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리더십

2019년 07월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일 때 힘 있는 모임

순장리더십 정재은 집사_ 캐나다 위니펙임마누엘교회

캐나다 위니펙임마누엘교회에는 난생 처음 교회에 나왔다가 예수님을 영접하거나 어릴 적 교회를 다녔다가 오랜만에 교회에 다시 나오면서 신앙의 성장을 경험한 성도들이 꽤 많다. 나는 후자에 해당하는데, 내게 가장 많은 신앙의 성장을 이끌게 한 모임이 있다면 단연코 ‘구역모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게 있어 구역모임이란, ‘우리 만남이 우연이 아니며’, ‘각 가정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하는 증인들의 모임’이다. 또 ‘가장 힘들고 지칠 때 서로 위로하며 기도해 주는 좋은 믿음의 친구들의 모임’이다. 

2009년도에 내게 처음 주어진 사역은 구역의 총무였다. 친한 사람들 외에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나로서는 구역 식구들을 챙기고 다가가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바로 그 부분이 작은 예수로 거듭나고 성장하기 위해서 꼭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었는지, 하나님께서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구역의 총무와 순장으로 섬기게 하셨다. 

또한 그 시간들을 통해 한 영혼, 한 가정이 얼마나 귀한지, 또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인 모임이 얼마나 힘 있는지 깨닫고, 경험하게 해 주셨다. 


도전과 소망을 주는 중보기도의 힘

구역모임 중에 가장 큰 기쁨을 누리게 되는 경우는 함께 열심히 중보기도한 내용이 응답받았을 때다. 이민 초기 몇 년간은 엄청나게 높은 환율로 금전적인 압박이 굉장히 심했다. 이민 와서 일했던 첫 직장의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나오게 됐다. 당시 대체 왜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지막 EI(실업 급여)를 손에 쥐고 나니, 또다시 몰려올 경제적인 어려움에 한숨과 눈물만 나왔다. 그 돈은 내게 참 귀하고 필요한 돈이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주님께 모든 걸 맡기자’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받은 EI 전부를 ‘선불 감사헌금’으로 드렸다. 

그때 남편은 선교지에 가 있었고 나는 다음 직장을 위해 면접을 보던 중이었다. 처음 보는 면접이었기에 경험 삼아 보는 셈 쳤는데, 최종 연락을 주기로 한 날보다 며칠 전에 나를 채용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이 일을 구역모임에서 나눴는데, 이 간증을 계기로 구역 식구들도 나처럼 선불 감사헌금 대열에 동참했다. 

그중 한 집사님은 기름에 손을 데고 칼에 베이며 힘들게 버신 급여 전부를 감사헌금으로 드렸다고 한다. 그 집사님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계신지 알고 있던 구역 식구들은 집사님의 기도제목을 놓고 함께 기도했다. 이처럼 간증은 도전을 받게 하고 또 새로운 소망을 품게 한다.


건강하게 세워지는 구역모임의 중요성

나는 임마누엘교회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구역모임을 하면서 모임을 사모하고 기대하게 된 것은 물론, 건강한 구역모임이 교회 전체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았다. 

구역모임이 건강한 모임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열린 마음으로 진실한 기도제목을 나누는 것이다. 예전에는 한 번도 마음에 있는 기도제목을 솔직히 나누지 못했는데, 이번 구역에서는 솔직하게 나눌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하는 구역 식구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순장인 내가 먼저 솔직하게 오픈하고 기도를 부탁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포장하거나 제한하는 기도제목은 은혜를 받는 데 방해가 된다. 또 믿음의 공동체에서 느낄 수 있는 신뢰의 기쁨, 그 가운데 누릴 수 있는 치유와 회복을 방해한다. 서로 마음을 열고 전심으로 함께 기도할 때, 구역 식구 간에 신뢰와 사랑이 생기게 되는 것을 경험했다. 

나는 지속적인 기도를 위해 구역 식구들의 기도제목을 작성할 별도의 기도 수첩을 마련한다. 구역모임을 마칠 때쯤, 1년을 돌아보며 우리 구역 가운데 역사하시고 은혜 주신 주님께 더 감사하게 된다. 

두 번째는 간증이 넘쳐 나는 구역모임이 돼야 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구역 식구가 되면 각 가정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하게 된다. 우리 가정에 역사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는 것만큼 즐거운 것이 없다. 또한 함께 열심히 중보기도한 기도제목이 응답받을 때는 내 일처럼 기쁘고 감격스럽다.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주님의 간섭하심과 돌보심에 감격하며, 어떨 때는 기도의 응답이 궁금해서 구역모임으로 달려오게 된다. 

세 번째는 함께 음식을 나누며 친밀하게 교제하는 구역이 되는 것이다. 캐나다의 위니펙에서는 많이 사람이 함께 외식하기에 좋은 장소를 찾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구역모임을 하면서 ‘포트럭’(Pot Luck)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각 가정이 한 가지씩 음식을 준비해 오고, 순장이나 구역원의 집에서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구역 식구들을 생각하며 만든 음식에는 사랑과 정성이 담기기 마련이다. 서로 음식에 대해 칭찬하고 음식을 나누다 보면 즐겁게 교제할 수 있고 더 친밀해지는 계기가 된다. 

한 남자 순장님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달걀프라이도 잘 못하셨다. 그런데 오랫동안 순장으로 섬기시면서, 음식 솜씨가 엄청나게 늘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셨다. 구역 식구를 사랑하고 돌보는 마음이 부엌에도 잘 들어가지 않던 그 순장님을 더 멋있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예수님도 제자들을 가르치시고 함께 떡을 떼셨던 것처럼 식탁교제는 구역모임을 풍성하게 한다. 캐나다는 여름 방학이 꽤 긴 편이라, 구역 식구들 간의 지속적인 교제를 위해 집에서 모임을 하거나 가까운 공원에 나가서 바비큐를 먹거나 1박 2일로 함께 캠핑을 가기도 한다. 

네 번째는 동역자들로 든든히 세워지는 구역이 되는 것이다. 구역 리더인 순장의 기도와 헌신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늘 자신의 부족함에 위축되고 자책의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혼자의 힘으로는 모든 사역을 감당할 수 없기에 구역의 총무와 동역자들의 도움과 기도가 꼭 필요하다. 

얼마 전 함께했던 구역모임은 거의 전 구역원이 총무라고 할 만큼 서로 섬기고 배려하는 모습이 최고인 구역이었다. 구역이 바뀌었음에도 아직도 서로를 위해 응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건강하고 기쁨이 넘치는 구역모임은 교회 전체를 건강하게 세워 나간다. 내 가정과 가까이에 있는 구역 식구들에게 역사하신 하나님을 경험할 때,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더해지고 믿음이 강건해진다. 기쁜 일이나 힘들 일을 겪을 때에도 옆에서 함께 웃고 울어 주는 구역 식구가 있기에 외롭고 척박한 이민자의 삶에 더할 수 없는 위로와 사랑을 느끼게 된다.



정재은 집사는 캐나다 위니펙임마누엘교회에서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큐티훈련을 수료하고, 현재는 임마누엘교회 순장과 청소년부 교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