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2005년 10월

독서, 좋은 생각을 유통하게 한다

문화읽기 장경철 교수 _ 서울여대

나의 연구실에 들어온 학생들이 종종 던지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여기에 있는 책들을 다 읽으셨나요?” 나도 학생시절에 품었던 질문이었다. 서고에 책이 가득 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도 늘 그것이 궁금했다. ‘저분은 저 책을 다 읽으셨을까?’ 이제 내가 답변을 해야 할 입장이다. “한번쯤은 만난 책들이 많지. 하지만 모든 부분을 다 읽은 것은 아니다.”
책 읽기는 만남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만남 이후에 박제가 된 채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지만, 책은 나를 만나 준 이후에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않기에 서고에 꽂혀 있을 뿐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좋은 일이나, 한 달에 몇 권 이상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 달에 100명 이상의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칭찬이 되기는 어려운 것처럼, 한 달에 몇 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덕이 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책 읽기를 은총의 기회로 생각하도록 하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를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경우에 책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나는 책을 통해서 그분을 만나고, 그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과의 깊이 있는 만남이 소중할 수도 있다. 한분과 오랫동안 만나면서, 그분의 생각과 꿈, 그리고 깨달음을 전수받을 수 있다면, 나의 삶은 업그레이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유통하는 일을 좋아한다. 한때는 내가 독창적인 사람이 아니...

* 더많은 내용은 <디사이플> 2005년 10월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