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클리닉

2013년 11월

우리이기에 가능한 청소년 선교

교회학교클리닉 임사무엘 목사_ 분당우리교회

얀 칩체이스와 사이먼 슈타인하트가 쓴 『관찰의 힘』이라는 책이 있다. 일상생활의 관찰을 통해 미래를 향한 가능성의 발견을 주제로 쓴 책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 사람들의 소지품을 관찰한 내용이 나온다.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소지품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열쇠, 돈, 휴대전화이다.
저자는 이것이 필수적인 생존 수단과 연관된 것들이며,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삶의 모습과 가치관이 흡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말한다. 2011년 고등부 국내 선교를 개척하면서, 나 또한 교회 내의 선교를 관찰해 봤다. 전문적인 선교를 제외한 나머지 선교에서는 지역적 구분 외에 차이점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선교 전략 역시 농촌봉사, 경로잔치, 자택 방문, 바자회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고등부 선교 개척은 이런 면에서 고등부가 고등부답게 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누구나의 선교가 아닌 우리이기에 할 수 있는 선교, 우리가 해야만 하는 선교를 하기 원했다.


청소년의 힘 DSLR
우리만의 선교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중요했다. 학생 심방 및 훈련을 통해서 고등학생의 특징을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우리이기에 가능한 선교의 중요한 방향성과 함께, 이후 펼쳐질 사역의 기준이 되었다.
첫째, Devotion(헌신)이다. 청소년들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헌신한다. 선교를 가야만 한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면 반드시 헌신할 것이다. 둘째, Spiritual(영성)이다. 영적이고 뜨겁다는 것 역시 중요한 특징이다. 기도하는 것은 선교 준비의 핵심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했다. 셋째, Love(사랑)이다. 청소년들은 사랑을 받으면 반드시 변화된다. 선교 현장에서 사랑이 전달된다면 그들도 분명히 변화될 것 이다. 넷째, Relation(관계)이다. 청소년 사역의 핵심은 관계이다. 청소년들에게는 친구가 가장 소중하며, 그들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선교는 자동적으로 이뤄질 문제였다.
청소년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이후, 선교의 방향을 결정하게 됐다. 청소년이 청소년을 전도하는 ‘그들이 우리가 되는 선교’였다. 철저히 관계를 중심으로 한 집회 초청 방식의 선교 전략으로, 겨울 수련회에 초청하는 것까지 목표로 삼았다. 문제는 과연 어디로 선교를 가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전적으로 청소년을 전도하는 곳은 해외 선교밖에 없었기 때문에 선교지의 문제는 더욱 간절했다.

 

제단을 쌓기만 하면 불은 내려온다
무작정 인터넷에 선교라는 단어를 치고, 선교지를 검색했다. 유독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는데, 울진이라는 지명이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곳이었지만 유독 그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무작정 울진 선교를 했던 교회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담당자는 자신보다 울진을 더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며,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송화정 간사님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 울진 선교를 개척하고 사역하다 암에 걸려 고향인 울진에서 요양 중이었다. 병상에 있는 가운데서도 3개 교회에 속한 10명 남짓한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열왕기상 18장의 말씀처럼, 제단을 쌓기만 하면 불을 내려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울진에 기도하는 한 사람 때문에 우리는 울진을 향해 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경이란 없다
울진은 경상북도에 위치한 인구 5만 2천명의 도시이다. 복음화율은 약 5.5%로 전국 최하위권이며, 최남단인 후포의 경우 단위 면적당 다방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교회 내 청소년 부서의 경우, 대부분 없거나 10명 미만의 학생들이 출석 중이었다. 다른 교회에서도 울진 선교를 진행 중이었지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는 전도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1차 울진 선교는 41명의 학생들과 떠났다. 가장 복음화율이 낮은 최남단 후포에 가고자 했으나 연고지가 없는 관계로 중앙에 해당하는 망양에 베이스캠프를 쳤다. 중간 지점이라고는 하나 무려 20km 떨어진 곳이었다.
학생들과의 두 번의 만남을 통해 20km 떨어진 곳으로 초청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실제 집회 당일 망양에서 후포로 45인승 버스를 보낼 때, 현지 교회 분들은 무모하다고 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판단을 넘어 역사하셨다. 무려 41명의 청소년들이 집회에 와서 복음을 들었다.
2차 울진 선교는 후포에 직접 베이스캠프를 친 최초의 선교였다. 인원은 1차 선교의 두 배에 가까운 76명이 참석했다. 도착하자마자 후포고등학교의 보충 학습이 끝나 학생이 거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최남단 후포에서 최북단 울진으로 선교를 가기로 결정했다.
편도 40km, 왕복 80km의 유례없는 선교가 시작된 것이다. 집회 당일 할 수 있는 것은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이후 빗속에서 한두 명씩 오기 시작했고, 123명의 학생들이 가득 예배당을 메웠다. 벼랑 끝에서 날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3차 울진 선교는 북쪽 울진에 베이스캠프를 쳤다. 숙소 및 이동 문제로 인원은 90명으로 제한해 89명이 참석했다. 최남단 후포까지 왕복 80km의 거리가 있었지만 후포에 중간 거점을 만들어 거리감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럼에도 울진 선교는 평탄하지 않았다. 특히 사상 유례 없는 폭염과 집회 참석 금지령은 선교를 힘들게 했다. 여전히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고, 기도만이 유효했다. 폭염 가운데도 학생들이 집회에 참석했고, 무려 218명의 학생들이 집회 장소를 가득 메웠다. 선교는 오직 기도로 한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1/3 전략, 본질에 집중하라!
하나님의 은혜로 울진 선교는 매년 초청 인원이 2배 이상씩 증가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지역 교회에 정착하는 일들도 나타났다. 2차 선교 이후에는 30명의 학생들이 분당우리교회 고등부 겨울 수련회에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본질의 힘이었다. 울진 선교는 철저하게 본질에만 집중한 선교였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 몇 가지를 짚어보자.
첫째, 예산의 집중이다. 처음 울진 선교를 떠날 때는 예산 자체가 없었다. 1년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선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울진 선교를 강하게 만들었다. 제한된 예산으로 운영해야 했기 때문에 본질적인 부분에 재정을 사용했다. 이동, 전도, 식사와 같은 본질에 집중하며 선교의 목적을 잃지 않았다. 이후 울진 선교는 예산의 1/3만이 있는 것을 전제로 사역한다. 그러면 집중할 곳이 분명해진다.
둘째, 기도의 집중이다. 3차 울진 선교를 통해서 내린 결론은, 선교는 기도로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기도했고, 나중에는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 없었다. 선교팀은 선교를 떠나기 전 2주전부터는 매일 모여서 3시간씩 기도한다. 기도로 준비할 때 선교 현장에서의 문제가 하나둘씩 풀리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3차 선교 때 풀릴 것 같지 않던 집회 금지령 역시 기도를 통해서 가능했다.
셋째, 전도의 집중이다. 울진 선교는 농촌 봉사나 자체 집회가 아닌 전도가 목적이다. 농촌 봉사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 역시 청소년들을 만나 전도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시간에 한 영혼을 더 만나고 복음 전하는 것에 집중한다. 3차 울진 선교 당시 폭염 주의보가 내렸을 때에 쿨 토시 하나 착용 후에 모두 전도하러 나갔다. 울진에 자신들이 온 이유를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전원 무사하게 전도 이후에 돌아왔다.


