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제자훈련

2013년 06월

CAL 장학금 안에 들어있던 위로 편지

교회와제자훈련 한상만 목사_ 아둘람교회

 

나는 지난 2003년 11월, 58기로 CAL세미나를 수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CAL세미나에 참여한 때는 비가 오면 물이 새던 지하실에서 개척했던 교회가 문을 닫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영적, 육적으로 지치고 깨진 나는 CAL세미나를 통해 아직도 내가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번 도망친 나의 목회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선교단체에서 훈련받고 선교지로 나갔다. 선교지에 3년 가까이 있는 동안 내가 한 일은 한국인 청소년들에게 제자훈련을 한 것이다. 아이들이 변하는 것을 보며 ‘이것이 목회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고, 내 안에는 다시 한 번 교회 개척에 대한 불이 타올랐다.
가족을 선교지에 놓고 혼자 한국에 들어와 개척 목회지를 물색했다. 그것이 바로 충남 도청 신도시가 형성되는 홍성이었다. 도농지역은 사람들이 순수한 반면, 지역 색이 강하고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 또한 강한 편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2009년 5월 꿈꾸던 제자훈련 목회를 시작했다.
두 사람만 모이면 제자훈련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했는데, 처음 아내를 포함한 세 사람이 훈련을 시작했다. 물론 첫 수료자는 아내밖에 없다. 그 후 여성 2기 6명, 남성 1기 4명으로 훈련을 진행했고, 남녀 혼성반으로 8명이 3기로 훈련을 수료했다. 사역훈련은 1기로 5명이 모여 훈련을 진행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남성들은 잘 걸리지 않는다는 갑상선 항진증에 걸리면서까지 말이다.
교회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주변 교회에서 우리 교회를 이단이라고 비난했다. 성경공부 한다고 하지, 나름 공격적으로 전도를 하지, 거기다가 이름도 이상하다며 이단 시비가 붙어 마음고생을 했다. 그런데 그보다 왜 그런지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제자훈련을 한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변하지 않았다. 제자훈련을 받은 성도들이 받지 않은 성도보다 못한 일들이 생겼다.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돌아보니 나는 제자훈련을 교회 성장의 한 방편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교회에서 이동해 온 성도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였고, 훈련생을 선별하지 않고 제자훈련에 참여시켰다. 그 속에서 성도들은 제자훈련을, 교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과정이나 통과의례처럼 여겼다. 이것을 깨달은 후, 다시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행하던 사역훈련을 중단했고, 동시에 제자훈련 안에서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분들을 수료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과정 속에서 목회 초년생의 한계가 드러났다. 결국 1, 2기를 수료한 모든 분들이 교회를 떠났다.
제자훈련 목회 4년 차가 되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교회 성장은 제자훈련의 결과물일 뿐이지, 제자훈련이 교회 성장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제자훈련의 목적은 한 영혼이 주님께 온전히 서도록 돕는 것임을 깨달으며, 왜 옥한흠 목사님께서 그렇게 ‘한 사람 목회’를 강조하셨는지, 비로소 피부로 깨달았다. 지금 제자훈련 4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3명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1명만 남았다. 감사하게도 그 한 사람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제자훈련을 할 만한 사람이 없으면 안 하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변하는 것이지, 수료생이 많아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목회가 힘들 때마다 보는 것이 있다. 그것은 CAL세미나를 참석하며 받았던 장학금 안에 들어 있던 옥한흠 목사님의 편지다. 그 편지는 나에게 엄청난 위로와 힘이 되었다. 그 당시 너무 힘들 때라서 그 장학금을 받고 화장실에 숨어서 한참을 울었었다. 그리고 그 재정으로 모두 책을 사서 내려오면서 제대로 제자훈련 목회를 해보겠다고 결심했던 그때를 다시금 돌아본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나의 제자훈련 목회,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목회의 본질을 깨달아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