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컨설팅 이병철 목사 _ 주향교회
제자훈련을 하는 교회들은 수료를 앞두고, 한번쯤 훈련생들의 졸업여행을 생각하게 된다. 훈련을 담당했던 목회자와 훈련생들이 그동안도 함께 울고 웃으면서 영적 진보를 위해서 무단히 애써 왔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훈련생들의 영적 성숙도를 높이고, 그리스도의 공동체로 진일보하기 위해선 훈련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제자훈련이나 사역훈련의 마무리를 잘 해야 다음 단계의 훈련이나 사역의 자리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훈련의 마무리 단계에서 졸업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제자훈련이나 사역훈련의 기간을 1년 단위로 볼 때, 훈련의 과정에서 시기에 따라 조금씩 훈련의 초점과 각도를 달리하게 된다. 훈련 초창기에는 훈련생들의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여 개인적으로 시간을 잘 관리하도록 이끌어 훈련에 집중하도록 지도하게 된다. 중반기에는 훈련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만이 예수 그리스도의 좋은 일꾼으로 세워지기 위한 첩경임을 강조하여 끝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한다. 그래서 비록 많은 과제들이지만 충실하게 훈련에 임하여 과제 하나 하나를 잘 소화하도록 지도하며, 좀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경건의 생활이 몸에 숙련되도록 돕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훈련의 초점은 지도자가 훈련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세심한 관심을 갖고, 영적으로 홀로서기 할 수 있도록 개인의 삶을 점검하며, 지도하는 일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다. 물론 훈련의 모든 과정에서 공동체성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반부까지는 개인적인 차원에 좀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훈련생 각 개인이 영적으로 바로 서야 다른 지체들과 효과적으로 은혜를 나눌 수 있고, 이렇게 되어야 모임에서 영적 상승작용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훈련의 후반기에 접어들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지체간의 관계에 훈련의 강도를 높여야 된다. 본 회퍼는 『신도의 공동생활』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하는 것보다 그리스도와 함께 형제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했는데, 이는 지도자가 훈련의 후반기에 마음에 새겨야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리스도에 대한 분명한 신앙고백은 이제 형제들에 대한 관심과 훈련생간의 섬김의 연습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동안 서로가 깊은 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했겠지만, 어떤 면에서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이로 인해 큰 갈등이나 마찰이 드러나지 않았을지라도 적극적인 사랑과 후원의 관계와는 멀었을 것이다. 후반기에는 훈련생 상호간의 관계와 지도자와의 관계에서 서로를 섬기고 사랑하는데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졸업여행은 큰 유익을 준다.
졸업여행을 통해 영적 아교를 치는 시간을 가져야, 훈련이 끝나도 더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성도의 깊은 관계는 이 세상의 변혁을 위한 주님의 계획이다. 주님은 한 사람의 뛰어난 영웅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사랑하고 섬기는 것을 통해 죄 많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가실 것을 제시하셨다. 그러기에 우리 서로가 진리 안에서 잘 엮어지는 것이야말로 하나님 나라를 위한 가장 좋은 대안이다. 이 점을 고려해서 졸업여행이 단순히 소풍 차원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깊이 있게 만드는 여행이 되도록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서로의 친밀감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1박을 하면 제일 좋지만 여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유있게 서로 느끼도록 한다. 등산 이후에 함께 목욕을 하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만약 여행 간다면 강원도 정선을 추천한다. 먼저 정선 화암동굴을 둘러보고, 시내에서 맛있는 곤드레 나물밥이나 오가피 정식으로 몸을 보양한 다음, 구절리로 옮겨 레일 바이크를 함께 타며 정말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레일 바이크는 2인용과 4인용이 있는데 미리 예약을 하면 편하다. 산천초목이 우거지고, 수정과 같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7.3km를 함께 페달을 밟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면 친밀감이 깊어질 것이다. 풍경열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도 환상적이니 적극 추천한다.
둘째, 우리의 관계를 진정 하나로 만들어 주는 분은 역시 주님이시다. 지도자와 훈련생들이 함께하는 성찬예식은 또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원래 성찬식이 주님이 제자들과 함께 소그룹에서 한 것을 생각하면 훈련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성찬예식을 지도자와 훈련생이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서로를 더욱 영적으로 결속시켜 주는 놀라운 힘이 있다.
셋째, 세족식이다. 주님에게 직접 훈련을 받은 제자들에게도 마지막까지 제일 어려운 훈련은 섬기는 것이었다. 서로 섬기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각인시켜 주는 것으로 세족식만한 것은 없다. 남편과 아내의 발을 씻겨 주었지만 지체의 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우리다. 세족식이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쉬울 수도 있지만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세족식은 우릴 서로 섬기는 후원자의 관계로 엮어 줄 것이다.
어떤 형태이든지 졸업 여행의 초점은 한 지체됨을 누리고 서로 섬기는 관계로 서는데 있다. 우리가 더 잘 엮어진다면 주님을 세상에 더 많이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린 그 일을 위해 부름받았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4, 35).
이병철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랑의교회에서 화천군에 농촌선교사로 파송을 받아 사역하다 춘천에서 5년 전 주향교회를 개척해 담임목사로 시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