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송길원 대표 _하이패밀리
1991년 가을, 일본 아오모리 현은 연이은 태풍으로 농민들이 깊은 시름에 잠겼다. 애써 재배한 사과가 거의 팔 수 없게 되었다. 좌절과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오직 한 사람만 “괜찮아. 자알~ 될 거야!” 하며 자신을 다독였다. 그는 아직도 사과나무에 달려있는 10%의 사과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사과에 이름을 붙였다. “떨어지지 않은 사과”
이름 하나 때문에 그 사과는 보통 사과보다 10배나 비싼데도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그 사과의 주 고객층은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이었다.
10:90과 90:10의 방정식
히스이 고타로가 전해준 이야기다. 사람들은 사건사고가 생기면 그 사건사고를 90%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10%밖에 안 된다고 여긴다. 이를 불행의 방정식이라 한다. 하지만 사건사고를 10%로 나의 반응과 행동양식을 90%로 받아들이는 순간 행복의 방정식이 된다.
경제 한파는 매섭다고 예보되었다. IMF를 겪어본 사람은 그 추위를 잘 안다. 대량실업과 해고, 직장을 잃은 아버지들의 방황, 이혼과 함께 가정이 깨지고 자녀들이 내팽개쳐진다. 취업 걱정은 갈수록 커 가고 진로는 불투명하다. 젊은이들은 결혼마저 늦추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때 가정은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가족 간에 신경질, 우울증도 증가된다. 가정폭력이 생기는가 하면 탈선, 이혼도 늘어난다. 위기의 시대, 행복한 가정을 지켜낼 10:90의 지혜는 없는 것일까?
긍정의 힘
말을 심하게 더듬는 소년이 있었다. 말을 더듬는 일로 마음이 상해 괴로울 때마다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대꾸한다. “너무 똑똑해서 그런 거야. 너처럼 똑똑한 아이의 머리를 네 혀가 따라오지 못해서 그런 거야.”
어머니의 칭찬과 격려로 소년은 어느새 학교에서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아이가 되었다. 키는 작았지만 야구팀의 투수로, 아이스하키 팀과 골프 팀의 주장으로 맹활약을 펼친다. 학업을 마치고는 GE(General Electric Company)의 말단 사원에서 출발해 1981년 최연소 CEO의 자리에 오르고, GE를 시장가치 120억 달러에서 4500억 달러로 끌어올린 최고의 CEO가 되었다. 그는 다름 아닌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잭 웰치다. 어머니의 긍정의 말 한마디가 세상을 바꾼다. 훗날 잭은 리더십을 ‘인간이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그 깊은 우물에 호스를 대는 일’에 비유했다.
늘 술에 찌들어 사는 남편에게 아내가 투정을 부린다. “당신은 언제 멀쩡한 정신으로 다녀요?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도 않아요? 이제 그만 작작 마셔요. 당신은 술로 망할 거야!” 이런 끊임없는 잔소리가 남편을 더 포악하게 만들고 더 거칠게 만든다.
술주정을 하는 남편에게 한 부인이 이렇게 반응했다. “술은 남자의 눈물이라는데 함께 그 눈물 흘리지 못해 미안해요.” 남자는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아내에 대해 고마운 마음으로 끝내 보답을 하고야 만다. 이렇듯 행복은 서로를 긍정하는 데서 시작되는 새싹과 같다.
감사의 기적
어느 가정이건 위기를 피해 갈 가정은 없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위기관리 능력을 갖춘 명문가로 태어나고, 주저앉아버림으로 파산하기도 한다. 그 차이는 감사의 코드에 있다. 지그 지글러는 이렇게 말했다.
“‘감사하다’고 말할 때마다 우리는 ‘내가 가진 것과 내가 있는 장소를 그대로 받아들이겠다. 나는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라고 다짐하는 것이다. 나는 감사할 줄 모르면서 행복한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래서 감사는 행복의 원천인 동시에 행복의 열매가 된다. 어떻게 감사하며 살 수 있을까? 감사는 행복과 불행의 기준점이 된다. 누구에게나 행복의 ‘기준점’이 있으며, 이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 쉽게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감사하는 태도는 따뜻한 사건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변화시켜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게 만든다. 감사를 느낄 때 사람은 행복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한다. 가족 간에 서로 감사를 나눌 때 그 가정은 행복을 가진 행운의 공동체가 될 것이다.
인생이 뜻한 대로 잘 풀릴 때는 감사도 쉽지만, 역경이나 시련 속에서 감사하는 것은 벅찬 과제다. 그러나 삶에 대해 진정으로 깊은 감사를 느끼려면 어쩌면 어느 정도의 상실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나면 따뜻한 봄이 더 고마운 법이고, 고난 끝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더욱 행복한 마음이 든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것을 찾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 자세가 절망을 깨트린다.
17세기 영국의 한 시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주님! 주님은 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 나에게 한 가지만 더 주시옵소서. 감사하는 마음을.”
시각이 가져다준 축복
한 사료 제조회사에서 유기농 원료를 사용한 신제품 프리미엄급 고급 개 사료에 대한 제품설명회를 열었다. 담당직원이 설명을 끝내자 참석자가 물었다.
“사람이 먹어도 됩니까?” “못 먹습니다.” “유기농 청정원료로 영양가 높고 위생적으로 제조되었는데 왜 먹지 못한단 말입니까?”
……
“비싸서 못 먹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웃는다. 모든 것은 어떤 눈으로 들여다보느냐에 답이 있다. 시력(視力)이 아니라 시각(視覺)의 문제인 것이다. 4대륙 피겨 스케이팅이 열렸을 때다. 모든 기자들은 김연아 대 일본의 아사다 마오의 대결 구도로 기사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시애틀 타임스>는 “김연아 대 역사의 싸움”으로 보도했다.
소년 다윗은 골리앗을 거인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니까 담대할 수 있었다. 그의 눈에는 그저 개로 보였을 뿐이다. 개를 내쫓는 데는 돌멩이 몇 개면 충분했다. 파리를 잡는 데는 파리채가 제격이다. 파리 잡는 데 장작개비를 들지 않는다. 더구나 다윗은 비교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칼과 창과 방패가 우스꽝스러운 광대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불황과 싸우면 안 된다. 나 자신의 절망과 싸워야 한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뿐일까? 가족과 싸우면 안 된다. 나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일, 의외로 가장 가까이 있는 셈이다.
송길원 목사는 행복발전소와 하이패밀리대표, 사랑의교회 협동목사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 『말, 3분이면 세상을 바꾼다』,『유머,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