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제자훈련 박종반 목사 _ 길된교회
올해로 창립 20주년이 되는 길된교회는 경기도 시흥시 계수동에 위치한 퓨전적인(정면으로는 아파트단지, 후면으로는 농경지) 교회다. 참고로 나는 길된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한 지 만 7년 되었다. 처음 3년까지는 교회 적응 기간으로 삼고,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교회를 섬겼다. 그러다 4년째부터는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관심이 있었던 ‘제자훈련’을 기도하면서 준비했다.
먼저 제자훈련을 시작하기 전, 2년의 준비 과정을 두었다. 처음 1년은 ‘목적이 이끄는 40일’을 교회에 도입했다. 일종의 시험과정인 셈이었다. 2년차에는 ‘공동체를 세우는 40일’을 실시했다. 계획했던 것보다 ‘목적 40일’은 성공적이어서 ‘공동체 40일’도 시행하게 됐다. 2년의 공동체 훈련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나 역시 제자훈련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부교역자도 CAL세미나에 참석시켜 지도자로 훈련시켰다.
드디어 제자훈련이 시행되는 첫해(2008년 3월), 전체 5개 반을 모집했다. 내가 세 반을 담당하고, 부목사가 두 반을 맡아 훈련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2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서 그런지 훈련생들은 정말 잘 따라주었고, 그 결과 총 40명 중 2명만 낙오되고 38명은 수료했다.
이 과정 중에서 느낀 것이 있다. 제자훈련을 정말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잘 준비한다는 것은 행정적인 것과 성도들의 기도 지원 정도로 생각하는데, 내가 실제 제자훈련을 하면서 느낀 것은 시행착오를 염두에 두는 준비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두 번에 걸친 공동체 훈련 프로그램, 40일 캠페인을 하면서 시험 과정을 거쳤다. 성도들에게 듣지 못할 여러 말도 들었다. 어떤 이들은 “왜 가만히 있는 우리를 이런 훈련을 통해 힘들게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힘을 실어주었으면 했던 분들이 오히려 그랬다.
사실 우리 교회는 큐티훈련이 되어 있지 않던 교회였다. 그래서 제자훈련을 하면서 무엇보다 큐티 나눔과 훈련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큐티 하고 적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실제화 시키기까지는 제자훈련의 또 다른 어려움이라고 여길 정도로 힘들었다. 큐티 숙제를 살피면, 본문에서 말하는 방향성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본문 관찰과 해석과 적용은 배운 대로 해오지만 삶에의 적용은 거의 두루뭉술했다. 결국 내가 결심한 것은 내가 직접 본을 보이는 것이었다.
이런 일도 해봤다. ‘풍랑을 잔잔케 하신 예수님’(제자훈련 2권 3과)에 대한 큐티를 나누고 교재를 인도한 후, 오는 주일 예배 말씀의 본문을 이 내용으로 설교하겠다고 했다. 주일 설교를 마치고 제자훈련 시간에 훈련생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훈련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고무된 표정으로 말하기를 “말씀의 내용이 이미 머릿속에 있고, 다음에 전개될 내용을 기대하며 말씀을 들으니 은혜가 훨씬 컸다”고 했다.
훈련을 마친 성도들은 말씀을 듣는 태도와 예배생활이 정말 달라졌다. 초신자였다가 훈련을 마치고 5년 만에 구역장이 된 이가 3명이 있다. 규모가 작은 교회에서 3명의 구역장은 그 비중과 영향이 얼마나 큰가. 그런데 이들의 섬김의 모습이 큰 본이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제자훈련 받으라고 추천하면, 추천 받은 사람은 망설이지 않고 제자훈련에 지원하는 것을 본다. 제자훈련 인도자로서만 맛볼 수 있는 기쁨이다.
그래서 3기 제자훈련생을 모집하는 데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지금은 제자훈련 3기를 인도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진행 중이라 결과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이들 역시도 변화하고 있고, 또한 더 아름답게 변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제 나는 훈련된 성도들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하다. 어디다 내놓아도 스스로 주님의 선한 청지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러나 이런 훈련을 인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제자훈련은 내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님께서 하신다.
담임목사로서 성도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10년 후를 생각하고 그때를 지켜봐 달라.” 아직 시작점이지만 주님께서 이 길된교회에서 하실 제자훈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