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005년 01월

타자와의 멘토링을 회복하라

서평 박 건 목사 _ 예전교회

『멘토링 받는 삶』/ 제임스 휴스턴 저/ 권영석 역/ IVP/ 10,000원

 

 멘토링은 ‘관계를 통해 영향을 끼치는 과정’이라는 그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 사이의 관계성이 강조된 실천적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 있어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휴스턴(James Houston)은 멘토링에 대한 이해를 보다 폭넓게 하도록 돕기 위해 멘토링을 기독교 인간학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풀어내고 있다. 지난 50여 년간 저자는 우정의 사람답게 수많은 사람들의 영적 멘토로 여러 나라의 학생 및 학자들과 개인적 친분을 쌓고 우정을 돈독히 하며 영적 멘토링을 해 온 것으로 잘 알려진 학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상이 추구하고 있는 멘토링과 기독교적 멘토링을 깊이 있는 철학적, 인간 이해적 접근을 통해 분석하고 탐구함으로써 인간됨 회복의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멘토링의 입문서도 아니고 멘토링의 방법론을 다룬 책은 더더욱 아니다. 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의 원인과 관계의 중요성 등, 멘토링의 보다 본질적인 면을 파헤치고 있다.

타자와의 관계를 소중히 하라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도록 강하게 도전하고 있다. 1960년대 이래 거대한 문화적 변화를 경험하며 무너져 내린 가치관들을 회복하기 위해 ‘자아의 집’을 어떻게 다시 지어야 할지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곧 개인의 정체성이고 인간 존재의 정체성인데 우리는 단지 ‘개인’이 아니라 ‘인격체’로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저자는 일깨워 주고 있다. 여기서 ‘인격체’란 ‘타자’(他者)에 대해 문을 열도록 멘토링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로버트 벨라(Robert Bellah)는 하나님은 우리를 스스로 완전해지도록 만들지 않으셨고 상호의존(interdependence)하며 살도록 지으셨는데, 미국인들은 자꾸만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기에 심각한 인간관계의 부도 위기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책의 저자도 현대인들이 고도의 개인주의 사회에 살면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회적 존재로 지으셨음을 잊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현대인들은 너무 자율적으로 행동하기에 상호관계를 통해 함께 누리며 가꿀 문화가 극히 황폐화되고 있다고 개탄한다. 우리는 수많은 이웃들은 물론 우리 자신과도 대화할 만큼 다양한 ‘타자’(他者)와 더불어 살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혼자서도 잘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 대해 저자는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저자는 그런 점에서 다른 사람과의 멘토링 관계를 회복해야 함을 강조하며 아울러 멘토링을 ‘타자화(othering)의 과정’이라고까지 정의한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인류의 유산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런 유산들을 찾거나 배우려고 하지 않기에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인생과 자원들을 낭비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 풀러신학교의 멘토링 교수인 클린턴(Robert Clinton)의 표현을 빌자면, “역사적 모델링”(Historical Modeling)이 안 되고 있는 셈이다. 과거가 ‘없어서’가 아니라 멘토링의 부재 때문에 과거를 ‘몰라서’ 그것을 거울삼지 못한다면 이는 실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우리는 모든 관계 속에서 ‘타자’를 인지하는 법을 배우도록 ‘멘토링’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타자’와의 관계를 소홀히 여기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그만큼 발전이 더디거나 중단될 수밖에 없다. 발전하는 사회에서 발전의 중단은 곧 퇴보를 의미한다.

하나님은 멘토링하길 원하신다
이는 요즘의 통계를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어느 대학이 3, 40대 직장인 2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인 위기의식’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위기를 겪을 때 어떻게 해소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44%가 “멘토와 대화한다”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또 “멘토가 있다면 누구인가?”라는 항목에서는 직장 선배나 동료가 33%로 가장 높게 나왔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직장인의 88%는 인생의 고비에서 위로와 충고를 해 줄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68%는 현재 자신의 멘토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 95%는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다른 사람의 멘토가 되어 줄 용의가 있다고 대답해 멘토의 중요성을 보여 주었다.
이 책의 돋보이는 점은 멘토링의 보다 근본적인 뿌리요, 출발이 되시는 인격적인 하나님의 멘토링을 강조한 데 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멘토링하시기를 간절히 원하실 뿐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과 늘 바른 관계를 맺기 원하신다. 이는 우리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지름길이며,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참된 ‘메타 멘토링’(meta-mentoring)의 완성이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의 학교교육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교육이란 지식의 전달로 그쳐서는 안 된다. 진정한 지식은 지혜로운 동반자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가르침에는 반드시 양육과 보살핌의 관계가 따라야 한다. 만일 교사가 친구처럼 친절하게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학생들의 학습 효과는 더 크게 향상될 것이다. 멘토 안에 체험된 지혜야말로 탁월함에 이르는 길이다.
오늘날과 같이 관계가 단절된 사회에서, 지도자들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고 권위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 이 시대에는 멘토로서의 교사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가 지식의 전수 차원을 넘어 스승의 사상, 인격, 성품, 가치관을 배우고 전수받는 참교육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음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예수를 따르는 제자도가 멘토링이다
또한 제자도에 있어서도 본서에서 인용한 키르케고르의 지적처럼,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적 존재이기에 예수의 제자인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에 의해 평가받아야 함을 강조한다. 예수는 열두 제자들의 멘토이셨다.
따라서 저자는 제자도를 우리의 영원한 멘토이시며, 이상적 멘토이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순종하며 따라가는 제자의 삶으로 조명하고 있다. 즉, 그리스도인의 온전한 삶이란 말씀과 예배를 통해 예수님을 닮아 가는 삶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참된 제자의 삶은 주님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내게 있어 멘토링에 대한 사고와 이해를 좀더 깊고 넓게 해 주었다. 성경과 철학, 인간의 아주 근본적인 요소들을 한데 넣고 잘 달여서 우려낸 보약 한 그릇과 같다고나 할까? 평생을 멘토링으로 헌신해 왔다는 저자의 고백은 나 또한 언젠가 꼭 해 보고 싶은 고백이며, 이 혼돈된 시대에 저자와 같은 좋은 길라잡이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박 건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선교학 박사학위(Th.M., D.Miss.)를 받았다. 이후 남가주사랑의교회 부목사를 거처 현재 의왕시에서 예전교회를 개척해 시무 중이다. 교회멘토링연구원 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총신대, 성결대학교, 한세대 대학원 등에서 멘토링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