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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 부부의 가정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독립하고 싶어하는 자녀들이 있고, 돌봄이 필요한 연로한 부모님이 계시다. 자녀들의 요동치는 청소년기와 내 인생이 흔들리는 폐경이 공존한다. 어느 곳을 둘러봐도 돈 들어갈 데 투성이다.
결혼 생활 25년 된 한 남편은 “우리는 결코 친밀한 관계를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우리 사이를 이어 준 것뿐이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집을 떠나고 우리 둘만 덜렁 남게 되자 더 이상의 완충제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공통점이 없었고, 그래서 남은 인생을 이대로 낭비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혼했습니다.”
결혼 생활 20년 이상 된 부부는 그동안 자녀 교육과 재산 증식, 직장에서의 성공 등과 같은 생활과제 중심의 부부생활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거의 끝나갈 시점부터는 서로의 내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간 결혼 생활을 하면서 어떤 고민과 아픔이 있었는지, 어떤 순간에 좌절을 경험했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알려 줘야 한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소리치며 분을 품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평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눠야 한다.
중년기의 부부관계 리모델링은 어떤 재테크보다 투자가치가 높다. 행복한 부부관계는 억만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부부관계의 리모델링을 통해 신혼의 즐거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과거에 실망했던 것들을 잊고, 서로를 용서하며, 남은 결혼생활을 최고로 만들어가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 잃어버린 꿈은 포기하고, 서로의 불완전함을 돌보는 일에 마음을 쏟자.
둘째, 배우자 중심의 결혼 생활을 창조해야 한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는 모든 것들을 포기하는 것이 한국의 중년 부부다. 이제는 그 열정으로 부부끼리 관심을 표현하고 서로를 돌보는 일을 시도하자.
셋째, 대화를 통해 깊은 내면의 감정들이나 즐거움 그리고 관심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부부 사이에 있는 분노와 갈등을 대화로 풀어간다면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산 부부는 살면 살수록 깊은 우정을 갖게 되고,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즐거워질 수 있다. 행복한 부부관계보다 더 든든한 노후 준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