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사이플소식 우은진 기자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살아온 삶의 세월이 그 사람의 얼굴에 묻어나오게 마련이다. 그 사람의 말씨와 몸짓 그리고 품고 있는 생각들이 얼굴로 내비쳐지는 것이다. 그건 꾸며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목포 CAL-Net 팀장을 맡고 있는 조현용 목사(목포 빛과소금교회)를 만나면, 그의 목회와 삶이 단정한 모습 속에서 잔잔하게 묻어나옴을 느끼게 된다. 마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에서 어니스트가 노년에 인간의 가치는 끊임없는 자기연마를 통해 얻어진 말과 사상, 생활의 일치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말이다. 조현용 목사에게서 그 가치는 바로 ‘제자훈련’ 목회였다. 그가 지금까지 집중하고 전념해 온 정말 미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제자훈련 목회와 목포 CAL-Net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훈련생 선발을 간과하면, 제자훈련은 실패한다
결혼 전까지 조 목사는 신앙인이 아니었다. 믿음 좋은 아내를 얻고 아내의 중보기도로 목회자의 길을 30세가 넘어서야 걷게 됐다. 그래서 결혼 초기에는 ‘장가 잘 갔다’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 요새는 그 반대로 ‘사모가 시집 잘 왔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광주사태로 인해 휴교령이 떨어지자 전도사 시절 일찍 목회를 시작했던 그는 기존 교회에서 갈등을 겪어 분립을 거친 상처 많은 교회에서 목회를 해야 했고, 그럼에도 교회를 부흥시켰다.
그 때 그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목회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훈련 목회를 할 것을 다짐하던 참이었다. 당시 친구의 권유로 1989년 CAL세미나에 참여해 엄청난 충격과 확신, 도전을 받고 원하던 목회방향을 찾았던 조 목사는 “내가 생각한 게 옳았구나, 꿈꾸던 목회모델을 찾았구나 하며 제자훈련 사역에 생명을 걸어야겠다고 결의했었다”고 과거를 떠올린다.
곧바로 사랑의교회 새가족교육 테이프를 구해 전 교인을 대상으로 5주 동안 새가족 설교를 했다. 당시로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교인들의 반응도 좋았다. 빨리 제자훈련 해야겠다고 결심한 조 목사는 여자, 남자, 청년, 고등부 등 7개 제자반을 꾸려 제자훈련에 돌입했다. 말 그대로 감동과 열정만으로 밀어 붙였고, 낙오자는 방치했다. 토양다지기와 훈련생 선발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결과는 교회가 양극화되어, 훈련목회를 싫어하는 기존 교회 멤버들이 조 목사의 교회출입을 막고 사택 전화까지 취소해 버리는 사태로 발전했다.
교회에서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으나 그는 오히려 차분했다. 그 때 모 집사의 아파트에서 한 달간 주일예배를 드리며 ‘빛과소금교회’라 이름 짓고, 98년 12월 옥상을 빌려 조립식 예배당을 지었다. 그 와중에서도 남녀 제자반 1반씩 인도했는데, 그 당시 3년 안에 어른 100명, 개척 5년 이내 성전부지 천 평, 10년 이내 예배당 건축 등을 기도제목으로 내놓았다. 그 후 1년 이내 교인이 100명 이상 출석했고, 5년 이내 오히려 5천 평의 땅을 매입했으며, 10년이 지난 2000년에는 현 성전에 입당했다. 기도제목이 넘치게 응답받은 것이다.
사람만 준비되면, 사역은 저절로 된다
‘제자훈련’에만 집중하고 전념했다는 조 목사는 5년간 제자훈련을 하고 난 뒤, ‘과연 내가 제대로 하고 있나’를 검증하기 위해 ‘1호 탐방 목사’로 사랑의교회에서 두 달 반 동안 견학했다.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는 그는 대각성전도집회를 통해 새가족이 들어오면, 바나바 5주 교육 후 10주 코스의 초급 제자훈련을 거쳐 남·녀 제자반, 사역훈련을 강행군했다.
