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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김미진 성도(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네팔로 떠난 단기선교에서 구름 속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문화 체험을 하는 날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다. 따가운 오전 햇살 아래 빠르게 상승 기류를 탄 비행사는 새하얀 구름 속으로 나를 인도했다. 만화에서 보던 것과 달리 구름 속은 포근하지 않았다. 춥고 어두웠으며 빛으로 가득함에도 눈이 먼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비행사는 그것을 암백(暗白) 현상이라고 불렀다.
우리 선교팀 중에는 30여 년간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해 왔지만 믿음의 확신이 없어 힘들어하는 자매가 있었다. 정말 믿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 괴롭다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에 팀원들 모두 마음 아파했다. 모든 팀원이 매일 그 자매를 위해 열심히 기도했다.
우리의 나눔과 기도를 가만히 들으시던 선교사님은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제게는 자녀가 있습니다. 천하보다 귀하고 소중한 아이지요. 어느 날 아이가 자라서 엄마가 나를 낳은 것을 직접 보지 못했으니 진짜 엄마라는 것을 못 믿겠다고 한다면 누구의 마음이 더 아플까요? 하나님을 아버지로 고백하지 못해 괴로운 자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더 큰 아픔과 깊은 탄식으로 자매를 향한 사랑을 부르짖고 계실 겁니다.”
그 순간 우리 팀 모두의 마음에는 성령께서 주시는 감동이 가득 찼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의 임재와 사랑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답을 찾아 헤매던 우리 곁에 사실은 하나님께서 항상 계셨음이 깨달아지고, 하나님의 임재하심과 동행하심에 대한 순전하고 참된 감사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우리는 종종 이런 믿음의 암백 현상을 겪는다. 빛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어둠의 자녀로 살아가곤 한다. 구름 속에서 천천히 손가락을 펼쳐 시야를 다시 확보하듯, 말씀을 펼치고 기도의 문을 열어 보자. 굳게 손잡아 줄 동역자들과 함께한다면 더욱 빠르게 감사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