 교회에서 드문 일일 거예요. 간증문을 함께 제출한 이유는 제가 이곳에 부임해 목회를 하게 되면 박명희 집사님처럼 제자훈련을 통해 예수님 안에서 온전한 자로 자라나 변화되는 성도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사실을 장로님들과 성도님들께 알리고 싶었어요. 대동교회에 가면 “무조건 제자훈련을 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과 같죠.”

기성 교회에 부임했음에도 제자훈련 목회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제자훈련을 하겠다는 계획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에 대해 어떤 반대도 하지 않았다. 김 목사의 이런 행동은 교회의 토양을 다지고 제자훈련의 목회를 이끄는 데 자양분이 됐다. 이런 시도는 대동교회에서 16년 동안 제자훈련 목회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김 목사는 2005년에 부임해 바로 다음 해부터 장로들을 비롯한 교회 중직자들을 대상으로 1기 제자훈련을 시작한다.

“제자훈련을 시작하기 쉬웠던 이유는 이력서 낼 때부터 제자훈련을 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소위 딴죽을 거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제자훈련이 교회를 이루는 하나의 문화가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자훈련을 안 하면 장로, 권사 후보에도 오를 수 없도록 규정을 만들었어요. 그러니 제자훈련을 안 받을 수가 없는 거죠.”

김양흡 목사는 대동교회에 부임해 지금까지 제자훈련에 전심전력을 다했다. 어느 해에는 일주일에 주일 저녁, 화요일 낮, 화요일 저녁, 목요일 저녁에 걸쳐서 네 개의 반을 인도하기도 했다. 그는 20 년 넘게 제자훈련 목회를 해 오면서 ‘목회자의 기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왜냐하면 제자훈련은 매년 똑같은 교재를 사용하지만 제자훈련을 받는 훈련생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목회자가 훈련생들의 영혼을 놓고 기도하지 않으면 결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훈련을 인도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목회자가 훈련생을 놓고 전심을 다해 기도하면 변화가 많이 나타나고, 기도를 소홀히 하고 훈련에 임하면 변화가 덜하다는 사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훈련을 할 때 더 많이 하나님 앞에 엎드렸어요. 훈련생의 변화와 열매를 위해서요.”

하나님께서는 김 목사에게 이삭의 마음으로 통영을 떠나게 하셨고, 서울과 대전으로 이끄셨다. 긴 고난의 터널을 지나게 하시면서 깎으시고 다듬어 주심으로써 대동교회에서 아름답게 사역하도록 인도해 주셨다. 그는 이삭이 여러 우물을 판 이후에 마지막에 ‘넓은 장소’로 불리는 르호봇으로 갔던 것처럼, 이렇게 좋은 교회에 와서 제자훈련 목회를 할 수 있는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한다.


‘노는 물’이 달라지다

교회는 사역의 열매를 얻기 위해 먼저 좋은 밭이 돼야 한다. 좋은 밭이 되는 것이 교회의 풍토다. 그러나 이 같은 교회의 풍토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이제 막 태어난 그리스도인을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훈련시키는 일에는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교회가 좋은 풍토가 되는 데에 제자훈련에 성패가 달려 있다. 제자훈련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간을 통해 교회는 어느덧 체질과 풍토가 변화된다. 풍토가 바뀌지 않고서는 절대로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없다. 만약 지금 좋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나빠지고 잘못될 수 있는 요소들이 교회 안에는 너무나 많이 있다.

따라서 교회는 사역보다도 먼저 훈련을 통해서 교회의 풍토와 체질을 바꾸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사역에 실패할 수는 있어도 훈련에 실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목회 현장에서는 훈련이 잘돼도 사역에 실패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왜냐하면 목회 현장에는 여러 가지 불안정한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훈련에 성공하지 못하고 사역에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먼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역이 아니라, 훈련에 집중하고 성공하는 일이다.

