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인터뷰 유민주 기자
성도들이 삶의 문제 가운데 길을 잃고 헤맬 때, 신학적인 지식보다는 하나님의 사랑과 그 안에서 응답될 희망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다는 우봉석 목사. 그가 독서를 하는 이유 또한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 상에 있다.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을 묵묵히 사랑하는 마음이 담뿍 묻어나는 그의 독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평소 독서습관은 어떠한가 나의 경우 한 권의 책을 읽으면 2~3번 반복해서 읽는다. 그리고 한 달 정도는 되도록 다른 책을 읽지 않고, 그 책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곱씹으며 리마인드 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면 그 내용이 내 머릿속에 정립되는데, 이것이 하나의 커다란 줄기가 되어 내 삶의 이정표가 되는 것 같다.
최근 그렇게 읽은 책이 있다면 지난 3개월 간 나오미 레비의 『다시 시작하기 위하여』를 3번 읽었다. 이 책은 25세에 미국 유대인 신학교 최초의 여자 랍비가 된 저자가 7년간 랍비로 섬기면서 만난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담아낸 책이다. 사람은 고통이 찾아왔을 때 ‘WHY’를 말하게 되는데, 이 책은 하나님 안에서의 ‘HOW’를 찾게 해준다. 제자훈련도 성경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예수의 제자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라는 점에서 또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별히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는가 단편적인 사실이나 정보를 전달해주는 책보다는 인간이 이 땅에서 고민하는 삶의 문제에 대해 다룬 책을 보려고 노력한다. 특히 목회하면서부터는 인간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주로 읽게 되었다. 한 인간이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문제들, 그리고 그것을 마주하는 인간의 아픔, 노력, 울부짖음, 괴로움, 극복 과정 등을 읽다 보면 지식을 얻었을 때의 희열보다 더 큰 감동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책은 삶에 대한 살아 있는 정보를 줌으로써 내게 부족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인생 최고의 책을 꼽는다면 고등학교 3학년 때 예비고사를 앞두고 한 달 동안 읽었던 소설책이 있다. A. 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라는 책으로, 내가 현재 목회자로서 지향하는 참 목자의 모습이 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한 마을에 살던 두 친구가 사제가 되는데, 프랜시스 치점이라는 친구는 중국 선교사로 파송되어 섬기게 되고, 안셀름 밀리라는 친구는 교황청의 신부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린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삶의 비교를 통해 참다운 사제의 길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당시 신학교로의 진학을 준비하던 나의 목자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가톨릭적인 내용이라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만약 목사가 된다면 프랜시스 신부처럼 자신을 희생하고, 묵묵히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참 목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독서가 목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독서를 통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또 다른 삶의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데, 이는 삶의 지경을 넓게 만든다. 이것은 곧 내가 목회자로서 편협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폐쇄적이고 독선적으로 사람이나 상황을 바라보지 않게 되어, 성도들을 상담할 때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그들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설교할 때 더 폭넓은 삶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유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