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리더십 사랑의교회_ 방경혜 집사
수년간 해외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귀국한 후, 지인의 권유로 사랑의교회에 등록했다. 그때만 해도 제자훈련이나 다락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던 나는 이전 교회의 구역예배와는 완전히 다른 다락방 모임에 빠르게 푹 빠져들며 참석하게 됐다. 지체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고 삶을 나누는 시간은 내겐 너무 소중하고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자녀와의 갈등, 남편과의 문제 등으로 고민하고 아파하는 지인들이 다락방에 오면 힘을 얻을 것 같아, 그들을 자연스레 다락방으로 인도하곤 했다.
다락방에 참석한 지 2년이 지나자 내 마음이 하나님께 활짝 열렸고, 이를 감지한 나의 첫 순장님이 제자훈련을 받으라고 권유하셨다. 그러나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훈련을 미루려던 나는 마감일이 다가오자 ‘어쩌면 이때가 하나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때일지 모른다’라는 생각에 마감 전날에 제자훈련을 받기로 결단을 내렸다. 각자 삶을 솔직하게 내놓고 나누며 한마음이 돼 울고 웃으며 훈련받은 시간은 내 삶 가운데 보물과도 같았다.
사실 제자훈련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내가 순장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순장은 성경 지식도 해박하고, 사람들의 여러 형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잘 섬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이상적인 순장상’을 만들어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역훈련을 마친 후, 이상적인 순장이 아닌 내가 순장으로 파송받게 되어 얼마나 두렵고 떨렸는지 모른다.
순장이 돼 다락방을 인도했던 처음 몇 년간은 긴장되는 시간이 많았다. 순원들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순간에도 속으로는 내가 할 말을 생각하느라 그들의 말에 집중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쳤던 기억이 난다.
그 결과 표면적인 질문과 답만을 이어가는, 영혼의 울림이나 터치가 없는 다락방 예배를 드린 적도 많았다. 그리고 나이가 어린 순장이었기에 나이 많은 순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균형 있게 순장의 역할을 감당하는 게 힘들어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첫째, 무엇보다 기도로 성령과 함께하라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고 해를 거듭하며 어떻게 다락방의 리더로서 맡은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조금씩 깨닫게 됐다. 다락방에서 깊이 있는 나눔을 갖기 위해 순장으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기도’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다락방을 통해 나와 순원들은 말씀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아가 깨지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다른 사람들이 말씀을 삶에 적용함으로 주님 안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들으며 도전받는다.
그리고 이런 시간들이 믿음을 키우며,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을 경험해 왔다. 뿐만 아니라, 다락방은 다른 순원들이 겪는 일이 나의 일인 듯 진심으로 공감하고 함께 웃고 울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돕는 가운데 사랑을 실천하는 장이 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체면치레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삶을 다락방 내에서 솔직하게 드러내는 작업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깊이 있는 나눔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나는 이렇게 역동적인 다락방 모임은 기도를 통해 성령님께서 역사하셔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늘 실감한다. 한번은 다락방 예배 중 어떤 순원이 부모님의 불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토로하는데, 예기치 않게 다른 분도 어린 시절 부모님의 불화로 상처받고 아팠던 시간들을 눈물 흘리며 토해 내, 함께 울고 기도하며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기도 했다.
둘째, 본문 말씀을 깊이 묵상하라
다음으로, 깊이 있는 나눔을 위해서는 다락방 교재의 본문 말씀을 순장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고 깊이 묵상해야 한다. 순장반에서 들은 내용들은 나눔을 위한 필수 재료가 되기는 하지만 충분한 재료가 되지는 못한다. 내가 묵상하며 말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모든 과정이 다락방의 깊이 있고 활발한 나눔에 반드시 사용되기 때문이다.
순장 자신이 말씀에 대한 깊이 있는 묵상이 없다면 순원들의 나눔을 깊이 있게 인도할 수 없다. 그러나 준비는 철저히 하되, 다락방의 흐름에 따라 필요치 않은 내용들은 나눔에 연결시키지 말고, 그냥 넘어가는 융통성도 있어야 자연스럽고 활발한 나눔이 가능해진다.
셋째, 귀납적 방식으로 인도하라
또한 강의하거나 설명하는 방식으로 다락방을 인도하는 것은 순원들 간의 활발한 나눔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므로, 다락방은 철저히 귀납적인 방법으로 인도해야 한다. 본문 말씀의 배경 지식을 설명할 필요가 있을 때조차도 직접 설명하기 전에 “혹시 설명할 수 있는 분 계시냐”고 물으며 진행했더니, 어떤 순원은 모임 전 예습할 때 더 열심을 내며 다락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넷째, 사적인 이야기는 뒤로 미루는 지혜를 발휘하라
사적인 이야기를 길게 하는 순원의 이야기를 부드럽고 지혜롭게 끊어, 다시 핵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중심 역할을 잘해야 모든 순원이 깊고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다.
이야기를 끊을 순간을 잘 찾아 부드럽게, “죄송한데 그 이야기는 식사시간에 맘껏 하시면 어떨까요?”라고 적절히 말하고, 식사교제 시간이 되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서로 간에 신뢰를 쌓아라
순장과 순원 사이, 순원과 순원 사이의 신뢰와 사랑이 쌓이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깊고 활발한 나눔이 가능함을 경험해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화나 만남을 통해 순원들이 영육 간의 어려움이 없는지 그 형편을 잘 알고 이해하도록 힘써야 하며, 순원들 간의 문제가 있다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잘 해결하도록 돕는 자가 돼야 한다.
여섯째, 순장은 은혜 안에 거하는 조력자가 돼라
순장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큰 은혜를 먼저 깊이 깨닫고, 그 은혜 안에 거하기를 날마다 힘쓰는 자다. 따라서 아직 은혜를 깊이 경험하지 못했거나, 연약한 지체들을 돕는 자로 세움 받은 조력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도 나는 많은 실수를 반복하며 다락방 인도를 끝내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하는 시간을 많이 가짐을 고백한다. 그러나 우리 다락방이 성령께서 역사하시고 개개인을 터치하시는 깊고 활발한 나눔의 장이 되어, 나와 순원들이 주님의 놀라우신 사랑과 은혜를 더 깊이 체휼하고, 그리스도를 더욱 닮아 가는 목표를 향해 서로 격려하며, 믿음의 경주를 쉬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내게 맡겨 주신 사명을 늘 기쁘게 감당하는 순장이 되고 싶다.
방경혜 집사는 2001년 사랑의교회에 등록해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수료하고, 2006년부터 순장으로 섬기고 있다. 또한 파워비전 사역(청소년복음화, 멘토링)과 2013/14년 인터치상담대학을 수료해 올해부터 돌봄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