평신도를 깨워 예수님의 제자로 세우는 비전을 갖고 시작한 대동교회 제자훈련은 2020년 9월 현재까지 제자훈련 14기로 242명의 훈련생을 배출했고, 사역훈련은 9기로 9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코로나19 상황 중에서도 현재 제자훈련 15기로 5명이 훈련을 받고 있다. 김양흡 목사는 교회의 다른 사역도 많이 있지만 제자훈련과 사역훈련만큼은 부교역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인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자훈련을 혼자 다 했어요. 한 반만 부목사님이 맡아 진행한 적이 있어요. 다른 일정이 있어 부목사에게 잠시 맡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15년 동안 훈련 인도를 멈춰 본 적이 없습니다. 제자훈련 사역은 제가 감당해야 할 사역 중에 첫 번째 우선순위이기 때문이에요.”

현재 새가족 위원회를 섬기고 있는 김명중 장로는 고희(古稀)를 지나고 있다. 김 장로는 2014년에 9기 제자훈련을 수료했다. 그는 제자훈련 소회를 이렇게 밝힌다.

“제자훈련을 통해 저는 희미하게 유지되고 있던 예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예수님을 주로 모시는 삶으로 변화됐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제자훈련을 마치면 밤 10 시가 넘는 늦은 시간이 됐지만, 교회 밖으로 나오면서도 훈련 동기들과 ‘내가 만난 예수님’을 나누며 따뜻한 대화를 이어 간 일입니다. 이내 전철 막차 시간이 돼서 함께 뛰었던 그날의 기억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유쾌한 힘이 됩니다.”

김 장로는 김양흡 목사와 함께 신앙생활을 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9년 전 3월 어느 날, 생존 확률 반반의 수술을 기다리고 있던 새벽에 병상 머리맡에 오셔서 소리 없이 서 계시던 목사님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저는 목사님을 만나 제자훈련을 통해 신앙의 먼 길을 돌아왔음을 깨달았고, 엉켜 있던 실타래가 풀리듯 생각이 정돈되면서 주님과의 참된 교제에 소홀했음을 알게 됐습니다. 십자가의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죄인임을 인정하고, 온전한 죄 고백과 거듭남을 통해 예수님의 제자임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죽고 예수님은 살아야 하고, 주님과 동행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음을 배운 귀한 훈련이었습니다.”

제자훈련 목회는 한 영혼을 예수님의 온전한 제자로 세우는 목회다. 제자훈련 목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열매는 훈련받은 성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건강한 교회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김양흡 목사는 “제자훈련을 통해서 목회자 자신에게는 기쁨과 감격이 생겼으며, 평신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분명한 비전과 사명을 갖고 교회 안에서 유기적으로 사역하는 역량을 만들어 줬다”라고 말한다.

김양흡 목사는 대동교회에서 15년 동안 제자훈련을 인도하면서 잊지 못할 한 사람이 있다면서 인터뷰 도중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故) 김수일 성도다. 그녀는 수십 년간 불자로 살아오다 복음을 듣고 대동교회에 나왔다. 제자훈련을 받다 안타깝게도 수료를 5주 정도 앞두고 하나님 품에 안겼다.

“성도님은 췌장암 말기셨는데, 제자훈련을 받는 도중 다시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셨어요. 그런데도 제자훈련 시간에 앉아만 있겠다고 하시면서 나오셨어요. 고통이 심해서 굉장히 아파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훈련에 나오셨어요. 그분이 했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목사님, 예수 믿고 제자훈련 받으면서 노는 물이 달라졌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예수님을 믿고 제자훈련을 받다 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 거죠. 안타깝게도 수료를 얼마 안 남기고 돌아가셨어요. 나중에 명예 수료증을 만들어 가족에게 드렸어요. 감사한 것은 고(故) 김수일 성도님의 딸이 다음 해에 제자훈련을 받았어요.”

김 목사는 제자훈련을 통해 성도들이 변화를 받고 복음 앞에 무너져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때 제자훈련 목회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한 영혼의 변화를 통해 교회 공동체, 가정 공동체가 변화되고 있음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그는 평신도들의 변화를 목격하면서 자신은 정말 행복한 목회자라고 이야기한다.

“제자훈련은 제게 가장 큰 기쁨을 안겨 줬습니다. 매년 제자훈련을 통해서 영혼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제게 있어서 목회의 보람이고 행복입니다. 어떻게 보면 제자훈련의 덕은 제가 가장 많이 누리게 된 것 같습니다.”


