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2009년 10월

목양실 인터뷰 l 열린교회 김남준 목사

목양실인터뷰 디사이플

“저수지에 물을 담듯 깊은 독서를 하라”

 

김남준 목사의 목양실 옆 개인 도서관에는 조나단 에드워즈, 장 칼뱅, 아우구스티누스와 청교도 관련 서적, 역사와 철학을 아우르는 인문학 서적까지 빼곡하고 정갈하게 놓여있다. 절판된 책과 국내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원서도 상당수다. 이 콘텐츠들은 응축되어 그의 설교에 배어나온다. 일은 읽어야 하는 책을 읽는 것이고, 휴식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라는 그와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저자가 있는가 마이클 호튼의 『그리스도 없는 기독교』를 인상깊게 봤다.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하나님의 말씀, 개혁신앙에 비추어 해부하고 우리의 갈 길을 비춘다. 마케팅 처치, 관상기도, 이머징 교회, 조엘 오스틴의 형통복음 등 우려스러운 부분들을 정확하게 다루고 있다. 이 사람은 어떤 요인 때문에 기독교가 왜곡되고 있는지를 미국 교회를 통해 보여준다.


주로 어떤 책을 좋아하는가 이론서를 좋아하는데, 지난 10년간의 내 입맛은 ‘사상’이다. 그때부터 좀 더 본격적인 연구도 하고 있다. 사실 목회하면서 사상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참된 신학의 체계에 기초한 진술들이 필요했다.


설교를 어떻게 준비하고 독서를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사실 난 원고 없는 설교를 한다. 뼈대 한 장만 그려놓는다. 보통 설교를 위한 성경과 씨름하면서 원고를 작성하는 것, 그것을 설교 준비라 말한다. 그런데 예를 들어 산에 간다고 치자. 우리는 아마 올라가면 “날씨가 좋구나, 삼겹살은 어디서 구워 먹을까” 하며 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런데 식물학자가 산에 간다고 하자. 그는 “이 식물은 제주도에서 나는 것인데 어떻게 여기 있지?” 이렇게 감탄할 것이다. 즉 성경의 구절을 해석하고 풀어낸다고 할 때, 이것을 바르게 볼 수 있는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는 신학, 철학, 역사, 과학, 심리학 등을 공부하려 한다. 이런 내용들은 오늘 당장은 써먹지 못하나 성경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한 편 한 편 준비하는 것이 우물에서 퍼내는 것이라면, 이것은 저수지에다 계속 물을 담는 것이다. 원천적인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그러면 성경의 사이사이를 메워갈 수 있는 지식이 본인에게 있어야 한다.


청교도와 고전을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20대 초반 회심을 했는데, 그때 교회에서는 구체적인 신앙에 대한 질문들을 안내하고 풀어내주는 과정이 없었다. 그 후 신학을 하고 기독교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면서 청교도들을 만났다. 그들은 나에게 복음의 의미, 성경의 핵심사상을 가르쳐주었다. 나에게 영향을 미친 이가 네 명이 있는데 장 칼뱅, 아우구스티누스, 조나단 에드워즈, 존 오웬이다.


요즘 기독교 출판에서는 고전이 많이 쏟아진다. 고전은 신앙이 훨씬 뛰어났던 옛 시대와 자신과의 객관적인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그 사람이 어느 시대 어느 신학과 신앙을 가지고 썼는지에 대해 해석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그런 해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바라기는 고전의 실천서뿐 아니라 신학적인 무게와 균형감이 있는 이론서 고전도 많이 소개됐으면 한다. 이것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유럽의 힘도 고전에서 나오지 않는가.


젊은 목회자들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 먼저 신앙생활을 잘하길 바란다. 목회에 필요한 것들은 결국 자신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것이 본질이다. 두 번째로 성경과 신학 공부를 좀 많이 했으면 좋겠다.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 무엇보다 습득한 진리를 온 몸으로 실천하면서 체득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진실해졌으면 좋겠다. 진실은 진리에 자기를 합치시키는 것, 그게 진실이다. 말이든 행동이든, 그 진리와 합치되지 않으려는 자기와 부단히 싸우고, 간절히 은혜를 구하며 살기를 바란다. 우리들은 지금 종교개혁시대에 목회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시대를 정확히 잘 알아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현대를 주름잡고 있는 사상들을 찾아내면 비둘기처럼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롭게 설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현대를 주름잡고 있는 사상은 무엇이라 보는가? 지금은 근본적으로 인간 중심의 시대다. 신앙은 부족한 인간이 자기를 바라보는 것인데, 지금은 나답게 살기 원하지, 회개하고 꺾어지고 죽길 원하지 않는다. 종교든 사상이든 스포츠든 이용해서 자기를 활짝 개발해서 펼치는 것, 그것을 신앙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요즘 정말 자기계발서가 유행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지금은 경쟁의 시대라서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또 한 가지는 나를 꺾어 사람들을 섬기는 삶이 아닌, 자신이 갖고 있는 욕망과 이상을 충분히 실현함으로 자아실현에 기독교를 이용한다. 참된 신앙은 자기를 돌이켜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이다. 참된 경건이 필요하다.


최근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한 가지만 소개해 달라 “Modus vivendi, Copia dicendi” 삶의 방식이 가르침의 양을 결정한다. 요즘 이 말을 자꾸 마음에 담아두게 된다.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