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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세계관 추태화 교수_ 안양대학교
지난 호에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는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음을 말했다. 첫째는 파이의 인생에 인간 승리의 역전이 펼쳐졌다는 점이다. 둘째는 그런 상황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인생을 꾸려가며 자신의 본래 신앙과는 무관한 유대교 교육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셋째는 파이의 바닷속 사투 이야기가 정말 아름다운 영상으로 꾸며지고 있다는 점 등이었다.
이 영화는 영적 전쟁의 시대에 은밀한 동굴 속에 무장해 놓은 공격 병기 같다. 영화의 ‘은밀하고도 위대한’ 전술은 이렇다. “종교 때문에 싸우는 일은 비인간적인 일이야. 차라리 모든 걸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어차피 인생은 풍랑 속 바다를 지나는 일이니까. 진리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어.”
이성과 영성 사이
현대인의 일상에는 종교다원주의, 종교혼합주의가 깊숙이 퍼져 가고 있다. 때로는 평화의 이름으로, 인권의 이름으로, 관용이 종교 갈등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법조항으로 종교차별금지법을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파이는 종교 평화를 온몸으로 구현하고 있는 실체라 하겠다.
종교 간 평화를 위한 방안으로 파이의 아버지는 이성을 내세운다. 수많은 신들은 상대성 원리에 의해 서로 다를 뿐, 신에 의한 절대선은 확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성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라 주장한다. 계몽주의 철학자 칸트(I.Kant)의 견해에 가깝다.
칸트는 인간 내면에 영원히 빛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