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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김형운 성도(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2007년 1월, 네덜란드 유학 중 방학을 맞아 한국에서 연말을 보내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스히폴공항에 저녁 늦게 도착해 기차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공항 카트를 끌고 플랫폼에 섰다. 그때 큰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혼자서 도저히 옮길 수 없는 네 덩어리의 짐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짐을 잘 옮길 수 있도록 기도하라고 말씀하셨다.
당시 겨자씨는커녕 먼지만 한 믿음도 없던 나였지만, 걱정이 가득하니 당장 묵도했다. ‘하나님, 이 짐들 좀 어떻게 안될까요?’ 마침 같은 학교의 우리나라 학생 세 명과 같은 비행기를 타게 돼 도움을 기대했지만, 그들도 가져온 짐이 많았다.
그날따라 기차역에는 사람이 많았고, 기차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짐을 올리기 시작했다. 나도 순서를 기다리다 간신히 작은 캐리어 한 개를 실었는데 기차가 문을 닫고 출발해 버렸다. 순간 정신이 흐려졌는데, 다행히 먼저 출발한 일행에게서 내 캐리어는 자신들이 들고 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반가운 전화가 왔다. 나머지 짐들도 함께 남겨진 일행이 도와줘서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기도 응답인가 하는 생각에 피로가 풀리고 마음도 가벼워졌다.
기차역에서 일행과 헤어진 때는 자정이 한참 넘은 시간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마침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15인승 심야 버스가 도착했고, 고맙게도 버스 기사가 짐을 모두 실어 줬다. 버스에 있던 승객들이 중간중간 내려 나만 남게 됐는데, 내가 정류장에 내릴 준비를 하자, 버스 기사는 집 주소를 묻더니 집 앞까지 가서 모든 짐을 현관까지 옮겨 주고 갔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난생 처음 생생하게 느낀 순간이었다.
물론 일행들이 캐리어 한 개를 옮겨 준 일도 감사했지만, 그 일을 기도 응답이라 생각한 것은 하나님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이었다. 미천한 자의 작은 기도에 온전히 응답해 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과 감사를 올려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