설교의 수준을 높이라

목회자에게 있어 ‘설교’는 매주 늘 마음의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제자훈련 하는 교회는 훈련으로 영적 수준이 높아진 청중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더 힘들어진 면도 없지 않다. 이에 제자훈련을 하고자 준비하는 목회자가 제자훈련과 설교의 균형을 어떻게 잡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목회의 성패가 좌우된다. 김양흡 목사는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제자훈련 목회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목회자의 설교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자훈련을 통해 성도들의 눈높이가 올라갔는데도 목회자가 설교를 준비하는 데 진액을 쏟아붓지 않으면 그의 목회는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성경 연구도 다른 목회자보다 더 많이 하려고 애쓰고 설교의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주일설교 전문을 컴퓨터로 타이핑하고 나서 다 외웁니다. 그런 후에 설교할 때는 요약본 한 장만 들고 강단 위로 올라갑니다. 요약본은 중간 중간 성경 구절을 확인하기 위해서 가져갑니다. 그리고 설교 중간에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제자훈련을 통해 귀납적 훈련이 돼 있는 성도들 앞에서 성경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절적하기 때문입니다.”

고(故) 옥한흠 목사가 제자훈련 목회자들에게 당부했던 이야기가 있다.

“오늘날 설교자들에게는 ‘쉬지 말고 준비하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하루 24시간 머릿속에서 설교할 주제를 생각하고, 성령께서 깨닫게 하시는 아이디어도 메모하고, 서점에 가서 책도 찾아보는 등 ‘24/7 원리’를 항상 적용해야 합니다. ‘24/7 원리’는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한 말로, 요즘 비즈니스를 하루 24시간, 주 7일간 쉬지 않고 오픈하는 일반적 추세를 가리켜 하는 말입니다. 설교자의 설교도 이와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 24시간, 7 일 내내 깊이 연구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김 목사는 고(故) 옥한흠 목사의 당부를 기억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대동교회에서 목회하면서 설교를 준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새벽예배도 원고를 철저히 준비해서 설교했다. 지금까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반복해서 세 번 설교를 했다. 그중 일부는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그는 말씀과 기도 앞에서 스스로 하나님과 씨름하는 시간을 통해 ‘말씀의 사역자’로 세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교회로 나아가라

플랫폼(Platform)이란 기차역 승강장을 가리킨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 끝없이 기차에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장소다. 플랫폼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단순한 공간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기차를 타고 내리기 위해, 혹은 환승하기 위해 모여들다 보면, 새로운 문화와 일자리 등 생각지 못했던 놀라운 세계가 펼쳐진다.

대동교회는 ‘플랫폼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대동 플랫폼’이라는 비전센터를 건축했다. 대동 플랫폼은 사람들이 만나서 대화하는 가운데 정보를 나누며 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목적지인 천국을 향해 출발하도록 하는 연결과 소통의 장소다. 대동 플랫폼은 2019년 4월 29일 기공예배를 시작으로 올해 4월 3일에 완공했다. 김양흡 목사는 대동 플랫폼을 통해 교회 밖 세상에 하나님의 사랑을 연결해 세상에도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바라고 있다.

대동 플랫폼은 건축 면적 1,464.47m2(443평)로 지상 3층, 지하 1 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 카페 천장에는 플랫폼 교회를 상징하는 기찻길이 놓여 있고, 기찻길을 따라 기차가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다. 이곳은 성도들을 비롯해서 지역 사회에 오픈해 교제의 장으로 활용하도록 만들었다. 2층은 총 200석 규모로 만들어진 극장 겸 공연장이다. 주일에는 유초등부와 청년부가 예배를 드리고, 주중에는 지역 사회 모임 장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경로당 어르신들을 초청해 무료 영화 상영도 계획하고 있다.

“대동교회를 중심으로 주변에 4천 세대의 아파트가 있는데, 내년이면 2천 세대가 더 들어와서 6천 세대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 어린이집이 많고, 어르신들도 많으세요. 그래서 행사 장소로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물론 무상으로요.”

