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리더십 최정숙 권사_ 주님기쁨의교회
가정과 직장 생활을 병행할 때는 바쁘고 피곤한 상태로 앞만 보며 달리는 삶 속에 갇혀 지냈다. 명예퇴직을 하고 나니 몸은 편해지고 여유로운 시간은 갖게 됐지만, 가부장적인 남편과의 소통의 틈은 더욱 벌어져 갔다. 여기에 쉽게 혈기를 부리고 때로는 마음의 문을 아예 닫아 버려 다가가기 힘들어진 아들과 사춘기 열병을 심하게 앓아 사사건건 부딪히는 딸로 인해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여기에 더해 때마침 찾아온 갱년기 증상들이 합쳐지면서 공허한 마음과 삶의 의미에 대한 회의감으로 인해 감정을 통제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즈음 알고 지내던 집사님이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열린 다락방 모임’을 하는데, 순장님 댁에 모여 식사하며 말씀과 은혜를 나누는 부담 없는 자리니 같이 가자고 권했다. 나는 별다른 기대 없이 ‘그냥 한번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다락방에 참석했다. 그런데 다락방에서 받은 아무런 조건 없는 따뜻함과 사랑과 배려는 이전에 결코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 감동과 호기심은 다락방 모임에 계속 참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순장님과 순원들의 사랑 가득한 보살핌과 격려 가운데 다른 이들의 삶을 들으며, 또 성경 말씀으로 길을 찾아가는 순장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조금씩 안정과 회복을 경험했다. 주일예배를 드리면서 우리 가정 문제의 당사자가 다른 가족이 아니라 바로 나였음을 깨달았고, 질책을 쏟아내기만 했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로 주님을 깊이 만나게 돼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라고 고백한 시몬 베드로처럼 믿음을 고백하며 세례를 받았다.
순원이 안 온 날 깨달은 교만의 죄
다락방 교제를 계속하며 순장님의 인도로 교회의 양육과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2016년 하반기에 순장 사역을 시작했다. 두 명의 순원을 돌봐야 하는 신임 순장이 된 나는 잘하려는 욕심과 순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인간적인 노력이 앞섰다. 다락방모임을 위한 말씀 준비도 순원들을 의식해 그들을 만족하게 하려는 의욕으로 하게 되니, 다락방모임 후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느 날, 소그룹 장소에 일찍 도착해 준비한 말씀을 보고 있는데, 두 집사님으로부터 갑자기 일이 생겨 못 나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순간 황당함과 허탈함이 몰려왔다. 다락방모임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보다 ‘미리 연락했으면 준비하느라 수고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억울함과 원망의 마음이 들었고, 옆방에서 들리는 다른 다락방의 찬송과 웃음소리가 마음을 괴롭게 했다.
혼자 앉아 언제나 옳으신 주님께서 이런 상황을 허락하신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말씀을 묵상하는데, 하나님께 올릴 영광을 내가 취하려 한 교만과, 이기적이고 세상적인 욕심으로 가득해,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내 의를 드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 죄는 보지 못하고, 오히려 순원들을 원망하는 마음을 가졌음이 깨달아졌다.
그러자 부족한 순장을 위해 수고하는 순원들에 대해 미안함과 더 늦기 전에 내 죄를 볼 수 있도록 인도하신 성령님께 회개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기도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날 겸손함으로 순원들을 위한 간절히 중보기도하시며 시간과 마음과 물질을 아끼지 않고 기쁨으로 섬기고 헌신한 나의 순장님이 생각났다. 다락방모임과 나눔의 모든 영광을 오직 주님께 드리며, 순원들을 잘 섬기는 겸손한 순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도했다.
순원들의 진솔한 나눔과 변화
그렇게 하나님께 훈련받으며 다락방모임을 했다. 하루는 한 집사님이 연로한 친정어머니에게 늘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남자 형제와 달리 상대적으로 차별받으며 성장기를 보낸 사연과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자랐다는 아픔을 눈물로 털어놓았다.
그 집사님은 교회를 다니고 예배를 드려도 어머니를 생각할 때면 미움과 원망이 가득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절 시골에서 딸 셋을 낳은 후 얻은 아들이니 얼마나 귀한 마음이었을지 공감하게 됐고, 어머니 덕에 자립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음을 고백했다. 어머니를 이해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을 나눈 것이다.
그 집사님은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았던 마음의 깊은 상처를 다락방에서 내놓으면서 말씀으로 은혜받아 어머니를 자주 찾아가게 됐고, 모녀 관계가 회복되는 은혜를 누렸다. 얼굴 표정이 밝아진 집사님은 미뤄 오던 제자훈련을 받기로 결정하고, 제자훈련 전 받아야 하는 양육 과정을 신청해 한창 말씀을 배우는 중이다.
또 다른 집사님은 누가 보더라도 행복한 가정을 이룬 분이다. 이미 제자훈련도 받았고, 온 가족이 예수님을 신실하게 믿고 자녀들도 잘 자라며, 믿음 좋은 시부모님의 사랑도 듬뿍 받는 분이다. 이런 집사님이 다락방 예배를 1년 정도 드리고 난 즈음부터 친정의 부끄러운 사연과 시부모님에 대한 민낯을 드러내는 쉽지 않은 오픈을 했다. 이후부터는 다락방 순원들을 친정 언니 대하듯 하며, 삶의 사소한 것까지도 말씀을 따라 나누고 적용하는 소그룹모임의 자리를 소중하게 지키고 있다.
새로운 생명의 삶을 살게 한 다락방
매주 한 번, 정해진 시간에 모여 두세 시간 말씀과 삶을 나누는 것이 그리 대단할 것이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소그룹 공동체인 다락방 예배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고, 이곳에서 이 세상이 결코 줄 수 없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과 영생의 소망을 덤으로 얻었다.
또한 나는 순원들과 함께 회복되고 믿음이 점점 자라 가는 것을 경험했다. 힘든 삶의 무게와 상처로 인해 아파하는 영혼이 살아나고, 소망 가운데 살 수 있는 길이 다락방모임 안에 있다. 생명의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영혼들이 속히 소그룹 공동체에 참여하길 소망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15:5)는 말씀을 의지해, 포도나무 되시는 주님과 매 순간 친밀하게 살아가는 건강한 가지가 돼 충만한 감사와 기쁨으로 주님께 영광 올리는 날들이 이어지기를 기도드린다.
최정숙 권사는 2012년 제자훈련, 2016년 사역훈련을 수료하고, 현재 주님기쁨의교회에서 낮다락방 순장과 수요여리고전도대, 주일예배 안내 위원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