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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인생의 오후, 가정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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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남자들은 숨 가쁘게 달려왔다. ‘남자니까’라는 생태적 조건 앞에서 인간 본연의 감정을 발산하는 것마저도 원천적으로 봉쇄당했다. 한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은 없고, 오직 ‘남자’만이 요구됐다. 그러다가 별다른 경험이나 공부 없이 남편과 아버지가 됐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대개는 남편이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주워들은 대로 해 봤다. 가정의 중심이 되는 한 남자의 태도와 생각이 아내와 자녀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만큼 아찔한 일도 없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앞으로 경제적이나 정서적으로 엄정하게 자신을 관리해 간다면, 자신이 꿈꾸는 인생과 가정을 만들 수 있다. 마흔 이전의 삶이 태어날 때 주어진 조건에 의해 좌우됐다면, 마흔 이후의 삶은 온전히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생의 후반을 결정짓는 시기가 마흔이다.
인생의 어설픈 초보 시절을 보내고 중년이 된 남자들은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자기 자신과 가정과 직장, 공동체 속의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통렬한 자기 점검을 거쳐 신중하게 전략을 세운다면, 인생의 후반전은 말 그대로 제2의 성장이 시작되는 ‘프라임 타임’(prime time)이 된다.
물론 세상은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디 그뿐인가. 아내와 자녀로부터 받는 기대와 요구 사항은 더 늘어난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외부적인 조건은 남자에게 전혀 유리하지 않다.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자연스럽게 요구한다. 따라서 나이 듦에 대해 건강한 시각을 갖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 나이가 바로 중년이다.
중년까지는 직장 생활이 인생의 중심이었다면, 중년 이후부터는 인생의 중심에 가정이 있다. 그래서 배우자나 자녀와의 관계의 기본을 완벽하게 다져야 한다. 그들은 인생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가까이 지내야 할 친구이자 동반자다. 한마디로 최고로 공을 들여야 할 사람들이다. 마흔 이후의 삶은 내 인생의 중심을 얼마나 견고하게 세워 가느냐에 달려 있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이렇게 경고했다. “인생의 아침 프로그램에 맞춰 인생의 오후를 살아갈 수는 없다.” 마흔은 남자들의 인생에 있어서 제2의 성장을 위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