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생간증 김남희 집사_ 신부산교회
어지러운 내 마음의 방
작년 이맘때를 돌아본다. 당시 내 마음의 방에는 여러 가지 할 일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거실, 주방, 서재, 작업실, 오락실, 침실에 가릴 것 없이 세상적인 욕망과 근거를 알 수 없는 의무감으로 뒤엉켜 어느 것부터 정리하고,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어수선한 마음의 방에 일주일에 한두 번 예수님을 초대했지만, 그분이 편하게 앉아 계실 자리는 없었다. 그분은 언제나 내게 온화한 모습으로 찾아오셨지만, 나는 내 마음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시는 주님을 똑바로 뵐 자신이 없어 겉도는 대화만 하고 돌려보내 드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내 힘으로는 마음의 방이 정리될 수 없음을 깨달으며, 급하다고 생각한 모든 일을 내려놓고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훈련이 시작되자 무조건 그분이 나와 내 상황을 가장 좋고 옳은 방법으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는 절대적인 확신이 들었다. 나는 많이 부족한 종이지만, 하나님 나라에 있는 가장 좋은 것들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기에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이 은혜다. 훈련을 하나하나 해 나갈수록 절망적인 순간들이 찾아왔다. 내 시커먼 죄들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자 ‘과연 내가 변화할 수 있는 인간인가,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어 숨이 막힐 듯이 괴롭기까지 했다.
하나님께서 이루시리라는 소망을 붙잡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나님께서 이뤄 주실 것에 대한 소망만은 놓지 않았다. 지금 돌아 보면 하나님께서는 일 년 전 내가 혼자 정리하거나 버리지 못하고 마음의 방에 쌓아 두고 있었던 것들을 손수 들어 쓰레기장으로 던져 버리셨다. 또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던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 주시고, 그분과 앉아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환하게 꾸며 주셨다.
이제 나는 하나님과 그곳에 앉아서 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아주 자세한 것까지 여쭌다. 그러자 마음에 안정과 평화가 찾아왔다. 용서하기 힘든 사람과 상황이 용서되고 이해됐다. 누군가 내게 상처를 주면 내 자존심을 챙기며 화를 내기보다 그 이면에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동기를 살피며 하나님께 지혜를 구한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욕심이 날 때는 ‘하나님, 이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제게 절대 허락하지 마시옵소서’ 하고 기도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만이 진짜임을 깨닫는다. 주님께서 얼마나 공의롭고 철저하신 분인지도 깨닫는다. 얕은 속임수로 그분을 농락하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도 알게 됐다.
큰 힘이 되는 주의 말씀
훈련을 하면서 스스로 많이 아쉬웠던 점은 건강이다. 훈련을 하면서도 건강을 더 챙겼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었다. 좀 더 성실하게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육체의 건강 상태가 정신과 영적인 건강 상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쳐 훈련 중 다소 불성실한 주도 있었다. 훈련을 마치더라도 영적 건강에 좋은 습관들을 유지하면서 육체적인 건강을 챙기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년간의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면 정말 큰 산을 하나 넘어 공간적으로 아주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같이 행복하다. 하지만 솔직히 두려움도 있다. ‘나의 이런 상태가 얼마나 갈까….’ 그렇지만 내 머리와 마음에 박힌 하나님에 관한 지식과 암송한 말씀들이 있기에 든든하다. 이는 지금도 큰 힘이 된다. 이 귀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은혜로 붙여 주신 우리 제자반 가족들과 함께 성실하게 나아가며 앞으로 주실 은혜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따뜻했던 우리 제자반 가족들과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가르침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느끼도록 인도해 주신 목사님께 깊은 애정과 감사를 드린다. 이런 귀한 훈련의 자리를 마련해 준 교회에도 머리 숙여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부족한 종을 끝까지 놓지 않으시고 항상 최상의 것으로 보살펴 주시는 신실하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경배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