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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끝자락에 읽었던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이자 주인공인 미치 앨봄은 스포츠 신문 기자다. 그는 현대인의 전형으로 더 큰 집, 더 큰 자동차 등을 위해 하루가 240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대학 시절 은사인 모리 교수가 TV에 나온 것을 보게 된다. 모리 교수는 루게릭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길어야 1~2년 정도밖에는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치는 스승을 찾아가 만난 후, 매주 화요일마다 그를 방문해 대화를 나누게 된다.
“내가 이 병을 앓으며 배운 가장 큰 것을 말해 줄까?” “뭐죠?” “사랑을 나눠 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하루가 240시간이길 바라며 분주하게 사는 미치와 루게릭 병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모리 교수의 대조적인 삶은 참된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죽음을 마주 보며 살듯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준다.
마흔 이후 인생은 살아 있음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고, 삶의 방식을 새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오늘밖에 살 수 없다면 이 하루를 사는 방식은 달라질 것이다. 불필요한 욕심, 지나친 주장, 무모한 시도,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는 방식들을 성공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기력한 삶을 살라는 뜻이 아니다. 가장 적극적인 방식을 말하고 싶다. 하루밖에 살 수 없다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대상에 집중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그 마음을 전할 것이며,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의미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들의 의미를 확인하는 순간, 헛되이 살 시간은 한순간도 없게 된다. 내 인생에 주어진 시간들은 개봉되지 않은 선물 상자와 같다. 순간순간 새롭게 개봉되는 인생의 선물들로 채워지는 것이 하루이고, 인생이다.
그래서 죽음은 절망이 아니라 마지막 선물 상자를 기대하며 열어 보는 행복한 순간이어야 한다. 매일매일 인생의 끝자락에서 현재를 바라보며 감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즐겁게 달려갈 기대와 희망으로 채워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