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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유적지 이소윤 작가_ 방송작가, 코리아바이블로드선교회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강원도의 깊은 산골 홍천군 서면, 그곳에는 보리울이라는 이름의 그림 같은 산골마을이 있다. 빼어난 풍광에 이끌려 마을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문득 양지바른 언덕 모퉁이로 단정하게 앉은 교회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1933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철거당한 이 교회는 해방 후 교인들에 의해 복원됐고, 최근에는 옛 교회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기념관과 함께 새롭게 탄생했다. 바로 ‘한서교회’다.
남궁억의 귀향으로 시작한 교회
한서교회의 역사는 1918년, 이 지역 출신인 남궁억의 귀향으로부터 시작한다.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 근대식 교육을 받은 남궁억은 고종의 개인 통역관으로 공직 생활을 한다. 이후 러시아, 중국, 일본 등으로부터 한반도가 위협을 받고 운명이 어지러워지자 서재필, 이상재 등과 독립협회를 만들어 본격적인 독립운동에 뛰어들었고 <횡성신문>을 창간해,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야욕을 여지없이 폭로했다. 특히 러시아와 일본의 한반도 분할 음모를 몇 차례에 걸쳐 폭로했는데, 이 일로 일제에게 체포, 구금돼 극심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믿음을 갖게 된 것은 을사늑약으로 나라의 주권이 일제의 손에 넘어간 즈음이었다. 점점 짙어지는 민족의 비극과 시대의 암울함이 그를 십자가 앞으로 이끌었고, 일제의 한일합병이 강행된 1910년 그는 서울 종교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뒤 배화학당 등에서 민족 교육에 헌신하다, 돌연 고향으로 낙향한다. 당시 56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