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010년 03월

추천의 책ㅣ잊고 있던 유년의 일상이 오늘 희망으로 다가온다

서평 디사이플

- 『윤미네 집』(PHOTONET)과 『보통의 존재』(달)
특이한 책 두 권의 에세이가 눈길을 끈다. 사진집 『윤미네집』과 산문집 『보통의 존재』가 그것이다. 두 책 모두 유년 시절 가족과 함께 보낸 순간들을 사진과 글로 각각 회상하는데, 건조하기도 하고 때론 우울한 오늘을 희망으로 되돌아보게 만든다.
『윤미네 집』(PHOTONET)은 성균관대 교수를 지낸 저자 전몽각 선생이 60년대 중반부터 딸 윤미가 시집가던 날까지 자신의 가족들을 찍은 사진집이다. 그것도 1990년 초판이 나온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저자가 이 세상을 떠나고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이 와이프’편이 보강되어 재출간됐다.
<아사히 카메라>라는 세계적인 일본 사진잡지에도 실린 적이 있는 이 책은, 찌그러진 양은냄비, 기운 자국 있는 내복, 정돈되지 않는 집안 풍경, 살림과 육아에 피곤해 보이는 엄마와 삼남매의 꾸밈없는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어 내 이야기인 양 입가에 미소 짓게 만든다. 어린 시절 보통 첫아이의 이름을 따서 ‘누구네 집’이라 부르곤 하는데, ‘윤미네 집’의 풍경은 너무 일상적이어서, 그 평범한 순간들이 지금 이 순간의 나 자신의 지난 시간들과 오버랩 되면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단칸방에서 시작한 살림살이 풍경 속에서 아이들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고, 어린 생명들이 하나둘 성장하면서 발전해가는 모습은 아무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인내하며 노력하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삶의 긍정을 엿볼 수 있다. 흑백 사진첩의 윤미는 갓난아이에서 이제 중년의 엄마로 성장했다. 사랑을 받던 아이의 자리에서 사랑과 희망을 전해주는 부모의 자리로 변한 것이다.
『보통의 존재』는 인터넷에 독특한 글쓰기로 소문난 저자의 일기를 모아 출판한 것이다. 무신론자인 저자는 자신만의 사랑 경험과 친구들 이야기, 여행과 책, 엄마와 가족 등에 대해 독특한 시각을 전하는데, 때로는 “그렇네” 하며 공감하고, 또 때론 비뚤어진 시각에 고개를 기우뚱하게 된다. 이 책은 저자의 유년 시절 모습과 함께, 오늘의 그의 삶이 뒤엉켜져 있다. 현실에서는 내내 부정적으로 말하다가도, 유년 시절로 돌아간 그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가족과 욕심 없이 보내던 순수한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현실의 저자는 자신을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통의 재능만을 가진 채 태어났으며,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저자는 보통의 존재가 보통의 선택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결국 너무 허무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희망을 기대하던 유년 시절을 그리워하는 저자가 그래도 말하고 싶은 것은 책 표지가 표현하고 있는 노란색, 즉 희망이 아닐까? “저도 희망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우은진 기자>


여성 사역자의 길이란
- 『나는 하나님의 열정으로 움직인다』(국제제자훈련원)

교회 안에 사각지대가 있다면, 아마 여성 사역자의 자리가 아닌가 싶다. 이들의 역할은 때로는 규격화되고, 때로는 제한된다. 은사나 개성보다는 여성 사역자의 보편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그런데 미국 사회도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은가 보다. 윌로크릭교회의 첫 여성 핵심리더인 낸시 비치가 토로하는 이야기를 보면 말이다. 그 역시 첫 설교자로 섰을 때, 적잖은 논란이 되었다. 심지어 어떤 교인들은 떠나기까지 했다!    
이 책은 낸시 비치가 여성 리더로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풀어낸 책이다. 굳이 사역자가 아닐지라도 여성이라면 많이 동감하며 읽을 것 같다. 일과 가정 사이의 갈등, 완벽한 엄마가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오는 죄책감, 다른 여성 리더에 대해 느끼는 시기심까지 실제적인 문제들을 풀어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만을 위한 책은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 남성 사역자들이 읽을 필요가 있다. 여성 리더십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은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교회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니 말이다. 적어도 7장, “교회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만이라도 꼭 읽기를. 

<안소영 기자>

 

모두 함께 춤추는 세상을 위하여
- 『게이츠가 게이츠에게』(국일미디어)
성공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한 빌 게이츠의 목소리에 주목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빌 게이츠가 “나의 역할모델”이라고 소개하는, 그의 아버지 빌 게이츠 시니어의 세상을 향한 가슴 따뜻한 목소리를 들어보자.
아마 당신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세계 최고의 재벌 아들, 빌게이츠를 둔 아버지 혹은 전직 변호사에서 자선사업가로 변신한 직업인이 아닌 세상의 모든 에스페란자(포르투갈어로 ‘희망’이란 뜻)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이웃집 아저씨로 그를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팔순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나서는 삶’을 살고 있는 그의 회고록을 읽다보면, 성공을 향한 꿈보다 더 가치 있는 ‘다른 무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앞표지의 게이츠 부자 사진을 보았을 때 이들의 모습이 한층 더 정겹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시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