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TIP 임종구 목사_ 푸른초장교회
생활숙제는 열매다
믿음을 말할 때 지(知), 정(情), 의(意)의 요소가 있듯이, 제자훈련에도 지성적 영역과 감성적 영역 그리고 의지적 영역이 있다. 과제 예습과 독서, 큐티, 말씀 암송, 설교 요약과 같은 지성적인 영역과 기도와 묵상, 예배 생활과 같은 영적, 감성적 영역, 그리고 생활숙제와 같은 의지적 영역이 그것이다. 이 영역들이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믿음에 내공이 생기고 신앙 근육이 단련된다.
교재를 다루고 교리와 큐티를 배워 나가는 것이 입력(input)이라면, 생활숙제는 출력(output)이다. 교재와 교리가 비료라면 생활숙제는 열매다. 제자훈련의 권위와 원천이신 예수님께서는 “열매로 알리라”(마 7:20)라고 말씀하셨다. 이번 제자훈련 Tip에서는 훈련생의 삶을 변화시키는 생활숙제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정의 달 최고의 생활숙제, 부모님 찾아뵙기
지난 17년간 제자훈련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생활숙제를 꼽으라 하면 5월 가정의 달 생활숙제였던 ‘부모님 찾아뵙기’를 들고 싶다.
형제는 처가(妻家)를, 자매는 시가(媤家)를 1박 일정으로 방문하는 숙제로, 이를 위해 4월부터 공지하고 준비시킨 후 한식을 전후로 사전 답사를 다녀오게 했다. 훈련생들은 사전 답사를 통해 방문 숙제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가령 자매들은 시댁을 방문할 때 시부모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살피고, 시부모님의 건강도 살펴야 한다.
사전 답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방문 숙제에 들어간다. 형제들은 처가에 가서 장인, 장모님을 위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며, 두 분의 발을 씻어 드리고 기도해 드려야 한다. 자매들은 시가에 가서 남편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용돈과 작은 선물들을 전달하며, 자녀들과 함께 어버이날 노래를 불러 드려야 한다.
우리 교회에서는 이 생활숙제에 매우 중요한 비중을 두고 진행했다. 어떤 훈련생은 이 생활숙제를 통해 10년이나 소식 없이 지내던 부모님과 상봉하기도 했다. 또 불신 부모님이 이 숙제를 계기로 예수님께 돌아오기도 했다. 이 생활숙제는 가정의 달에 의미를 더한다. 이처럼 생활숙제는 자칫 이론에만 머물기 쉬운 교육의 약점을 훈련으로 커버해 준다.
또한 가정의 달에는 아내들이 남편의 구두를 닦아 주거나 작업화나 운동화를 세탁해 주는 생활숙제도 좋다. 아내들은 새벽예배를 다녀와서 남편의 구두를 정성을 다해 닦은 후 구두를 가슴에 안고 기도해야 한다. 일주일간 작정하고 남편을 위해 기도하는 이른바 “구두 특새”를 하면서 남편이 이 구두를 신고,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길을 가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그 기도문을 적어서 제출한다. 훈련생들은 남편의 다 닳은 구두 굽을 갈아 주기도 하고, 새 구두를 선물하기도 한다.
가족에게 상처 준 언어생활 사과하기
또 제자훈련 3권 과정 ‘그리스도인의 언어생활’을 배울 때에는 자신의 언어생활을 반성하고 새로운 생활을 다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생활숙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성명서는 A4 용지 3부를 작성해 한 부는 배우자에게, 한 부는 인도자에게, 또 한 부는 집 안 거실에 붙여 놓고 온 가족이 모였을 때 낭독한다. 성명서 내용은 자신의 잘못된 언어생활로 인해 상처 받은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남편, 혹은 아내, 그리고 자녀들에게 말로 상처를 줬던 것을 언급하고 공식 사과와 함께, 앞으로 변화된 언어생활을 하겠다는 결단과 약속을 담는다. 온 가족 앞에서 정중하게 낭독한 만큼 언어생활이 바로 잡혔다고 고백하는 훈련생들의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생활숙제도 제자훈련의 중요한 축이다. D형 큐티만큼이나 중요하다. 생활숙제를 할 때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인도자는 숙제로 인해 변화될 훈련생들의 모습을 그리고, 숙제의 취지를 설명해 주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막연히 생활숙제를 하라고 해서는 그 의미를 모르고, 또 단순한 의무감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