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리더십

2017년 04월

소그룹 인도로 고민하는 순장에게

순장리더십 임지연 집사_ 더사랑의교회

매년 봄이 되면 다락방을 통해 믿음의 삶을 함께 나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잘 모르는 분들과의 첫 만남은 긴장감을 갖게 하고, 서로를 조심스럽게 탐색하게 한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하면 빨리 마음을 열고 친밀해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매년 하는 것 같다. 다락방을 시작할 때마다 내가 점검하고 실행하는 것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말과 언어를 점검하기
경험상 다른 어떤 스킬보다도 언어가 훈련의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된다. 멋진 음식과 환경을 준비했어도, 잘못 내뱉는 말 한마디에 마음이 닫히는 경우가 있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힘 있는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언어훈련을 해야 한다. 나는 다락방을 하기 전에 조금 더 힘 있는 목소리를 내도록 점검을 한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순장의 확신 있는 목소리는 순원들을 집중하게 하고, 따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편안한 분위기 연출하기
가볍고 재미난 주제를 주고 서로 짝을 지어 토론하게 하는 것은 친숙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교회에서 준비해 준 아이스브레이크뿐만 아니라 상황에 맞춘 여러 아이스브레이크 질문들을 준비한다. 처음에는 분위기를 잘 모르기 때문에 2~3가지 질문들을 미리 준비해 상황에 맞게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상 가장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는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돈과 상관없이 3일간 여행할 수 있다면 가장 가 보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 내 삶에 행복과 불행을 가져다준 사람은 누구인가?


순장의 마음을 먼저 오픈하기
나는 내 이야기를 먼저 말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가정은 재혼가정이다. 그래서 재혼가정이 겪는 특별한 사연들을 말할 때, 재혼가정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을 보게 된다. 순장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먼저 오픈하는 것에 주저한다면 그 다락방은 열린 다락방이 되기 힘들다. 나는 나의 상처와 아픔이 많은 사람을 살리는 하나님의 도구가 된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기 두려워한다. 그러나 순장이 먼저 솔직하게 오픈하면, 자연스레 순원들도 자신들의 사연 보따리를 풀어내며 마음이 열리고 하나가 되는 것을 보게 된다.


바른 질문 준비하기
다락방을 할 때 풍성한 나눔이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순원들이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두 가지를 점검한다.

첫째, 정답을 묻기보다는 감정을 묻는 질문을 하자.
“집사님, 잘 지내셨어요?”라고 질문하면 순원들은 “예”, “아니오”로 답을 끝낼 것이다. 초창기에는 단답식으로 답하는 순원들 때문에 힘들기도 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질문을 바꿔 보기로 했다. “집사님, 오늘 어떻게 지내셨어요?” 이처럼 “어떻게” 혹은 “왜” 등 순원들의 감정을 묻는 질문을 하니 그들은 자신의 마음이나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들의 말을 받아 대화가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눔이 더욱 풍성해졌다.

둘째, 순원이 문제가 아니라 내 질문에 문제가 있다.
질문을 했는데 답을 안 하고 침묵이 흐를 때는, 질문을 다른 표현으로 바꿔 한다. 보통 순원들이 질문에 답을 잘 안 해 침묵이 흐르면 순장은 순원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순원은 변화될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갑자기 말문이 열리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나는 내 질문이 명확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꿔 표현하니 대답이 나왔다.
그런데 명확한 질문을 했는데도 침묵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때는 나도 매우 초조했다. 그래서 성급하게 내가 답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는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시간은 성령님이 일하시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성령님께 기도하며 의지한다. 이제는 상대방의 긴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가 생각을 통해서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한편 훈련을 인도할 때 피해야 할 질문이 있다. 바로 ‘요점이 명확하지 않은 질문’, ‘몇 가지 사항을 동시에 묻는 질문’, ‘정치적 의견이 들어 있는 질문’, ‘시험 문제 같은 질문’, ‘인도자 자신도 어려워하는 질문’ 등이다.


