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를깨운다

2019년 11월

큰 교회나 작은 교회나 한 형제 교회다!

평신도를깨운다 박정식 목사_ 인천 은혜의교회

미자립 교회 목회자 부부의 설악산 여행

33년 전 천막 교회를 개척한 나는 ‘사람의 손이 아닌 하나님의 손만 의지하겠다’라는 의지에 불탔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그해 가을, 노회에서 설악산으로 1박 2일 여행을 가는데, 미자립 교회는 회비를 면제해 줘서 부담 없이 단돈 2,000원만 주머니에 넣은 채 여행을 떠났다.
서울 신림동에서 출발하는 관광버스를 타기로 돼있었기 때문에 2,000원은 인천까지 돌아오는 전철비였다. 모처럼 기대감을 가득 안고 떠난 가을 여행은 다음날 늦어진 점심 때문에 지금껏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단풍철이라 늘어난 행락객들로 인해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줄이 끝이 없었다. 결국 단체 점심 예약 시간을 놓쳐 버린 것이다.
속초 시장도 이미 다른 예약 손님이 가득 찬 상황이었다. “다 같이 점심을 못 먹게 됐으니, 각자 자유롭게 식사하시고 시장 쇼핑도 한 후 주차장에서 버스에 탑승하세요”라는 노회 회계 목사의 목소리는 그날 우리 부부에게는 악몽 자체였다.
여기저기 식당마다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데, 어느 누구도 “박 목사, 여기로 와!” 하고 불러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부부의 허우대는 멀쩡하니, 설마 점심 식사비가 없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시장 이곳저곳을 배회했다. 시간이 다 돼 빈손으로 타게 된 버스 안에서 어느 분이 돌리시는 오징어 몇 마리 중 작은 조각 하나를 입에 물고 어둑해지는 차창 밖을 바라보는데, 공연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더많은 내용은 <디사이플> 2019년 11월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