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2009년 07월

2009년 07/08월 내수동교회 박희천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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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힘을 다해 성경을 보길 바랍니다”

많은 목회자들을 배출한 내수동교회의 박희천 원로목사는 성경을 사랑하는 목회자로 더 유명하다. 말씀을 볼 시간이 없어 눈물을 흘리고, 시편 없이는 못 산다는 박희천 목사. 그와 성경과 설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책을 잘 안 본다는 말을 들었다. 이유가 무엇인가 볼 시간이 없다. 나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계산하는 습관이 있는데, 60대까지는 책상에 앉아 있던 시간이 11시간 반이었다. 이 중 2시간은 구약, 2시간은 신약을 읽는 데 보냈다. 시편 다섯 장과 잠언 한 장은 매일 따로 읽는다. 그런데 70대가 되면서 몸에 제한을 받아 7시간 반 정도 앉아 있게 되었다. 너무 안타까워 눈물이 나더라. 그런데 80대가 되니 더 줄었다. 6시간 반 정도만 책상에 앉아 있는다. 이렇게 말씀 볼 시간이 줄었는데, 다른 책을 볼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신문과 주석 정도 본다. 

성경 보는 시간을 그렇게 확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느 총회의 헌법도 규칙도 아니지만, 주일에 힘 있는 설교를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말씀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성경의 그 깊은 세계를 알길 바란다.
1947년 내가 목회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던 때, 6.25 전쟁 중에 순교하신 최원초 목사님이 그러셨다. “네가 목사 되길 원하면 본문을 많이 보라”고 말이다. 그분은 빌립소서를 삼천 번, 요한계시록을 만 번 읽으신 분이다. 사실 그때 당시 나는 신앙서적을 거의 우상시할 만큼 많이 봤다. 그런데 그분이 “신앙서적은 네가 말씀을 많이 봐서 신앙서적을 비평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보는 것”이라고 하시더라. 그분의 인격을 알고 있기에, 그 말을 따랐다. 62년이 지난 지금 그분의 말씀에 100퍼센트 동의한다.

많은 이들이 설교를 위해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설교 잘하는 비결은 결국 말씀을 보는 것이다. 성경은 성경을 많이 먹는 사람이 안다. 다른 방법은 없다. 말씀을 항상 보지 않고 설교하면,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것과 같다. 그러면 본문과 다른 방향으로 설교를 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데 정말 통탄할 노릇이다.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한없이 봐야 성경의 윤곽을 알 수 있다. 난 성경을 62년간 팠는데, 내용은 안다. 그러나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성경은 끝이 없다. 성경을 판 지 31년이 되었을 때 어느 정도는 알았겠지 싶었는데, 태산의 한 귀퉁이를 손으로 살짝 판 정도였다. 6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이전에 성경을 번역했는데, 함께 번역했던 4명의 목사들이 번역 끝난 이후에 했던 말도 “번역하면서도 모르겠다”였다.
성경은 성령님이 내 영혼의 눈을 열어주셔야 깨닫는다. 성령님이 하갈의 눈을 열어 샘을 보여주셨듯이, 그 숨어있는 진리를 깨닫게 하실 때 감격하고 전율하게 된다. 그게 정말 묘하다. 이것을 설교하는 것이다. 그래서 목회자는 말씀을 죽을힘을 다해 봐야 한다. 말씀을 봐야 그 말씀이 깨달아지는 은혜가 있다.

말씀 읽기를 정말 즐거워하시는 것 같다  성경은 내 근본의 즐거움이다. 정말 내 영혼 깊은 곳의 기쁨뿐 아니라 육체적인 힘도 준다. 옛날 집회를 다닐 때는 대여섯 시간씩 고속버스를 타고 다녔다. 집회가 끝나면 녹초가 되기 마련인데, 시간이 아까워서 올라오는 시간에도 말씀을 봤다. 그런데 차에서 내릴 때가 되니 신기하게도 아침에 일어난 것처럼 개운하더라. 몇 번 같은 경험을 하면서, 말씀으로 인한 마음의 즐거움이 내 몸의 양약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나이 83세인데, 보약을 안 먹는데도 주름이 없단 말을 많이 듣는다. 말씀의 즐거움 때문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말씀을 읽지 않으면, 시편 119편의 말씀처럼 죄를 짓는다. 정말 당장 영향이 온다. 내 영혼의 기쁨이 끊어진다.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