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제자훈련

2018년 04월

나의목회고민 - 시골 교회 제자훈련, 융통성을 발휘하라

교회와제자훈련 배철욱 목사_ 칠곡 포남교회

시골 교회 제자훈련의 괴리감
대전의 한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할 때 제자훈련을 제대로 접했다. 그 후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생각하며 제자훈련을 평생 목회 철학으로 정했다. 그러나 3년 전 시골 교회 담임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큰 괴리감에 빠지게 됐다.
이전에 사역했던 대전의 교회는 대형 교회로, 제자훈련 대상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훈련생들 또한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한 화이트칼라들이 많아 하드 트레이닝이 가능했지만, 시골 교회에서 내가 배운 제자훈련을 그대로 적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다. 좀 쉽게 하자니 삶의 변화가 없는 성경공부 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반면 제대로 하자니 아무도 지원하지 않을 뿐더러, 하더라도 다 나가떨어질 것 같았다. 결국 1년의 준비 과정을 갖기로 하고, 중소도시에서 제자훈련세미나를 하시는 목사님을 찾아뵙고, 나름 제자훈련의 대가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하지만 개 교회의 형편이나 수준이 저마다 다르기에 결국 제자훈련 지도자가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가르침은 예술이다』라는 책에서 저자 존 반 다이크(John Van Dyk)는 교육에 과학성과 예술성이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일정한 커리큘럼으로서의 과학성과 개인의 수준을 생각한 교사들의 예술성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제자훈련에도 훈련생들을 고려한 예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기존 커리큘럼들은 그대로 유지하되 운영적인 면에서 응용력을 발휘하기로 했다. 


훈련 대상에 대한 고민
대부분 모집으로 제자훈련생들을 정하지만 우리 교회는 한 번도 훈련이라는 것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시골 교회이다 보니, 훈련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모집 자체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서 모집이 아닌 지명으로 전략을 바꿨다.
대부분 교회들처럼 장로들과 장립집사들을 먼저 할까도 생각했지만, 이 분들과 아직 관계도 잘 형성되지 않았고, 훈련을 담임목사 평가에 대한 수단으로 볼 수 있기에 부담이 됐다. 또 자원하는 자들이 아니라 억지로 앉혀 놓은 사람들을 훈련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보다 감성적인 50대 초반 여 집사들의 모임인 3여전도회를 지목해 훈련을 시작했다.
제자훈련을 하면서 3여전도회 안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간증을 통해 예전에 알지 못했던 영적 고민들을 나누며 마음이 오픈됐고, 서로 다독거리며 훈련이 지속됐다. 훈련을 받은 여 집사들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낀 사람이 함께 사는 남편들이기에, 다음 제자훈련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훈련 수준에 대한 고민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훈련을 한 번도 받아본 적도 없고, 상황이나 형편이 훈련을 하기에 어려운 사람들이라 너무 힘들면 떨어져 나갈 것 같았고, 쉽게 하지니 그냥 성경공부 수준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많은 고민이 됐다.
일단 시작하기로 하고 CAL-NET 이사이신 임종구 목사님을 모시고 시작예배를 드리면서 조언을 구했다. 목사님도 3명으로 시작할 때 교재가 아닌 ‘교제’ 중심으로 훈련을 진행하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대형 교회에서 인도했던 훈련 수준의 약 70% 정도로 포남교회 제자훈련이 시작됐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FM대로 할 시 이런 수준이다’라고 먼저 말을 하고, 융통성을 갖고 훈련 수준들을 조절할 예정이라며 훈련생들을 안심시켰다.
훈련생들도 융통성을 갖고 진행하겠다고 하니 반발 없이 잘 따라오는 것 같았다. 훈련 도중 상태를 보고 조금 낮추기도 하고, 탄력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좀 더 수준을 올리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해 나름 성공적인 1기 제자훈련을 마친 것 같다.


훈련 시간대에 대한 고민
우리 교회는 전원 교회이다 보니, 생활 터전이 교회와 떨어진 타지에 있거나 대부분 직업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 결국 주일 저녁시간에 훈련을 진행했다. 이 시간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지만, 지도자나 훈련생들 모두 체력적인 면에서는 지칠 때라 약점으로 작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제자훈련 2기는 훈련을 평일에 시작할 예정이다. 평일의 장점은 있으나 훈련생들이 3교대하는 직업군들이라, 결국 3주에 한번 제자훈련을 하게 된다. 또 방학 없이 2년 과정으로 진행한다. 이 또한 또 다른 실험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제자훈련의 기존 틀은 최대한 정석에 맞게 유지하되 상황이나 형편에 따라 운영적인 면에선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수님도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을 따로 데리고 다니시면서 특별 교육하신 것은 이런 수준별 맞춤식 훈련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하나님의 은혜로 제자훈련의 첫 발걸음을 내딛고, 한 사람을 제자 삼는 이 훈련을 통해 예수님의 신실한 제자들이 시골 교회에도 많아지길 소망한다.





배철욱 목사는 대신대학교와 계명대학교,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을 졸업했다. 새로남교회 교회학교 어린이팀 팀장으로 섬겼으며, 현재 칠곡 포남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