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6년 12월

버리는 연습을 시작하자

과월호 보기 이의수 목사(사랑의교회 사랑패밀리센터)

 신혼 시절, 갖고 있는 것보다 없는 것들이 더 많았다. 너무 없었기 때문에 무엇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보다는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기던 때였다. 길을 가다가 어느 집에서 버리려고 내놓은 책장이 쓸 만해 보여, 한밤중에 가져와 깨끗이 닦고 새로 페인트칠해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들면서 쓸데없는 짐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 년에 한 번도 안 입는 옷과 사 놓고 사용하지 않는 이런저런 도구들, 게다가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월간지들이 수북하다. 5년째 박스 속에서 빛을 못 보는 책들이라면 버려도 될 법한데, 모으고 모았던 정성과 돈이 생각나 처분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려 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 중년의 미래는 힘겹다. 앞으로는 더 많은 것을 갖기도 힘들거니와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편리한 것과 편안한 것들을 버려야 한다.
불편하고 힘든 것들이 오히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넓은 집과 큰 배기량의 승용차, 유지비가 많이 나가는 취미생활들을 버리자. 넓고 큰 것에서 권위를 찾기보다 좁고 작은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보자. 비록 작은 규모의 삶이지만 그 속에서 이웃들에게 넉넉히 선행을 베풀고 있다면 가장 품격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체면도 버리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체면 때문에 하는 일들이 많다. 나이 들수록 진솔해지면 체면으로 살아갈 필요가 없다. 잘못된 습관들도 버리자.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습관, 사재기성 쇼핑 습관, 대용량 구매 습관 등 버릴 수 있는 것들은 다 버리고 최소한의 삶을 살아 보자.
다 버리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좁은 주거 공간은 생활비 절감을, 다소 불편한 대중교통 이용은 체력 강화를, 소유와 집착에 대한 내려놓음은 정신적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것이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많이 가져야 행복한 사람이 되기보다 만나면 행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잘 버리는 것, 또 다른 채워짐의 비밀을 간직하는 방법이다. 12월은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잘못된 습관들을 고치고, 그릇된 선택을 바로잡고, 불필요한 마음까지 정리하고 비우는 시간으로 사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