다음으로 3층은 체육관이다. 처음에는 실내 골프장을 계획했지만 대동 플랫폼을 짓기 전에 다른 교회 탐방을 하고 배드민턴장으로 변경했다. 그러자 동네 주민들이 배드민턴을 치기 위해 오기 시작했다. 배드민턴장을 만드니 비슷한 기구 종목인 탁구나 족구, 배구도 가능해졌다. 김 목사는 현재 코로나19로 주위에 있는 체육관이 다 문을 닫아 못 가게 되자 자신이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아직 체육관 시설이 완비되지 않았는데도 코로나19로 동네 체육관에 못 가게 되자 배드민턴 동호회가 와서 체육 시설인 네트와 장비 심지어 시계도 걸어 놓았어요. 그리고 탁구팀이 들어와서 탁구대를 사다 놓았어요. 사용료를 안 받겠다고 하니까 동호회에서 미안하다며 헌금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해요. 요즘 사회 분위기는 교회에 사람들이 오라고 해도 안 옵니다. 그런데 교회에 체육관과 카페가 있으니 오라는 말을 안 해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옵니다. 또 여러 동호회가 들어오자 자기들끼리 규칙을 만들더라고요. 배드민턴은 월, 화, 목, 금요일 저녁마다 치고 가고, 탁구도 자기들끼리 팀을 짜서 치고 갑니다. 운동 후엔 깨끗하게 청소도 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채워 놓고요. 우리는 그들에게 장소를 제공해 주고, 때마다 복음을 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거죠.”

김 목사는 현재 대동 플랫폼에 일어나는 일들이 애초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라며 이후 하나님께서 대동 플랫폼을 어떻게 사용하실지 기대가 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대동교회가 복음의 플랫폼으로 지역 사회를 섬기는 사역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훈련받은 제자들이 변화의 동역자가 됐기 때문이다. 제자훈련을 통해 훈련생들이 변화되고 치유를 경험하자 이제 세상을 치유하는 일에 자신의 삶을 드리기로 결단한 것이다. 16년 동안 이어 온 제자훈련 목회의 결실이 나타난 것이다.


평신도를 목회의 동역자로 세우라

루터가 모든 성도는 만인 제사장이라고 선포한 지 500여 년이 지났지만, 교회는 여전히 그 체질을 거부하고 있다. 겉으로는 목회자와 평신도의 구별이 없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목회자만 제사장인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제자훈련은 평신도를 깨워 평신도가 교회의 주체이며, 목회 사역의 동역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현재 대동교회 잡지 <같이>의 편집자로 섬기고 있는 서진아 집사는 이렇게 고백한다.

“제게 있어서 제자훈련은 평신도 사역자를 키우는 훈련이에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성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을 배우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배운 말씀을 전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작은 사역자로 성장하기 위한 훈련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김양흡 목사는 제자훈련 목회 사역에 방향 전환이나 도약을 위한 또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소박한 꿈을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해 온 대로 계속 제자훈련 목회를 할 거예요. 그리고 평신도를 목회의 동역자로 세우기 위해 사역훈련까지 마친 평신도 지도자들이 제자훈련을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제자로 세워져 교회 사역에 동역했으면 싶어요.”

김 목사는 이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대동교회의 새가족 사역을 평신도에게 맡겨 진행하고 있다.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마친 성도 중에 6~7명을 세워 김 목사 자신이 쓴 《새신자를 헌신자로 만들라》는 새가족 교재로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훈련을 하게 해 새가족이 들어오면 일대일로 새가족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목회자들이 목회가 어렵다고 말한다. 물론 그 한계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오늘 소개한 대동교회와 김양흡 목사의 이야기가 큰 위로와 새로운 도전이 됐으리라 확신한다. 대동교회처럼 제자훈련을 통해 교회의 체질이 바뀌고 건강한 교회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제자훈련을 시작하라. 그러면 오래지 않아 선지자 이사야가 봤던 환상이 우리 교회 앞에 현실이 돼 나타날 것이다.

“그 작은 자가 천 명을 이루겠고 그 약한 자가 강국을 이룰 것이라 때가 되면 나 여호와가 속히 이루리라”(사 6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