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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김준형 교수 _ 한동대
2006년의 해가 떠올랐다. 1월 1일은 현재 처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새로운 출발점이다. 모든 것을 일신하고 목표를 재설정해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싶은 소망들이 넘쳐난다. 마지막 순간을 카운트다운까지 하면서 새해를 맞으려는 사람들로 이맘때가 되면 세계가 한바탕 법석을 치른다.
우리에게 이런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따지고 보면 여타의 날들과 다르지 않으며, 캘린더로 정해놓은 인위적인 구분이다. 다른 달력을 사용한다든가, 나라마다 다른 시차까지 감안한다면, 이렇게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자체가 좀 어색할 수도 있다.
우리 한국인들에게 날짜 기억은 더욱 각별하다. 3월 1일, 4월 19일, 5월 16일, 6월 25일, 8월 15일, 10월 26일, 12월 12일 등 사건 자체의 이름으로 부르기보다는 숫자로 더 많이 기억한다. 숫자는 쉽게 기억할 수 있으며, 광복인지 독립인지, 또는 학생운동인지 혁명인지 하는 논쟁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역사적 사실만 전달하는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숫자는 피상적인 모습만 담아내기 쉽다.
예를 들면 ‘6월 25일’이라는 날짜만 생각할 때는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일어난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어 전쟁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소홀해질 수 있다. 국제 냉전이라든가, 해방직후의 민족분열이나 더 거슬러 올라가 일제강점의 책임도 심대했는데 말이다. 8월 15일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연합군에게 항복함으로써 자유를 얻은 날이지만, 이 숫자에는 수십 년간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과 독립을 위한 영웅들의 피 흘림이 간과되기 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