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지긋지긋한 일들을 끝내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멋지게 사는 상상이다. 하지만 퇴직 후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국 경제의 일부분은 퇴직한 남자들이 개업하는 식당과 각종 체인점 인테리어 및 홍보비용으로 움직이는 느낌이 들 정도다.
퇴직 이후 새로운 시도들이 왜 이토록 쉽게 실패로 이어질까? 그 이유는 생각만으로 접근하고, 현실에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에 익숙한 남자들은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각종 시스템의 지원 속에서 일하던 남자들이 혼자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되기 쉽다.
또 하나의 이유는 전문성의 부족이다. 남들이 성공한 일을 따라 한다고 나 역시 성공하리라는 생각은 오판이다. 남은 인생을 걸고 시작하는 일이라면 그 일에 대해 전문성이 인정될 때까지 기다리며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미래 예측능력을 갖게 된다. 한 가지 예로, 내가 식당을 운영한다면 맛의 비밀은 주방장이 아닌 주인인 내 몫이어야 한다.
퇴직 후 실패하는 또 다른 이유는 체면이다. 퇴직 이후 더 잘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멋있게 하고 산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은 모든 남성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체면 생각하다 밥도 먹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따라서 체면보다는 현실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
로키산맥 해발 3,000m 높이에 수목 한계선 지대가 있다. 이 지대의 나무들은 매서운 바람으로 인해 곧게 자라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모습으로 성장한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 생존을 위해 무서운 인내를 발휘한 것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공명이 잘되는 명품 바이올린은 바로 무릎을 꿇고 있는 이 나무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아름다운 영혼으로 인생의 절묘한 선율을 내는 사람은 아무런 고난 없이 좋은 조건에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 온갖 역경과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인생의 환경이 열악한 상태에 있다 해도, 인생의 목적이 분명하다면 훗날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내는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