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009년 02월

순례자의 길을 함께 걷다

서평 박연주 사모 _ 인천 은혜의교회

케이 워렌의 『위험한 순종』 (도서출판 국제제자훈련원)

 

한때 어느 광고 카피에 이런 문구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모두가 NO라고 말할 때 YES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좋습니다.’ 모두가 YES나 NO라고 할 때, NO나 YES라고 답할 수 있는 것을 세상에선 용기라고 말한다. 또 소신(所信)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YES’라고 답할 수 있는 순종의 사람
위의 광고카피를 패러디해 보자. ‘모두가 NO라고 말할 때 YES라고 순종할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사명자라 부른다. 케이 워렌의 글을 읽으며 순종의 모험, 사명자의 순례의 길을 며칠 떠나온 듯하다. 개인적으로 새들백교회에 직접 가서 목격하기도 했지만, 릭 워렌 목사님이 미국과 전 세계 교회에 미친 영향력은 위대하기에, 케이 워렌의 글 역시 내게 큰 영향력으로 가슴 떨리게 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위험천만한 순종에 대해 ‘YES’라고 대답해야 할 것만 같아서 몇 번이고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설렘, 그리고 두려움의 시간으로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다. 마침내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다가왔을 때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고 예라고 말했을 때, 자신이 산산조각으로 깨어지는 느낌이었다는 고백은 나의 가슴을 전율케 했다. ‘예’라고 대답했지만 앞으로 감당해야 할 일들에 대한 충격 또한 컸으리라.

 

 

공감을 부르는 순종의 길
약혼한 자신의 여자가 아기를 잉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당시, 요셉의 충격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하나님의 주권, 성령의 능력, 그리고 마리아와 요셉의 충분한 순종과 대가지불이 있었기에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 육신을 가지고 이 땅에 오신 사건, 성육신(incarnation)이 가능했다. 박사들이 예물을 드리고 떠난 후, 아기 예수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라는 현몽을 받자마자 요셉은 즉각적으로 행동했다. 목숨을 건 순종이었다.
케이 워렌의 인생의 궤도를 바꾸었던 운명의 그날, 하나님께서는 그가 피하고 싶었던 그 사역,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는 아프리카 그곳으로 몸소 뛰어들게 하셨다. 누구 하나 눈물조차 닦아줄 사람 없는 아이들, 비참하기까지 한 빈곤 앞으로 하나님은 그녀의 등을 떠밀어서라도 당신의 계획을 선포하셨다. ‘하나님 실수 하신 거예요’라는 그녀의 절규에 나 역시 동감하게 된다. 
1986년 인천에서도 가장 낙후된 동네로 소문나 있었던 학익동 교도소 옆 판자촌에 세워진 천막에서 시작된 인천 은혜의교회 사역. 부요하진 않았지만 배고픔을 견뎌야 할 만큼의 삶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혼하면서 무허가 단칸방에 시부모님과 오밀조밀 모여 살며, 밤이면 쥐들이 천장을 바쁘게 오가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갓 시집 온 젊은 새댁, 사모라고 하기엔 너무나 어렸던 그 시절을 돌이켜보니 나 역시 케이 워렌처럼 그런 기도를 참 많이도 했었다. “하나님, 왜 하필이면 제가 사모가 되어야 하죠? 이건 아니잖아요. 저보다 더 믿음 좋고 더 착하고 더 순종 잘하고 더 인내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해야지요. 하나님, 정말 크게 실수하신 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전 아니에요.”라는 반문을 수도 없이 하며 살았다.
그러면서도 한 달이면 새로 산 신발이 다 해어질 정도로 남편과 판자촌 일대를 누비며 전도했던 기억들은 분명 주님의 은혜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나답게’ 순종하는 길
아프리카를 품에 안은 사역, 아프리카의 그 처절한 경험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되게 하였다고 케이 워렌은 고백한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렌즈, 즉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게 된 또 다른 세상 속에서 가슴앓이하며, 엉망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고백은 내 가슴을 울렁이게 했다.  
물론 저자도 말했듯이 순종의 여부를 결정짓는 시험대가 모두 아프리카 같은 선교지로 가는 것만은 아님을 알고 있다. 작은 일에 충성하는 자를 통해 당신의 목적과 뜻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 앞에서, 그분이 내게 허락하신 달란트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예” 하며 나아갈 수 있을까를 고심해 보았다.
주님이 내게 기대하고 계신 것만큼 ‘나답게’ 순종하면 되는 것이다. 누군가 어려움을 겪는 자들에게 내가 도움될 만한 일들을 찾는 시도가 필요하다. 하나님 때문에 가슴앓이하며 아파하고 엉망이 되는 삶을 시도한 케이 워렌을 통해 받은 또 하나의 도전은 유방암 판정을 받고서도 그 일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내가 편안한 삶을 누릴 때 내게 있는 것을 가지고 나눠 주고 배려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힘들 때 더 약한 자를 돌보아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하나님이 너무하신 것처럼 보인다. 하나님과 함께 시작하였기에 보란 듯이 멋지게 달려가려 하는데, “제자리 서!”를 외치시는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왜요?”라고 반문하며 맞붙고 싶지 않았을까?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도 선하신 하나님께로 달려가는 신앙, 내가 아파할 때 더 가슴을 찢고 계실 주님의 심정을 알았기에 가능했던 행동이었으리라.

 

 

기적이 있는 순종의 길
때로 상식에서 벗어난 순종을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을 성경에서는 자주 볼 수 있다. 목수였던 예수님이 어부였던 베드로에게 그물을 던지라고 요구한 것은 상식에서 벗어나 보인다.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는 방법은 어떠했는가? 여리고성을 돌라는 것이었다. 홍해를 가를 때는 모세에게 그냥 지팡이를 내어 밀라고 하셨다. 문둥병자 나아만은 요단 강에 일곱 번 몸을 씻는 것으로 깨끗이 나음을 받았다. 도무지 납득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현실 앞에 순종할 때 기적을 경험케 하신 현장들이 얼마나 많은가!
“주님께 쓰임 받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은혜가 또 있겠는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 내 인생의 바구니에 무엇을 가득 담아 주님께 올려드릴까 생각해본다. 주님께서 ‘쓰시겠다’ 하실 때 기꺼이 “주님! 저를 사용해 주시니 감사합니다”라는 감격어린 고백과 순종이 나의 몫이길 기도한다.
예수님을 구원자로 받아들이고 있는 믿음의 사람들조차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는 일에 익숙하다는 말에 동감한다. 자기소견에 옳은 대로 어느 선을 그어 놓고, “주님 여기까지만요. 더 이상은 곤란해요” 하는 신앙인들을 많이 보아왔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절대 순종, 절대 복종. 이 단어들은 자신이 죽어버린 삶의 자기 포기, 자기 부인의 고백이 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사람들을 들어 쓰신다. 철저하게 낮아진 자, 정말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백하는 이들을 들어 쓰신다.
슈퍼스타인 남편에 비해 너무 초라한 자신을 보며 “왜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으로 만드셨어요?”라고 원망하는 저자에게 “하나님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리는 사람을 사용하신다”라는 내용의 노래를 듣게 하시는, 절묘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시는 하나님. 큰물은 길이 없으면 길을 내고 흐른다는 격언을 떠올리며, 내가 갖고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인 하나님의 사랑을 세상 속에서 어떻게 흘러넘치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박연주 사모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인천 은혜의교회 담임 박정식 목사와 결혼해 은혜의교회에서 제자훈련과 새신자반을 맡아 활발하게 사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