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고직한 선교사 _ YOUNG2080 상임대표
순종이란 단어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용어이다. 마치 권위라는 말에 사람들이 비호감을 넘어 반감을 일으키듯 말이다. 도대체 절대적 권위가 사라진 이 시대에 누가 누구에게 순종하라는 말인가? 저들은 항변한다. 특히 순종을 빙자하여 적잖은 맹종인들을 일으켜서 목사들의 야심을 채워 아성을 쌓는다며 사회적으로 교회의 역기능적인 모습에 대한 오해가 아주 극심한 오늘의 시대에!
순종으로 이 시대의 허를 찌르다
이런 반항 내지 비난과 냉대를 무릅쓰고 아예 정공법으로 순종에 대한 책을 내고 ‘순종선언’을 유도하는 오정현 목사의 용기와 대담성에 책을 보는 사람들은 먼저 놀라게 된다. 그리고 이해득실적 협상과 잠정적 계약은 있을지 몰라도 순종 따위는 없다고 믿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오히려 역으로 허를 찔러 호기심과 신선감을 느끼게 하는 저자의 역발상의 마케팅적 감각은 부럽기까지 하다.
사실인즉 순종이란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것이 아닌가? 창조주 하나님이 계시고 절대자 하나님이 계시다면, 그 피조물인 인간이 순종할 도리 외엔 무엇이 있을까? 더욱이 순종치 않아 죄를 지어 천벌 받아 마땅하고 몇 번씩이라도 죽어 마땅한 죄인을 용서하셔서 구원의 길을 여신 하나님께 순종치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가당찮은 것인가? 이런 면에서 볼 때 순종이라는 가장 중요한 것이 환대받지 못하는 이 시대에, 저자가 마치 전 시대의 조직신학적 저자나 설교자들처럼 철학적이고 연역적으로 가르치고자 했다면 이 책은 철저히 외면당했을 것이다.
요셉이 현대의 인물이 되어 순종을 말하다
오늘날은 이야기의 힘 때문에 영화나 뮤지컬, 게임 산업에서 마구 돈을 뿌리며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사들이는 시대이다. 바로 이 방식을 차용하여 저자는 성경에서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토리 중 하나인 요셉의 내러티브를 끄집어내어 그 ‘듣기 싫은’ 순종을 풀어냄으로써 독자들의 공공의 적인 지루함과 재미없음을 날려 버리고 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그래야하지 않겠냐’는 방식으로 귀납적으로, 그리고 아주 실사구시(實事求是)적으로 거룩한 결심 10대 순종선언을 추려냈다. 그렇기에 예상을 깨고 이 불순종의 시대에 순종하고 싶은 마음을 먹게 만든다.
그 10대 순종선언이란 다음과 같다. 하나, 나는 고통과 실패 속에서도 하나님의 교훈을 따르겠습니다. 둘, 나는 마라토너의 긴 호흡과 안목으로 인생을 살겠습니다. 셋, 나는 모르는 미래보다 오늘 삶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넷, 나는 하나님 편에서 분명한 삶의 원칙을 세우겠습니다. 다섯,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낙심하지 않겠습니다. 여섯, 나는 모든 상황에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일곱, 나는 다른 이의 필요를 채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여덟, 나는 모든 사람으로 화목케 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아홉, 나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감사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열, 나는 하나님 안에서 항상 꿈꾸는 자로 살겠습니다.
그리고 각 선언은 네다섯 개의 원리나 방법을 아주 실제적으로 보여주되 생생한 내러티브 속에서 그것을 보여주니 공허하지 않을 뿐더러 설득력 있게 와 닿는다. 사실 요셉의 스토리를 떠올림과 동시에, 이 10대 선언을 거룩한 결심으로써 자주 외치고, 우리가 주기도문이나 십계명을 외우듯이 선언을 하고, 매 선언에 관해 수록된 순종선언 기도문을 갖고 기도한다면, 어느 누구도 요셉이 되지 못할 것은 없으리라 본다.
이유인즉 요셉도 그 순종선언과 그 선언을 체질화시킨 삶을 살았기 때문에 우리의 영웅이 된 것이지, 그 선언과 무관한 삶으로 일관되었다면 그 비교대상인 형들의 인생과 크게 달르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더 파워풀한 것은 누구보다도 요셉과 같이 어렸을 적부터 꿈의 사람이면서 청빈한 목회자의 집에서 태어나 가난과 역경을 벗하며 살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어릴 때와 젊었을 적 삶의 편린들이 솔직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지금은 누구에게나 집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강남의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로서 이른바 출세한 요셉의 모습과 교차되는 가운데 그의 속살을 드러내는, 살아있는 그 자신의 예화들을 우리가 접할 때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이 정도 두께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의 어린이들과 특히 청소년 및 청년들에겐 필독서로 추천할 만하다. 그리고 장년이나 노인이라 할지라도 그리스도 안에서 새 피조물이 되어 새롭게 살기를 소망하는 성도들에게도 꼭 맛보게 하고 싶은 책이다. 순종선언은 거듭난 하나님의 백성이면 나이에 관계없이 반드시 성령의 감동 하에 자발적으로 해야 될 거룩한 결심이며, 말씀으로 인한 체질화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순종은 삶에서 살아있을 때 그 빛을 발한다
이 책은 감동과 재미가 있기 때문에 술술 읽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루는 순종선언 하나하나가 우리의 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에선 이 책은 숙독해야 한다. 순종선언 하나하나가 끝날 때마다 그 선언을 내면화시키는 작업이 뒤따라야만 효과가 살아난다. 그런 점에서 편집진은 매 장마다 요약과 순종선언 기도문을 잘 실어 주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뉴얼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마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과 같은 베스트셀러처럼 읽어서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습관을 키워야만 그 책의 진가가 더 드러나는 책이라는 것이다.
요셉의 내러티브 속에서 나온 이 10대 순종선언은 저자가 말하는 바처럼 자수성가(自手成家)가 아닌 신수성가(神手成家)를 이루는 매뉴얼과 같은 특징을 띠고 있다. 그야말로 하나님의 손으로 빚어져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성공적인 삶,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삶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나 책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또 하나의 성공서, 자기계발서로 폄하하려는 비판가들의 매도가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은 자기 힘이 아닌 하나님의 힘을 의지하여 이루어진 것이지만, 입지전적인 한 인물의 성공 신화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요셉 내러티브의 한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똑같이 하나님의 손으로 빚어지는 삶이지만 성공주의 이데올로기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현대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좀 다른 프레임의 신수패가(神手敗家)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욥이나 예수님이나 사도 바울의 내러티브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위대한 실패’의 본보기와 같은 스토리들로부터도 순종선언이 똑같은 저자에 의해 이부작으로 만들어진다면 아주 좋겠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그러면서 정말 이런 의미의 순종선언이 오늘날 하나님 백성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도록 이 책을 매뉴얼로 하는 ‘가나안농군학교’ 같되, 아주 팬시하고 매력적인 21세기형 Obedience School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직한 선교사는 연세대학교와 호주 SMBC를 졸업했다. 이후 IVF 총무와 학원복음화협의회, 사랑의교회 청년대학부 디렉터를 역임하고, 현재 청년목회자연합 Young2080 대표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