말이 많은(길게, 오래 하는) 사람 다루기
다락방 나눔에 있어서 정해진 시간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다른 순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순장이 대화를 주도해서도 안 되지만, 말이 많은 사람이 대화를 독점해서도 안 된다. 여기에서 어려운 것은 그 사람의 말을 끊는 것이다. 나는 늘 이 부분에 대해 모임 전에 성령님께 지혜를 구한다. 그리고 순원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마무리할 수 있는 타이밍을 포착한다.
그리고 단락이 끝날 때쯤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나의 말로 요약해서 정리해 준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내면에 상처가 많아 같은 사연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순원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만나, 순교하는 마음으로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좋다.

말이 없는 사람 다루기
말이 없는 사람의 입을 여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말이 없는 사람은 속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본인이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눈을 마주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엇보다 입을 열어서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답하기 쉬운 질문을 했는데도 말을 못하면 성경 본문을 읽게 한다. 그리고 그를 향한 격려를 반드시 한다.
만약 그 순원이 조금이라도 이야기할 때는 적극적으로 격려를 한다. 단어 하나에도 집중하며 귀를 기울여 주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주고 관심과 반응을 표시하며, 노력하는 자세를 보인다. 순원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칭찬한다. 이런 것을 통해 다락방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적군이 아닌 아군 되기
순원이 다락방에 못 나오는 상황은 여러 가지다. 내가 순원이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 하나님과의 만남과 성도의 교제를 우선으로 삼아 다락방에 참석해야 하지만, 믿음이 연약한 이들은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 차라리 이때는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좋다.
한번은 다락방에 참석하려고 했는데, 마침 여행 한번 가자는 동생의 제안을 받아 고민하는(?) 순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집사님, 너무 좋겠다. 행복한 여행이 되면 좋겠네요. 잘 다녀와요.” 그 집사님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락방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오며, ‘인간관계의 핵심은 이런 거구나’ 하고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참석율이 저조할 때가 기회다
모임에 참석한 순원 수가 적을 때, 순장으로서 크게 낙심되기도 한다. 그러나 낙심하지 말자. 그때가 오히려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에 순원이 한 명 나온 적이 있었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힘도 빠져서 휴강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원을 만나 둘만이 할 수 있는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 그 순원은 아픔과 눈물을 다 쏟아 냈고, 하나님의 만져 주심을 경험한 특별한 날이 됐다.


은혜의 폭탄인 기도하기
다양한 기도는 소그룹 분위기를 뜨겁고 은혜롭게 한다. 전체기도, 개인별기도, 모두 손잡고 하는 합심기도, 부부가 함께하는 기도, 남편이 아내를 위한/ 아내가 남편을 위한 기도, 묵상기도, 성령의 인도함을 받는 기도, 눈을 뜨고 큰 소리로 시편을 함께 읽으며 하는 기도 등 말이다. 특히 어려움에 처한 순원을 중심으로 둘러 서서 손을 얹고 합심기도 할 때 응답을 경험하는 것은 물론이요, 하나님의 사랑도 느낄 수 있다.
기도의 마무리는 되도록 순장이 한다. 이때 다락방 전체를 한꺼번에 담는 기도는 효력이 약하다. 오히려 개개인의 이름을 불러가며(개인별 기도제목을 따라) 기도하면 순장도 울고 순원도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기도했을 때 순원들은 일주일 내내 순장님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고 고백했다.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기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락방 참석 인원 수에 따라, 혹은 변화되지 않는 순원 때문에 나 또한 자신감을 상실하고 흔들린 적이 많았다. 그러나 고린도전서 3장 6~9절 말씀으로 지금 나는 자유할 수 있게 됐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 심는 이와 물 주는 이는 한가지이나 각각 자기가 일한 대로 자기의 상을 받으리라 우리는 하나님의 동역자들이요 너희는 하나님의 밭이요 하나님의 집이니라.”
나는 오늘도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돌본다. 때로 씨를 뿌리고 나서 금방 싹이 자라지 않는다 해도, 자꾸 파 보면 안 된다. 심긴 생명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라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울며 씨를 뿌리는 사람은 반드시 기쁨의 단을 거둔다”라고 약속하셨다(시 126:5~6). 그래서 눈물을 흘리더라도 하나님 나라를 위해 씨를 뿌린다. 새 봄을 맞아 새 생명을 잉태하는 순장님들을 응원한다!






임지연 집사는 교역자로 섬기다가 은퇴하고 더사랑의교회에서 평신도 순장으로 14년째 섬기고 있다. 제자훈련과 목양 사역을 했으며, 지금은 남편과 함께 교회를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