울진 선교 노하우, 관계 중심의 선교
울진 선교는 철저하게 관계 중심의 선교이다. ‘그들이 우리가 되는 선교’라는 슬로건처럼 철저히 우리와 하나 됨을 추구한다. 전도 역시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닌 ‘누가’ 말하느냐이기 때문이다.
첫째, 관계를 형성한다. 관계 형성은 자주 만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3박 4일 가운데 둘째 날부터 모든 시간은 만남을 위해 사용된다. 둘째 날 오전에 학교 앞에서 만나고, 학교 끝나고 나오면 다시 만난다. 방과 후에 돌아다니다 보면 시내에서 또 만나고, 다시 다음날 학교를 등교하면 여전히 그곳에 선교팀이 있다. 이쯤 되면 선교팀을 낯선 사람이 아닌 친구로 대해준다. 친구가 되면 대부분이 의리상 복음 전도와 파티 초대에 응해준다.
둘째, 파티에 초대하는 것이다. 친구가 되어도 바로 집회에 초청하지 않는다. 먼저 둘째 날 저녁에 있는 파티에 초대한다. 집회는 부담스러워도 함께 노는 것은 부담되지 않기 때문이다. 초청된 친구들은 게임을 통해 하나가 된다. 벌칙을 받고 함께 웃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속하게 된다. 게임 이후에 함께 간식 파티를 나누고, 이후 참석한 친구들에게 선교팀만이 가지고 있는 고무 팔찌를 준다. 이제 우리와 같은 팀이라는 표시이다.
셋째, 집회에 초청한다. 집회 초청은 초대장을 통해 이뤄진다. 특이한 점은 초대장을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쓴다는 것이다. 인쇄된 세련된 초대장은 쉽게 버리지만, 손으로 직접 쓴 초대장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특별히 그것이 삼일 내내 아침저녁으로 만난 멀리서 온 외지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집회 온 학생들 중에서 길에 떨어진 초대장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서 참석한 학생들도 있었다. 초대장에 사랑과 눈물을 담았기 때문이다.
넷째, 선물을 준비한다. 선교에서 선물은 본질에 해당한다. 선교팀은 떠나더라도 남는 것은 복음과 선물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선물을 활용해 봤지만 청소년들에게는 고무 팔찌가 가장 좋았다. 멋지기도 하고 결혼반지처럼 24시간 착용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매년 격려 문구와 매년 지정된 색상의 팔찌를 제공하고 있다. 1차 선교 때 주황색 팔찌를 받아서 2차 선교 때 그것을 가지고 온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지난 1년 동안 들었던 말씀을 기억했다고 자랑스럽게 팔찌를 보여주었다. 이 학생이 울진에서 처음 회심한 김기헌 학생이다.


우리만의 선교에 도전하라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로마는 당시 선진국이었던 그리스에 시찰단을 파견한다. 사람들은 시찰단이 돌아온 이후에 그리스를 모방해서 무엇인가 새롭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방하지 않고 독특한 로마법을 만들어낸다. 이것에 대해 시오노 나나미는 말한다. 로마는 발전된 민주주의를 가진 아테네를 모방하지 않았다. 강한 군대를 가졌던 스파르타도 모방하지 않았다. 로마는 로마가 되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그들이 강했던 이유이다.
울진 선교는 우리이기에 가능한 선교를 향한 도전이었다. 나는 분당우리교회 고등부의 사례가 공식이 되기보다는 하나의 가능성이 되기 원한다. 지금도 여전히 하나님께서는 우리만의 선교를 꿈꾸는 사람을 들어 쓰시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작년 가을 주님의 품에 안긴 송화정 간사님을 떠올린다. 그녀가 이미 오늘의 울진 선교를 미리 보았기에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음을 고백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임사무엘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지구촌교회 중등부를 담당했으며, 현재 분당우리교회(서현 드림센터) 고등부를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