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005년 06월

의탁’을 통한 완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이겨낸다 -『사랑에 항복하다』(IVP)

서평 최정은 간사 _ 대한YWCA연합회

 사랑만큼 흔한 말도 없는 반면, 사랑만큼 귀한 것도 없다. 또 사랑만큼 다양하게 해석되는 단어도 없다. 대상에 따라,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랑이든지 공통점이 있다면, 사랑에 대한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따뜻함과 친절함이 묻어 있는 부드러운 정서, 즉 사람의 감수성을 일깨우는 감정으로서의 이미지 말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을 찾자면 모든 사랑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등 관계에서의 교제를 통해 사랑은 이루어진다.  
미국의 심리학자이면서 영적 지도자로 추앙을 받는 데이비드 베너는 사랑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며, 오직 사랑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했다. 사랑은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부서진 신뢰를 회복하게 하며, 자기희생의 동기가 되고,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고 주장한다. 인생을 살면서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 배우는 것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영혼을 변화시키는 사랑
『사랑에 항복하다』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랑은 부드럽고 감상적인 사랑이 아니라 영혼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기제로서의 사랑이다. 그것도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사랑을 경험할 때 우리는 온전히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으며,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사랑의 전제 조건으로 ‘의탁’을 권한다. 순종이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서의 의탁은 단순한 맹종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사랑에서 비롯되며, 하나님과 온전한 교제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근원이 된다.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랑의 시작, 사랑과 두려움의 관계, 의탁과 순종의 개념, 사랑에 의한 변화, 사랑 안에서의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예수와 함께 순례의 여정을 걸으며 하나님 안에서 연합할 때 영적 여정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의탁과 사랑과 영성을 인생의 세 가지 큰 주제라고 설명하면서 하나님에게로의 의탁을 통한 사랑의 체험이 영적 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고 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저자의 경험과 심리영성치료연구소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사례를 담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의 전개 방식이 자칫 관념적으로 느끼기 쉬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저자는 모든 사랑의 시작은 하나님의 창조 이야기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밝힌다. 사람이 자유를 선택하는 순간 비극이 시작되었으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을 체험할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또한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은 묵상을 통해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때 묵상은 말씀을 분석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에 잠기는 것으로 묵상을 통해 사랑에 충분히 빠져들 때 자신의 정체성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두려움을 물리치는 사랑
인간은 사랑에 잠겨들면서 두려움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두려움이 내면의 갈망과 욕구들과 갈등을 일으키면서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사랑을 억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사랑에 대한 상처가 또 다른 친밀한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의탁에의 접근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났을 때를 떠올려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불타는 떨기나무 아래에서 두려움에 떠는 모세에게 “두려워 말라”고 조용히 권하시고, 민족의 구원이라는 엄청난 계획 앞에 자신 없어 하는 모세에게 다시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고 말씀하신 하나님. 또 베드로에게 물 위를 걷게 하신 예수님. 이 사건들은 의탁을 통한 완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그렇다면 의탁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의탁을 설명하면서 물에 뜨는 사람의 예를 들고 있다. 물에 자신의 모든 무게를 맡길 때 뜨는 것처럼 성령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긴다면, 하나님은 당신을 향한 사랑을 받아들이면서 변화의 기적을 보여주실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때 우리는 회심과 정화, 회개의 과정을 통해 우리의 벌거벗은 자아를 만나고, 하나님의 온전한 사랑을 받아들 수 있으며 영적 눈을 뜰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사랑 안에서 성장을 이루어가는 것은 고립된 자아의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관계 속으로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 인간 공동체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여는 소중한 기회로 나의 아픔과 고난과 불안이 모든 이웃과 결속되어 심리적, 영적 성장의 극치를 이루게 한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말씀에 의탁하여 살기
『사랑에 항복하다』를 읽어내려 가다보면, 제목에서 느꼈던 묘한 거부감이 서서히 사라진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가진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또한 우리의 영적 회복을 위해 일상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있어 삶의 좌표로 삼기에 좋다. 나아가 우리 삶을 되돌아보면서 깊이 묵상할 수 있게 수록된 하나님의 말씀은 이 책을 늘 곁에 두고 싶게 한다.
만약 당신이 한번 훑어보는 수준의 책 읽기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 대신 당신이 삶을 깊이 묵상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에 의탁하여 살기를 원한다면, 언제든지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장소에 이 책을 두기를 권한다. 우리의 인간됨은 바로 사랑을 배우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당신을 사랑에 항복하는 길로 자연스럽게 이끌어갈 것이다.

 


 

최정은 간사는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PR을 전공중이다. 현재 대한YWCA연합회에서 출판홍보 실무를 담당하면서 YWCA 생명사랑 공동체운동을 알리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