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박한철 교사 _ 덕성여고
영화 <신과 함께 가라>는 청빈과 순명 그리고 정결의 정신을 실천하는 수도원의 삶에 충실했던 세 명의 수도사가 어느 날 속세에 발을 내딛으며 겪게 되는 세상과의 충돌, 유혹, 혼란, 성장, 회복 등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음악, 유혹, 사랑, 모험, 자유가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혼자 보기가 너무 아까워 내가 가르치고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었다.
신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찬양을 신에 대한 최고의 경배로 여기는 칸토리안 교단의 수도사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찬양의 소리에 학생들의 마음이 녹아들었다. 독일 서남부의 아름다운 풍광과 칸토리안 교단의 익살스러운 세 수도사들의 행동도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찬양하고 기도하는 수도원 생활에만 익숙해져 있던 수도사들에게 자동차, 휴대전화 등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순수한 그들의 여정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되지 못한다. 그들에게 있어 장애물이란 길을 떠나자마자 겪게 되는 세상의 온갖 번뇌들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학생들에게 “너희들의 인생 여정에는 어떤 유혹이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부터 먼저 이야기하라고 한다. 막상 대답을 하려고 하니 숨이 막힌다. 그 많은 세상의 유혹들을 한마디로 표현하려고 하니, 지난 몇 십년간의 유혹들이 한꺼번에 나를 억누른다.
그래서 길을 떠난 세 수도사는 모두 오랫동안 쌓은 신앙심을 뒤흔드는 유혹(이성을 향한 금지된 사랑, 잊고 살았던 권력과 물질적 안위, 고향에 두고 온 가족 등)에 빠지게 되고, 갈등하고 방황하는 가운데 깨달음을 얻고 성장했으니까 너희들도 깨달음을 얻으라고 이야기하면서 적당히 대답을 얼버무렸다.
‘예수님이라면 감동을 주는 멋진 대답을 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문득 DVD를 들었더니 <신과 함께 가라>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 속에서 수도사들은 성령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찬양으로 하나님께 나아갔고, 신앙의 순수성으로 상징되는 또 다른 수도원을 향해 여정을 떠났는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법으로, 어떤 곳을 향해 하나님과 함께 가고 있는 것일까를 돌아보게 된다.
영화 속 세 수도사는 각기 서로 다른 종류의 유혹에 노출된다. 하나님께 평생을 바치기로 서약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전형적인 시험들이다. 각각의 수도사들이 받은 시험과 고민, 극복방법, 그 뒤 변화된 모습 등을 하나씩 찾아보면서, 예수님이 광야에서 받았던 시험들, 그리고 자신이 삶 속에서 받았던 시험들과 비교해 보는 것도 영화를 통해 삶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된다.
하나님과 함께 가면 모든 유혹을 이길 수 있다는 모범 답안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세상의 시험과 유혹에 엉뚱한 답안을 작성하고 있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다. 언제쯤이면 나도 거침없이 자신 있게 정답만을 쓸 수 있을까? 영화를 본 지는 꽤 오래 됐지만 영화 내용을 생각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나를 반추해보게 만드는 묘한 능력이 <신과 함께 가라> 속에 있다. 나는 과연 하나님과 함께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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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교사는 덕성여고에 재직중이며, 새문안교회와 문화선교연구원 영화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영화를 통한 문화선교와 삶의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