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2012년 07월

스마트폰보다 똑똑한 스마트맨이 돼라

문화읽기 이의용 교수_ 대전대학교

요즘은 스마트폰 없는 사람이 없다. 스마트폰의 기능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이름 그대로 똑똑한(smart) 전화기요, 똑똑한 장난감이다. 그래서 아이나 어른이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강의 중에 가끔 청중들에게 스마트폰을 꺼내게 한다. 그리고는 누군가에게 문자 메시지를 작성해서 보내도록 한다. 단, 자판을 이용하지 않고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 음성인식 기능이란 목소리로 전화번호를 찾아 화면에 띄우고, 목소리만으로 메시지를 작성하는 방법이다. 방법을 알려주면 다들 퍽 신기해한다. 이 기능은 자동차 운전 중 불가피하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야 할 때 참 편리하다.

스마트폰은 종합선물세트
스마트폰은 종합선물세트처럼 여러 기능을 합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무언가를 따로 휴대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다. 예를 들면 카메라를 따로 휴대하지 않아도 된다. 어디 그뿐인가? 이젠 달리는 기차 안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라는 인류의 꿈을 누리게 해준다.
점점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시장에서 자리를 잃는 상품들도 늘어나고 있다. 앞서 예를 든 소형 디지털 카메라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덩달아 비디오 카메라와 재생기(플레이어), 소형 녹음기, MP3 등도 매장 구석으로 밀려났다.
손목시계를 안 차는 이들도 많다. 스마트폰의 시계가 매우 정확하고 알람, 스톱워치 등 다양한 기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성능 좋은 내비게이션, 텔레비전(DMB) 기능도 있다. 이제 이런 상품들도 자취를 감추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또 하나의 놀라운 기능은 그 작은 기계가 수백 권의 책을 대신해준다는 점이다. 달력, 지도, 사전을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됐다. 수십 권으로 된 백과사전도 쉽게 열어볼 수 있다. 다이어리, 일정표, 수첩, 메모지, 펜도 필요가 없다.
어느 피아니스트는 악보 대신 큼직한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연주를 했다. 피아노를 치다가 스마트폰에 내장된 악기로 한 부분을 연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책과 사무용품을 파는 가게가 사라져가고 있다. 소형 전등, 거울, 렌즈, 게임기, 계산기 등 웬만한 것은 스마트폰에 다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가져오는 생활의 변화
현재의 진화 속도를 보면, 앞으로 스마트폰은 더 많은 기능들을 보강해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도 지금과는 전혀 달라질 것이 확실하다. 몇 가지 변화를 예상해보자.
첫째, 앞에서 열거한 소품들이 우리의 생활공간에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컴퓨터가 나오면서 타자기가 사라지고, USB가 나오면서 CD가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내 서재를 한번 둘러본다. 버리지도 못하고 사용하지도 못해 처박아놓은 멀쩡한 팩시밀리 같은 물건이 계속 쌓일 것 같다. 수많은 책들도 곧 폐품 신세가 될 것 같다. 월부로 장만한 비싼 영상장비며 카메라들도 다시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다. 한 마디로 살림살이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런 물건들을 만들어 파는 업종 자체도 붕괴될 수밖에 없다. 요즘 일자리가 줄어드는 원인도 스마트폰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대형 매장의 등장으로 골목 안의 가게들이 사라지는 것처럼, 종합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단품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중소형 공장과 매장은 급속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둘째, 얼마 전 개그맨이 이런 소재로 사람들을 웃긴 적이 있다. 말을 거는 아저씨가 귀찮아지자 어린아이가 이상한 손짓을 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바꾸는 손짓이었다. 아이는 아저씨가 나오는 화면을 다른 화면으로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웃을 일만은 아니다. 어린아이를 달래기 위해 엄마들이 스마트폰의 동영상을 자주 보여줌으로써 스마트폰 중독 현상은 점점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아이건 어른이건 스마트폰의 신기한 기능을 배우고 누리느라 다른 일,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다. 전철을 타도, 버스를 타도, 커피숍에 가봐도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 심지어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도,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수업 진행에 방해가 되는 수업 태도’ 1위는 ‘휴대전화 사용(26.3%)’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때문에 대학에서조차 수업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부부 간에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남편보다, 아내보다 스마트폰이 재미있기 때문에 거기에만 집중한다. 스마트폰 중독 현상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삭막한 ‘불통 사이’로 만들어놓고 있다.

‘사색’은 사라지고 남의 생각을 ‘검색’만
스마트폰은 만물박사다. 이젠 다른 사람에게 예를 갖춰 직접 묻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에게 물어보면 가장 모범적인 답안을 즉시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세대는 선생님보다 스마트폰과 대화하려 한다. 스마트폰 사용 방법에 관한 한, 이젠 아이들이 어른들의 선생이 되고 있다. 어른들 체면이 말이 아니다.
모두들 스스로 ‘사색’은 하지 않고 남의 생각을 ‘검색’만 하려 한다. 이러다간 모두 스마트폰의 노예가 될지 모른다.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스마트폰보다 똑똑한 스마트맨이 돼야 한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기능을 익히고, 그것이 삶의 ‘도구’임을 깨닫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세월이 필요할 것 같다.
나도 설교 중 가끔 스마트폰을 열어본다. 주위의 시선은 아직 따갑다. 다른 번역 성경 본문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에 찬송가도 있으니 이젠 성경, 찬송가를 안 들고 예배에 참석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서…”라는 찬송가 가사도 언젠가는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나의 사랑하는 폰 비록 고장났으나…”

 


이의용 교수는 교회문화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학박사이자 대전대학교 교수이다. 저서로는 『내 인생을 바꾸는 감사일기』, 『잘 가르치는 교수』 등 37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