또 구역도 다락방으로 편성하고, 가정사역으로 중보기도훈련과 아버지학교를 열어, 이젠 믿지 않는 사람들도 이 교회 아버지학교에 대기자로 신청할 정도다. 조 목사는 첫 제자훈련이 실패로 끝나자, 문제의 원인이 됐던 양육시스템을 튼튼히 세웠다.
그는 “제자훈련이 틀을 다져주기에 나머지 사역은 염려가 안 된다”며 “아버지학교 등 다른 사역들이 잘되는 것은 제자훈련의 부수적인 효과이며, 사람이 바뀌어야 나머지 사역도 잘 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그가 제자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을 세우는 제자훈련 목회가 주님이 기뻐하시고 원하시는 사역이기에 다른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안타까운 게 제자훈련에 1년도 집중하지 않으면서 여기저기 교회 밖으로 출타하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려는 목회자들을 대할 때이다. 제자훈련을 하려면 외부에 신경 쓰지 말고, 3년 이상은 집중하고 미쳐야 사역의 열매를 얻을 수 있는데, 그런 노력을 안 하려 하는 목회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 그는 “제자훈련이라는 제일 중요한 목회의 큰 줄기를 붙잡고, 교회안 사역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점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한다.
지금은 제자훈련 안 하면 안 되는 추세이다
과거 전라도지역은 CAL-Net 구분이 전남 북, 광주, 제주 등으로 나눠 조 목사가 섬겼었다. 이후 제주와 광주 CAL-Net이 독립되고, 2004년에 목포와 여수 CAL-Net이 따로 세워져 조 목사는 현재 목포 CAL-Net을 맡아 섬기고 있다. 그동안 빛과소금교회를 탐방한 교회만도 여러 교회로, 사역훈련이나 다락방 참관 실습도 할 수 있다. 지금은 1년에 한 번 광주, 여수, 목포 CAL-Net이 합동으로 세이레모임도 갖고, 국제제자훈련원의 40일 캠페인 등 좋은 세미나도 연합모임으로 연다.
그는 2002년 목포에서는 최초로 초교파 ‘목사 제자반’ 12명을 인도하기도 했다. 목포뿐 아니라 주변 지역을 방문하다보면, ‘지금 추세가 제자훈련 안 하면 안 되는 추세’라는 것을 많은 목회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한동안 ‘제자훈련이 전부냐’고 따지던 사람들도 ‘이젠 제자훈련을 해야 할 거 같은데’ 하고 고민하더라는 것이다. 조 목사는 “모두 제자훈련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목회자가 목회하는 것은 제자훈련이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전했다.
여전히 제자훈련을 목회의 한 방법으로 여기는 이들을 만날 때면 답답하지만, 결국 모든 목회자가 설교와 심방, 교육 등 사람을 세우는 사역을 하고 있다는 점에 조 목사는 근본 목적이 같다고 희망을 건다. 그걸 안다면, 예수를 닮은 사람을 세우는 제자훈련이야말로 목회의 원리요, 그리고 하다가 못해도 제대로만 하면 나중에는 꼭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만나는 목회자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제자훈련하면, 사람을 의지하지 않게 된다
조 목사는 제자훈련 하는 교회의 강점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가 되어 어떤 어려움도 감당하게 되며, 교인들의 섬김과 신뢰, 사랑, 순종을 얻게 될 뿐더러 장로나 교회 중직자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다며 웃음 짓는다.
다만, 훈련받은 자가 제자가 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또 다른 제자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몰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주님께서 좋은 결과를 주시는 것 또한 여러 차례 목격했다. 그는 “제자훈련이 이미 일상화되어 교회에 계속해서 새신자가 들어오고, 훈련할 사람만 준비되면 사역이 저절로 된다”며 “옥한흠 목사님의 말씀이 구구절절 다 맞아 떨어지는 것을 목회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목회가 희망적이고 기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 계획할지라도 더 좋은 것을 주시는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기에 낙심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만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 목회를 하게 된다”고 말을 맺었다. 그의 고백은 제자훈련을 제대로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