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제자훈련 심욱섭 목사_ 해운대제일교회
총신대에 다닐 때, 기독교교육학 시간에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소그룹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소그룹을 통한 진정한 나눔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내 마음이 뛰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다. 나는 앞으로 소그룹 중심의 목회를 해야겠다.”
그리고 기회를 얻어 1994년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사랑의교회에서 실시하는 제24기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에 참석했다. 첫 시간 옥한흠 목사님의 ‘광인론’을 들으면서 다시 한 번 가슴이 요동을 쳤다. “소그룹 제자훈련을 통해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에 삶을 바쳐야겠다.”
1998년 4월 해운대제일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후,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서 구역장들을 중심으로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이렇게 제자훈련을 통해 리더들을 세워가면서 당시 ‘구역’이라는 명칭을 ‘셀’로 바꾸었다. 훈련을 받은 리더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 ‘구역’이라는 명칭이 힘을 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 교회가 ‘셀 교회’는 아니다. 제자훈련을 받은 리더들이 좀 더 자신의 은사와 역량을 따라 사역할 수 있도록 명칭과 나눔의 방법만 바꾼 것이다. 그렇게 조금 바꿨음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그렇다고 완벽한 제자훈련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나의 실수 중 하나는 제자훈련을 강하고 철저하게 시키지 못한 점이다. 너무 쉽게 제자훈련 대상자들을 선정하고, 과제물을 제대로 해오지 않았음에도 통과시켜 주었다.
“훈련을 받는 동안은 아프지도 말고 죽지도 말자”고 외치고 시작했지만, 교인들의 형편을 고려해 냉정하게 탈락시키지 못했다. 결국 훈련을 받은 많은 자들 중에 변화되지 못한 모습을 보인 이들이 생겼다.
또 다른 실수는 제자훈련을 하는 동안 철저하게 기도훈련을 시키지 못한 점이었다. 제자훈련은 지성과 영성을 함께 갖추게 해야 하는데, 철저한 기도훈련 없이 교인들의 머리만 크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제자훈련을 작정하는 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스도의 군사로 철저하게 훈련시키라. 기도생활에 힘쓰게 하라. 제자훈련의 성패는 나의 노력과 지식, 그리고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의 역사하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나는 제자훈련의 열매에 대한 기쁨을 누리고 있다. 완벽하지 못한 제자훈련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교회의 분위기가 변화되는 열매를 거두게 하셨다. 해운대제일교회는 1962년에 설립된 전통 교회지만 새로움을 수용하는 열린 교회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 교회에 말씀을 전하기 위해 오는 외부 강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말씀을 듣는 성도들의 자세가 너무 좋습니다. 교회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물론 이런 결과가 어느 한 가지 훈련을 통해서만 된 것은 아니지만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제자훈련이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때로 부족함이 있어도 제자훈련을 계속 진행한다면 틀림없이 교회의 체질이 바꿔지는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2013년 하반기에 해운대제일교회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교회 안에 모든 양육, 제자훈련 프로그램들과 모든 사역들을 점검하고 평가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제자훈련을 받고 리더로 섬기는 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해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듣게 할 계획이다. 복음을 통해 처음 사랑을 다시 회복함으로써 이미 받은 제자훈련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주시면서까지 이 땅에 세우기 원하셨던 바로 그 교회를 세우기 위해 오늘도 새로운 마음으로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