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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마음속 깊이 박힌 가시를 찾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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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국민학교 교실 풍경은 요즘 초등학교와 사뭇 다르다. 책걸상은 물론이고 교실 바닥이며 복도까지 온통 나무로 돼 있었다. 그래서 장학 검열이 있는 날이면 교실 바닥과 복도에 왁스와 초를 바르고 문질러서 광을 내는 작업을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아픈 경험이 있다. 교실 바닥에 광을 내다가 작은 가시에 찔렸는데,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가시가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계속 따끔거리는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결국 칼을 소독해서 가시 있는 부분에 흠집을 내 겨우 뽑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나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그 가시는 머리카락처럼 가늘었다.
사람의 마음도 작은 상처에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40대 중반의 한 남성은 둘째 딸과의 갈등이 심했다. 둘째 딸의 인성 자체가 비뚤어져 형제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둘째 딸이 늦둥이 아들을 학대한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아버지의 편견은 부녀 관계를 원수처럼 만들었다.
이 남성에게 자신의 성장 과정을 되돌아보게 하자, 아버지와 있었던 일을 들려줬다. 국민학교 때 처음으로 풍선을 봤던 날,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풍선이 마냥 신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들이 자꾸 빌려 달라고 졸라대서, 일단 바람을 뺐다가 나중에 동생들이 재미있게 놀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바늘을 가져다 풍선을 조심스럽게 찔렀다고 한다. 풍선은 바로 터졌고, 아버지는 못된 놈이라며 크게 화를 내셨다고 한다. 그 남성에게 지금 딸의 마음이 어떻겠느냐고 질문하자, 어릴 적 자신이 억울해했던 그 마음과 같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처럼 마음속 상처에 해답이 숨겨져 있을 때가 많다. 자신의 어릴 적 상처가 떠오른 아버지는 비로소 딸을 이해하게 됐다. 자신도 딸을 사랑하고 싶었고, 딸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고, 아이들끼리도 서로 사랑하고 싶었지만 그 한복판에 상처 입은 자신이 버티고 서서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이다.
사랑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사랑을 주는 일에도, 받는 일에도 서로의 지혜와 기술이 필요하다. 내가 나와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면, 내 안에 있는 가시와 같은 상처들 때문인 것이다. 사랑하고 싶은가? 마음속 깊이 박혀 있는 상처를 찾아내 먼저 치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