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상화 목사 _ 교갱협 사무총장
『발견』 (도서출판 국제제자훈련원)
‘이 세상의 유일한 희망 공동체는 주님의 교회다’
이 명제는 오늘 한국 교회의 중심 명제이기도 하고, 동시에 전세계 교회의 중심 명제이기도하다. 그리고 이 중심 명제의 성취를 위해 모든 영적 공동체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며 나름의 분투를 하고 있다.
왜 교회라는 영적 공동체를 두셨는가?
21세기 교회들이 당면한 현실을 냉정하게 따져보면 본질보다는 비본질, 핵심 가치보다는 곁다리 문제에 여전히 시간과 인력과 재정을 소모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익히 아는 대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가치를 붙잡고, 그것을 위해 전력투구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은 공동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영적 공동체 내에 뜻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왜 교회라는 영적 공동체를 두셨는가?’ 하는 교회의 존재이유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그리스도께서 피로 값 주고 사신 교회는 ‘과연 무엇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전력질주 해야 하는가?’라는 교회의 행동 방향과 기준에 대한 고민스러운 질문을 던지는 성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더 큰 어려움은 상기한 질문들에 대해 통전적이고 학제적인 연구 작업이 많지 않고, 그것을 통해 교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결과물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지도자들은 더욱 난감한 상황 속에 놓여있다.
월로크릭교회 출석교인 설문조사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진지한 물음을 던지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잘못되었다”고 고백하는 윌로크릭교회의 『발견(Reveal)』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여기서 충격이란 결코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잘못되었다”는 고백때문이 아니다.
교회가 하나님 백성 공동체로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과연 어디에 집중하고, 어떤 방향을 향해 달음질해야 할 것인가를 계량화된 데이터로 대답하고 있다는 점이 충격이다.
윌로크릭교회가 『발견』을 출간한 의도는 다음의 글에서 분명해진다.
“‘몇 명인가?’라는 질문 자체만으로는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짚어 낼 수 없다. 그 질문은 좋은 출발점이 되기는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측정할 뿐이다. 영적 성장에 관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발견』, 7쪽.)
교회가 진정 집중해야 할 사역은 사람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성도들의 ‘마음이 성장하는 것’을 돕는 것이라는 말이다. 윌로크릭교회는 마음의 변화를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발견하고, 실제로 마음의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수년간의 시간을 보낸 후 『발견』을 출간했다.
그 과정에서 정확한 판단을 하기위해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비전 설정을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는가?’를 질문한다. 그리고 구체적이고도 실현가능한 행동 계획(Action Plan)을 선택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그곳에 도달할 것인가?’를 묻는다.
사역을 전면 수정한 빌 하이벨스 목사
질문만 있고 대답이 없다면 공허한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1992년부터 시작하여 윌로크릭교회에 출석하는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던진 질문을 통해 얻어진 6,000개의 설문 결과를 비롯해 11,000개가 넘는 완성된 설문 결과에 바탕을 둔 260만 개의 자료 항목은 윌로크릭교회가 사역 방향과 출석자들에 대한 기존의 이해에 허를 찌른다. 이것은 6가지의 구체적이고도 새로운 사실과 덤으로 얻는 중요한 진리들을 발견하게 했다.
예를 들면, 교회활동의 증가가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교회는 영적 성장의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시는 차원 높은 신앙으로 성장하면서 부수적인 역할로 변경된다는 사실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분명하게 잘못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구체적인 측정 작업이 선행되지 못해 일어난 걱정되는 현실을 설문 결과 자료들을 통해 발견하고, 새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교회의 역할과 방향을 세우는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사실상 지금까지 달려온 궤도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윌로크릭교회 담임인 빌 하이벨스 목사의 열린 태도다. 빌 하이벨스 목사는 2007년 4월에 다음과 같이 회중들을 향해 고백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잘못 생각해 왔습니다. 여러분이 자신의 영적 성장을 추구하는 동안 제공했던 코칭 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발견』 67쪽.)
이 고백 이후 윌로크릭교회 전체 교인들 가운데 25% 정도인 “영적 성장이 정체되거나 교회에 불만족한 사람들, 그리고 이들 가운데 교회를 떠날 것을 고려하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예: 회중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변화 등)이 세워진다.
『발견』속에서 윌로크릭의 행정담당 목사로서 ‘발견’ 팀의 리더였던 그렉 L. 호킨스는 그 동안의 연구 결과 밝혀진 엄청난 사실을 통해 교회와 사역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결국 객관적이고도 사실적인 결과가 윌로크릭교회라는 영적 공동체로 하여금 하나님이 허락하신 에너지를 불필요한 소모 없이 집중력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고백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영적 공동체 고민
그리고 그는 『발견』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Follow Me: What’s Next for you?를 통해 다른 영적 공동체(북미와 다른 18개국의 소형 및 대형 교회)를 대상으로 다른 교회에도 이런 조사가 유용한지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다.
『발견』은 성도들에게 던졌던 모든 통계 결과 수치를 보여주거나 설문 결과를 통해 구체적으로 변화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 않으므로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영적 공동체가 성도들의 입장에서 얼마나 깊이 있게 생각하고, 그들의 생각을 확인하며, 그리고 하나님 나라 백성 공동체로 성숙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고 창의적으로 다가서는 책임감에는 투철하다.
알버트 슈바이처는 “이 시대의 정신은 사고하는 것에 대한 경멸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깊이 있는 고민보다는 감성적 열정이 때때로 더 나아 보일 때가 있지만 구체적 데이터 없이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발견』은 이런 점에서 성령의 능력 아래 있는 영적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하는 지도자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차원을 보여준다.
이상화 목사는 총신대와 총신신대원을 졸업하고, 서울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Ph.D.)에서 공부했다. 현재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국장, 한국소그룹목회연구원 총무, 사랑의교회 협동목사, <크리스채너티투데이>한국판 편집인으로 사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