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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아버지를 통해 성인이 된 자녀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자녀가 대학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이 자녀의 미래를 이끌어 줘야 하는데 너무 두렵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버지이자 인생 선배로서 분명한 가치와 철학으로 자녀들을 교육해 왔고, 누가 봐도 부러운 모습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대학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한 자신의 제안이 아이들의 인생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니, 자신의 말 한마디가 그렇게 무겁게 느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아버지도 비슷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 자녀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자녀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해 나갈지 두렵다는 것이다. 왜 진작 자녀에게 자율성을 키워 주지 못했는지 후회스럽다며 속상해했다.
나는 그들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그동안 아버지로서 다양한 제안을 했지만, 실상은 내 의도대로 이끌고 싶은 생각에 제안해 왔음을 자녀에게 고백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갖고 있는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말해 보라고 했다. 아버지가 지금 어떤 심정이고, 어떤 부분에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서로 속마음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흔 이후에는 두려운 일일수록 직면하는 것이 필요하다. 돌아갈 시간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대안을 세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족관계도, 건강도, 미래도 마찬가지다. 희망이라는 가면을 쓰고 허황된 이야기를 비전이라고 포장하기엔 이미 인생의 절반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인생의 후반전은 내 인생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직면하는 용기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나이에 맞는 인생을 살아가며 인생의 즐거움을 누려 보자. 자녀의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혹시 자녀의 인생이 힘들어질 때는 좋은 친구로 함께해 주자. 남은 인생 동안 써야 할 돈 때문에 두려워진다면 돈 모을 생각보다 단순하게 사는 법을 먼저 연습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감사하고 자족할 수 있는 삶의 비결을 찾아보고 연습하자.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에 직면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남은 인생을 힘차게 사는 법이다.